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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레미콘 노동자들:
66일간의 파업과 연대의 힘으로 승리하다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두 달 넘게 파업한 울산 레미콘 노동자들이 승리했다.

울산의 레미콘 제조사 16곳은 회당 운송료를 4만 5000원에서 5만 원으로 5000원 인상하고, 이를 2021년 6월 30일까지 2년간 적용하기로 했다. 또, 파업 중 제기한 각종 손해배상 청구, 고소, 고발 등 민형사상 책임도 묻지 않기로 합의했다.

단호한 파업과 연대로 승리하다! 9월 5일 울산건설기계지부 레미콘지회 파업과 고공농성 투쟁 승리 보고대회 ⓒ출처 전국건설노조

월 평균 120회 정도였던 회전수(운송 횟수)가 지난해 추석 이후 60~80회로 급감해 울산 레미콘 노동자들의 소득은 급감했다.

월 120회 운송해 540만 원을 받아도 보험료, 감가상각비, 수리비 등을 빼면 매달 손에 남는 것은 ‘최저임금 수준’이었는데 말이다. 노동자들은 운송료가 5000원 인상돼도 생계를 꾸리기에는 팍팍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러나 울산 지역 레미콘 업체들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오히려 곧바로 노동자 408명을 일괄 계약 해지(해고)했다. 두 달 동안 집단 휴업에 돌입하며 노동자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전국레미콘협회는 울산 레미콘 업체들을 ‘지원사격’했다고 한다. “울산에서 노동자들이 이겼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안 된다”며 레미콘협회가 수억 원을 모아 울산 업체들에 전달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왔다. 올해 들어 건설노조의 레미콘 노동자 조직화가 급물살을 타던 상황에서 울산의 투쟁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핑계

사측은 건설 경기 후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핑계로 ‘5000원 인상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경기가 좋았던 지난 10년 동안 노동자들은 몸이 부서져라 일했지만 월 운송료 소득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2000년에 약 3억 3000만㎥던 연간 레미콘 생산용량은 2017년에 약 6억 1000만㎥로 확대됐다. 2015~2017년 생산용량은 3년 연속 최대치를 기록했고, 증설 붐이 일며 레미콘 공장 수도 급증했다. 그런데 2018년부터 건설 경기가 주춤하자 과잉생산으로 말미암아 기업주들의 이윤이 줄기 시작했다. 기업주들은 그 책임을 레미콘 노동자들에게 전가했다. 노동자들의 소득은 반토막이 났다.

그래서 사측은 노동자들이 오랫동안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파업이 두 달을 넘겼는데도 이탈자는 거의 없었다. 노동자들은 “우리를 노예로 생각하는 것 같다”, “여기서 무너지면 다 끝”이라는 심정으로 파업을 사수했다.

오히려 노동자들은 투쟁 강도를 높여 울산시청 로비를 점거했다. 주요 공공 공사 발주자인 울산시가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인근 지역에서 울산으로 오는 레미콘 공급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학교 공사 공정률이 27퍼센트에 그쳤고, 당장 내년 3월 개교를 앞둔 학교 7곳도 공사에 차질이 생겼다.

8월 말에는 장현수 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장과 최영빈 울산건설기계지부 레미콘지회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이 울산 북구 대성 레미콘과 남구 장생포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해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굳건하게 이어 가는 데에 연대가 큰 힘이 됐다.

인근 지역 레미콘 조합원들은 울산 지역 운송을 거부했고, 투쟁 기금을 모아 전달했다. 건설노조에서도 각 지역 건설기계지부들이 앞장서 수천만 원을 모금했고, 10억 원대의 채권이 발행됐다. 전국 임단협 체결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토목건축노동자들도 9월 2일 상경 집회에서 1200만 원을 모금해 전달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를 비롯해 울산 지역의 노동, 시민단체, 진보정당 등도 채권을 구입하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연대를 표명했다.

특수고용 노동자

한편, 울산 레미콘 노동자들의 승리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일궈낸 승리라는 점에서도 소중한 의미가 있다. 울산 레미콘 업체들은 노동자들이 ‘개인운송사업자’라며 교섭을 거부하고 집단 해고, 휴업을 단행했다. 그동안 레미콘 노동자들이 밀집된 수도권에서도 노동자들은 투쟁에 나설 때마다 사측이 교섭 거부, 폐업으로 대응해 조직화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경사노위의 ILO핵심협약 비준 논의에서 잘 드러난 것처럼, 문재인 정부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있다. 이런 정부의 태도에 힘입어 기세등등하게 탄압에 나선 레미콘 제조사들의 콧대를 울산 레미콘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꺾어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 레미콘 조합원들은 물론 건설기계 조합원들도 울산의 승리 소식을 제 일처럼 기뻐한다.

현재 울산 레미콘 노동자들은 승리 소식을 전하며 전국 레미콘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으로 단결해 생존권과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함께 나서자”고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