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최근 이탈리아를 제치고 정치 체제가 가장 난장판이 된 선진 자본주의 국가로 등극했다. 위기를 맞은 이 두 국가는 이제 유사한 해법을 시도하고 있다.

9월 5일 이탈리아에 새로운 정부가 집권했다. 말로는 기득권층에 강경하게 반대하는 오성운동과 철저한 기득권층인 중도좌파 민주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마테오 살비니가 이끄는 극우정당 동맹당과 오성운동의 연립정부가 무너진 후에 벌어진 일이다.

오성운동과 민주당 지도부는 모두 살비니를 “야만인”이라고 비난한다. 물론 그의 악랄한 반(反)이주민 인종차별 활동만 보더라도 그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애초에 살비니가 설칠 상황을 만들어 준 것은 이전 민주당 정부의 반이주민 정책이었다.

이번 연립정부는 응집력이 거의 없다. 민주당은 신자유주의를 열심히 추진해 왔고 유럽연합에 찬성한다. 오성운동은 이전부터 유럽연합에 회의적이었고 유럽연합이 부과한 긴축정책을 맹비난하며 집권했다. 한 평론가는 새 정부의 정치를 “기술관료 포퓰리즘”이라고 일컬었다. 이들의 결합을 뭐라고 부르든, (긴축이 아닌) 좀 더 관대한 복지를 추진하겠다는 오성운동과 “재정적 책임” 운운하며 유럽연합에 굽실거리는 민주당이 계속 함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두 정당은 무엇보다 살비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뭉쳤다. 동맹당은 여론조사에서 30퍼센트가 넘는 지지율로 1위를 달렸다. 살비니는 새 총선 실시를 강제하려고 오성운동과의 연정을 파기했다. 총선이 실시됐다면 오성운동은 많은 의석을 잃었을 것이고 동맹당은 제1당이 됐을 것이다. 오성운동과 민주당의 연립정부 구성은 기본적으로 이런 악재를 뒤로 미루려는 방편이다.

우습게도 영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보리스 존슨 정부의 최근 광적인 행보는 10월 31일 ‘노딜’ 브렉시트[향후 관계에 대한 협상 없이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것] 후 조기총선을 실시하면 의회 과반수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 속에서 벌인 짓이다.

이런 전략을 구상한 인물은 존슨의 참모이자 2016년 유럽연합 탈퇴 투표 캠페인 조직자였던 도미닉 커밍스다. 그는 유럽연합 탈퇴 찬성·반대 여부가 여론을 가르는 중요한 경계선이 될 것이라 믿는다. 따라서 보수당의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보수당을 명백한 반유럽연합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켄 클라크와 니컬러스 솜스 같은 친유럽연합 성향의 거물을 쫓아낸 것도 보수당을 반유럽연합 정당으로 이미지 쇄신하는 데 한몫했다. 이를 통해 보수당은 이탈리아 동맹당 같은 극우정당과 비슷하게 변모할지도 모른다.

노동당은 이 전략을 막겠다며, 유럽연합 잔류파인 야권(자유민주당, 스코틀랜드국민당, 웨일스민족당)과 보수당 내 유럽연합 잔류파 의원들과도 동맹을 맺으려 하고 있다. 우선 이들은 10월 31일까지 존슨이 유럽연합과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브렉시트를 또다시 연기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그들은 존슨이 브렉시트 협상 기간을 연장하기 전까지, 당면한 의회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조기 총선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거듭 총선을 요구해 왔던 제러미 코빈이 180도 태세를 바꾼 것이다. 이는 정말 위험한 행보다. 주류 신자유주의자들과 함께 우파를 막는다는 전략의 문제는 그것이 오히려 우파를 강화할 뿐이란 점이다. 이탈리아에서 오성운동은 민주당과 새 연립정부를 구성하였기 때문에, 살비니가 오성운동더러 수십 년 간 실정을 저지른 적폐세력의 품으로 들어갔다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마찬가지로 노동당이 코빈의 총리 당선을 막겠다고 맹세한 자유민주당 같은 정당과 동맹을 맺어 조기 총선을 막는다면, 존슨의 뜻대로 놀아나는 것이다. 한 보수당 관료는 〈파이낸셜 타임즈〉에 이렇게 말했다. “내부 여론조사 결과를 봤을 때 보수당이 그저 브렉시트만을 주장하면 선거 승리는 쉽지 않다. 그러나 국민투표 결과에 불복하는 정치인들을 공격하면 승리 가능성은 훨씬 높다.”

여론조사 업체 콤레스의 조사를 보면, 브렉시트 난국이 계속되면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데 50퍼센트가 찬성하고 18퍼센트가 반대했다. 물론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아직 탈퇴하지 않은 상황에서 10월 31일 이후에 총선이 실시되면 노동당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모든 것을 말해 주지는 않는다. 2017년 총선 과정에서 코빈은 긴축과 불평등에 맞선 저항을 주장하며 브렉시트 찬반 구도를 극복했다. 이번 선거에 노동당이 승리하려면, 코빈은 다시 한번 그런 일을 해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적 중도파 정당들과의 ‘영리한’ 줄타기는 역효과를 낳을 위험이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