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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곳곳에서 열린 주말 노동자 집회:
하반기 투쟁 포문을 연 톨게이트, 발전, 화물 노동자들

8월 31일 오후 ‘비정규직철폐·직접고용쟁취,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투쟁 승리를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서울 종로타워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8월 31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노동자 집회와 행진이 이어졌다.

조국 딸 의혹, 한일 갈등으로 불거진 대미 관계 균열, 수출 경제 위험 증대 등으로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하반기 투쟁의 포문을 연 것이다.

특히 조국 딸 의혹은 그간 구 적폐 세력을 비난해 온 민주당도 그들과 다를 바 없는 특권을 누려 왔다는 계급 불평등을 드러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자식에게는 비정규직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며 투쟁할 때, 저들은 부와 특권을 세습해 주려고 혈안이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져 가는 시기에, 톨게이트 수납원, 발전 비정규직, 화물 노동자 모두 문재인 정부에게 책임을 물으며 집회를 했다.

정부 위기 상황은 노동자들이 지금 싸우는 게 나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종로타워 앞에서는 ‘비정규직 철폐! 직접고용 쟁취! 톨게이트 투쟁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렸다. 노동자 약 2000여 명이 참가했다. 엊그제 대법원에서 직접고용 판결을 받은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밝은 표정으로 대열 가장 앞에 자리했다. 한국노총 소속 톨게이트 노동자들도 함께했고 여러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들도 많이 모였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1000명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집회를 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비정규직이 함께 모여 집회를 했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김용균 특조위가 권고한 대로 외주화 중단, 직접고용을 정부가 이행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투쟁을 재개했다.

화물연대 노동자 3000여 명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모였다. 노동자들은 안전운임제 시행할 때 임금 인상도 돼야 한다고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9월 27일 경고 파업도 예고했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8월 31일 오후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제대로 된 ‘안전운임제’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장한빛
8월 31일 오후 ‘비정규직철폐·직접고용쟁취,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투쟁 승리를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서울 종로타워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영감을 준 톨게이트 노동자 투쟁

직접고용 대법원 판결은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이 이끌어 낸 결과다. 60일이 넘는 여성 노동자들의 노숙, 고공 농성은 투쟁하는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영감과 자신감을 주고 있다.

특히 정규직화를 위해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톨게이트 투쟁에 일체감을 가지고 많이 참가한 듯했다.

민주노총 결의대회 전 민주일반연맹 주최로 민간위탁 생활폐기물 처리 노동자들이 직접고용 쟁취 집회를 열었는데, 여러 노동자들이 톨게이트 노동자들처럼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 불법파견에 맞서 투쟁하는 여러 금속노조 노동자들이 참가했고 투쟁을 앞두고 있는 건설 노동자들도 참가했다.

건설노조, 금속노조, 서비스연맹, 언론노조, 전교조에서 농성장 식사 제공, 사무실 숙소 제공 등 다양한 연대를 약속했다.

박순향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조승진

박순향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은 1500명 전원 직접고용을 쟁취하겠다고 밝혔다.

“이강래 사장 사퇴할 때까지, 그리고 잘못 인정하고 톨게이트 노동자 사과할 때까지, 문재인 정부가 잘못된 정책으로 톨게이트 노동자들에게 준 고통을 사과할 때까지, 우리들의 염원인 직접고용 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한국도로공사 직원으로 의제되거나 한국도로공사에 채용의무가 있는 사람들”로 한정해 직접고용 하겠다는 심산을 밝혔다. 대법원 판결 받은 300여 명만 직접고용 해 투쟁을 분열시키려는 것이다.

이양진 민주일반연맹 위원장은 이러한 도로공사를 비판하며 끝장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법부는 소송 당사자뿐 아니라 합의를 통해 직접고용 하라는 취지를 밝혔습니다. 우리는 청와대의 답변을 요구합니다. 끝장 투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지들의 연대를 요청합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문재인 정부를 규탄했다.

“이제 청와대가 직접고용을 결단해야 합니다. 자회사 꼼수를 버리고 공공부문 전반적인 불법파견을 일소해야 합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철폐 쟁취 위해 전조직적으로 투쟁을 확산해 가을에 비정규직 철폐 총파업을 결의할 것입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노총 한전산업개발노조 등 발전 노동자 1000여 명이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발전 비정규직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외주화 중단, 직접고용 쟁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특조위 권고 이행을 요구하며 투쟁 재개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

청와대 앞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집회에서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함께 모여 외주화 중단, 직접고용, 하청 업체의 노무비 착복 근절을 요구했다.

고 김용균 씨 동료인 신대원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장은 문재인 정부가 특조위 권고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조위 조사에서 산업부와 발전사, 하청회사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똑똑히 봤습니다. [개정] 산안법에 고 김용균 노동자는 없었습니다. 이대로 석탄 삽질하다가 죽으라는 겁니까? 특조위 권고를 즉각 이행해야 합니다. 산자부, 노동부, 발전사 사장을 문재인 정부가 임명하지 않았습니까? 정부가 관료들에게 압력을 줘야 하고 의무와 책임을 져야 합니다.”

또한 특조위 조사에서 하청업체가 노무비를 착복한 것이 드러났는데 이에 대한 규탄도 많았다.

특조위는 발전소 현장에 1급 발암물질들이 널리 퍼져 있다는 것도 밝혔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발전소에서 직접 채취한 석탄과 재를 상자에 넣어 가져 왔다.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족들도 참가해, “내 남편, 우리 아빠가 1급 발암물질이 없는 발전소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라는 팻말을 들었다.

‘발전 비정규직 총력 투쟁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발전소에서 직접 채운 재와 고(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 진상조사결과 종합보고서 등을 들고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이미진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준) 대표도 참가해 발언을 했다.

“[특조위 조사로] 증거가 나와 아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게 됐습니다. 원하청 구조 때문에 죽었습니다. [내 아들은] 처참하게 나라에 의해 죽었습니다. 한 해 2400명이 산재로 죽는 [이 나라] 현실이 답답해 미치겠습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도 참가했는데, 이정미 의원이 1급 발암물질 도급금지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참가자들은 커다란 박수를 보냈다.

집회가 끝난 후 톨게이트 노동자들과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청와대로 행진했다.

오늘 집회와 행진은 노동자들의 투지와 자신감이 괜찮다는 것을 보여 줬다. 민주노총이 여러 투쟁들을 연결시켜 투쟁을 확대해 가야 할 것이다.

8월 31일 오후 ‘비정규직철폐·직접고용쟁취,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투쟁 승리를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서울 종로타워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8월 31일 오후 ‘비정규직철폐·직접고용쟁취,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투쟁 승리를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서울 종로타워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투쟁중인 엄마와 이를 응원하는 딸이 손을 꼭 잡으며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조승진
집회를 마친 노동자들이 종로타워를 출발해 삼청동 총리공관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집회를 마친 노동자들이 종로타워를 출발해 삼청동 총리공관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발전 노동자 1000여 명이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발전 비정규직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외주화 중단, 직접고용 쟁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우리 아빠가 1급 발암 물질 없는 발전소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발전 비정규직 총력 투쟁 결의대회’에 참가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족들 ⓒ이미진
발전 노동자 1000여 명이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발전 비정규직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외주화 중단, 직접고용 쟁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발전 노동자 1000여 명이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발전 비정규직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외주화 중단, 직접고용 쟁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8월 31일 오후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제대로 된 ‘안전운임제’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장한빛
결의대회를 마친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청와대 앞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장한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