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주요 산업지표가 악화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구조조정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대내외 경기 악화에 대응해 과감한 “규제 혁파” 등과 함께 “시장 중심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재천명했다. 금융위원장 후보자 은성수는 이를 위해 기업구조혁신펀드 5조 원 조성에 우선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우조선 매각 방침도 이미 정해져 있다면서 이에 충실히 따르겠다고 한다.

6월 13일 실사저지ㆍ매각저지 투쟁 승리를 위한 대우조선 노동자 결의대회. 기업주들의 이윤 추구를 도우려고 지원하는 수조 원의 재정을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출처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정부는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해 기업의 덩치를 키우면 세계시장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세계경제 상황과 조선업 경기가 불안정할 때는 인수합병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오히려 동반 부실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다. 올해 상반기에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46퍼센트나 하락했다.

지금과 같은 경기 상황에서는 인수합병이 인력 구조조정과 임금·조건 후퇴 등의 고통만 낳을 뿐이다.

대우조선 매각은 정부 소유 기업을 사기업에 팔아넘겨 정부의 일자리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다. 대우조선 노동자뿐 아니라 지역의 협력업체 노동자와 가족 수십만 명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 인수합병으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조건도 위협을 받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대우조선 매각 방침을 문재인 정부가 계승하며 노동자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했지만 그것이 말뿐인 사기였음이 드러난 지 오래다. 최근에는 광주형 일자리 등 문재인 정부의 지역일자리 사업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노동운동은 대우조선 민영화 때문에 제조업 일자리가 날아가는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을 공론화하고, 정부가 일자리 책임을 지라고 요구해야 한다.

민족주의 압박에 맞서 일자리와 조건을 방어해야

한일 갈등이 지속되면서 일본이 현대중공업-대우조선의 기업결합(합병)을 불승인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실제로 일본이 불승인하거나 까다로운 조건을 걸면 다른 해외당국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현대중공업 측이 일본에 대한 기업결합 신청을 다소 늦출 수 있다.

그러나 설사 해외 심사가 약간 지연되더라도,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도 노동자에게는 청신호가 아니다. 정부는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인준이 완료되는 대로 국내에서 먼저 승인 발표를 하는 등 다른 절차를 착착 추진할 것이다. 국가 간, 기업 간 경쟁과 이권에 좌우되는 해외당국 심사 일정을 지나치게 의식하기보다, 정부와 사측을 압박하는 하반기 투쟁 일정을 추진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일본의 경제 보복을 빌미로 대우조선 매각-인수합병을 정당화하려 한다. ‘국가 경쟁력, 한국 조선업 경쟁력을 위한 국민적 단결!’ 같은 애국주의 언사를 동원해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사측도 “경제 전쟁 와중에 웬 파업”이냐며 노사가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하고, 이번 임단협에서도 노동자들이 양보하고 구조조정을 감내하라고 한다.

이에 단호히 맞서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조건을 방어해야 한다. 노동운동은 정부와 사용자들이 애국주의 열풍을 이용해 벌이는 구조조정 압박을 폭로하고 규탄해야 한다.

대우조선·현대중공업 공동 투쟁

5월 말~6월 초 일사천리로 법인 분할 절차를 마친 현대중공업 사측은 국내외 기업결합심사 통과를 위해 애쓰는 한편, 노동자들에 대한 전방위적 탄압에 나섰다. 1400명이 넘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 징계, 30억 원 가압류, 100여 명에 대한 검·경의 수사 등.

이번 탄압은 지난 주주총회 저지 투쟁에 대한 보복이자, 구조조정 강행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대우조선 인수 성사에 사활을 거는 사측은 노동자들의 반발을 탄압으로 위축시키려 한다.

대우조선 인수합병은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모두에서 구조조정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 정부와 현대중공업은 해외 기업결합 심사 통과를 위해 설비·인력 축소를 조건부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인수합병을 통해 노동자들을 성과 경쟁으로 내몰고 임금·조건 하락을 압박하려 할 것이다.

대우조선 인수와 현대중공업 법인 분할은 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우조선 노동자들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대우조선 매각-인수합병 저지 공동 투쟁을 강화해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주주총회 결정(법인 분할)을 무력화·사문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일자리 보호를 위한 상시 국유화

정부는 부도·매각 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킬 의무와 능력이 있다. 대우조선은 이미 국가 소유 기업이고, 정부는 지금껏 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파산을 막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지출해 왔다. 이런 돈은 기업주가 아니라 수십만 개 일자리를 지키는 데 사용돼야 한다.

대우조선 매각을 저지하고 상시 국유화하는 것이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노동자 모두를 위한 대안이다. 이는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쥐어짜 시장에 내다팔기 좋게 만드는 데(민영화) 목표를 두는 현재 대우조선의 임시 국유체제와 다른 것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알아서 상시 국유화를 할 리 만무하다. 아래로부터 거대한 저항이 없다면 말이다.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과 연대 건설이 중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