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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와 세계의 미래를 위한 충고

미래를 여는 역사 한중일3국공통역사편찬위원회 | 한겨레신문사

고구려사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논쟁,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갈등, 일본의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의 교과서 검인정 통과 후 벌어진 일본과 한·중 양국의 대립. 근래 동아시아 역사를 둘러싼 한·중·일 삼국의 대립과 갈등은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특히 일본의 ‘문제’ 역사 교과서인 새역모의 교과서는 이미 몇 년 전에도 검인정을 통과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를 떠들썩하게 한 바 있다. 일본의 제국주의 전쟁과 식민지 지배 동안 벌어진 수많은 인권유린을 정당화하는 이 교과서는 일본 정치권의 노골적인 지지를 받으며 다시 검인정을 통과해 올 7월 채택을 앞둔 상태다.

《미래를 여는 역사》가 주목받는 것은 동아시아의 이러한 팽팽한 대립과 갈등 속에서 평화와 인권이라는 가치 아래 한·중·일 세 나라의 학자·교사·시민운동가들이 오랜 고민과 논의 끝에 함께 내놓은 성과물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부분들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과 지배 동안 동아시아의 평범한 사람들이 받아야 했던 고난과 이에 맞선 저항이다. 근·현대 한국과 중국의 수난사를 대강 접한 독자라면 이 책에서 일본의 제국주의에 맞선 다른 동아시아 민중의 고난과 저항이 눈에 띌 것이다. 1895년 타이완을 점령한 일본 군대에 맞선 타이완 민중의 투쟁과 제2차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지배를 받게 된 동남아시아인들의 저항은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눈길을 붙든다.

무엇보다 제국주의에 맞선 저항에서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민중의 연대와 교류를 발굴하려는 시도들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일본 국내의 제국주의 전쟁 반대 운동 건설에 대한 서술도 기억에 남는다.

“국제 반제 동맹 일본 지부가 만들어져 조선과 중국 민중과의 연대를 주장했으며 전국 각지에서 전쟁 반대, 일본의 중국 침략 반대 등을 선전했다”

일본이 전쟁을 전후해 역사상 유례 없이 철저한 국민 통제로 운동을 탄압하던 와중이었다. 참고로 이 책에서 서술하는 ‘일본 제국주의 지배자들이 자국 내의 인권과 자유를 탄압하는 부분’을 읽는다면 당시 일본의 제국주의 야욕이 모든 일본 사람들의 이해관계에서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개항과 폭력적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이중의 고통을 받았던 여성들의 삶과 투쟁을 보여 주려는 시도, 당시 평범한 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조명하려 하는 시도도 엿보인다. 이 책은 사진, 신문기사, 서적, 일기, 편지 등 수많은 자료들을 제시하며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살아간 수많은 역사적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오늘날에도 강대국들의 제국주의적 팽창 속에 세계는 여러 분쟁에 휩싸여 있고, 그 중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그 최선두에 있다. 19∼20세기 세계 제국주의 열강, 특히 일본 제국주의가 동아시아를 할퀴고 지나간 자국을 잊지 말고 미래를 계획해야 한다는 책의 충고가 더욱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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