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반대를 명분으로 우파 연대와 거리 투쟁을 촉구하고 있다.

9월 10일 한국당 대표 황교안은 정의당, 민중당을 뺀 야당들과 보수 단체들에 ‘조국(법무부 장관) 파면과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국민연대’를 제안했다. 국회 안에서는 조국 해임건의안, 조국 국정조사 등을 추진하고, 국회 밖에서는 장외 투쟁을 조직하겠다는 것이다.

양파 껍질처럼 터져나온 조국 일가의 특혜 의혹에 서민층·청년층은 큰 분노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문재인은 모르쇠로 조국을 법무장관에 임명했다. 이에 대한 청년·서민의 불만을 우파가 가로채 반사이익을 챙겨 보겠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신촌 등 대학생·청년들이 자주 가는 곳에서 집회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우파 단체들은 이미 연세대 정문 앞에서 홍보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조국 일가의 상류층 행태에 대한 서민과 청년들의 불만을 대변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국당이야말로 자본주의 체제의 수혜자들을 노골적으로 대변하며 그 수호자임을 내놓고 자처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을 보라. 그 딸의 대학 특혜 입학 의혹이 널리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그의 아들도 서울대에서 특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나경원은 아들이 미국 예일대에 입학했으므로 그것이 위법이 아니라고 하지만, 사학재단 집안과 판사 출신인 집권당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 아니라면 누가 고등학생에게 서울대 실험실을 빌려준다는 말인가?

음주운전 사고를 치고도 고액의 합의금으로 무마하려는 장제원의 아들, 군대 후임병에 대한 가혹행위와 마약 거래 등을 저지르고도 구속되지 않은 남경필의 아들, 정식 입사 지원조차 하지 않고도 KT에 편법 입사해 정규직이 된 김성태의 딸 등이 배경 덕분에 누린 온갖 특권 행위를 나열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지경이다.

한국당 정치인들은 개별적 특권만을 누린 게 아니다.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착취해 성장한 한국 자본주의를 일당독재로 뒷받침해 온 게 한국당의 역사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민주당 정부가 친기업·반노동 기조로 충실히 지배계급을 뒷받침해 왔지만, 한국 지배계급의 제1선호 정당이 한국당인 데에는 이런 역사와 전통, 인적 연결망이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 실패와 조국 사태는, 일당독재 시기에는 국가권력에서 배제돼 있던 민주당도 3차례 정권을 잡으면서 확실하게 지배계급 기반 정당으로 (비록 두 번째 지위를 갖는 정당이지만) 자리 잡아 왔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마르크스가 말한 전통의 무게 덕분에 한국당과는 다른 인상을 대중에게 주는 결과, 한국당과 본질이 별 다를 바 없는 인물들이 진보 개혁의 적임자인 양 위선을 떠는 것이다.

두루 인정되다시피 민주당은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 덕분에 집권했다. 그러나 촛불 운동은 표면적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부패에 항의한 운동이었지만, 그 근저에는 심각한 사회 불평등, 친제국주의 대외 정책 등에 대한 정당한 불만과 분노가 깔려 있었다. 바로 여기에 모순이 있다. 그리고 이 모순 때문에 민주당이 진보인 척해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진보연하는 위선과 당의 진정한 실체에 대한 폭로가 필요하다. 이는 독자적인 계급 정치로만 대변될 수 있다. 3년 만에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 하고 묻는 청년들이 좌파 정치에 관심을 가지도록 도와야 할 이유이다.

진보·좌파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우파가 반사이익을 얻어 다시 부상한다면, 민주당은 결국 지지 기반인 지배계급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서 (말은 어떻게 하더라도) 실천으로는 다시 우경화할 것이다. 탄핵 위기에서 벗어난 노무현 정부의 행태가 딱 그랬다. 그는 2004년 8월 초 기어이 이라크 파병을 강행했다.

그래서 이번 조국 논란에서 정의당과 민중당 등 진보계 주류가 민주당을 편드는 진영논리에 순응한 것은 위험하다.

진영논리와 민주당 차악론의 결과는 많고 많은 서민층 청년들의 허탈감과 분노가 공식 정치의 장에서 대변되지 못한 것이다.

독재정권은 물론이고 이전 민주당 정부도 경험해 보지 못했고, 정치 경험도 일천한 20대 청년 세대는 민주당이 (〈한겨레〉 등 일부 언론들의 도움을 얻어서) 감히 ‘진보’를 참칭하는 것이 사기극임을 잘 모를 수 있다. 보수 언론도 문재인 정부의 배신과 실패를 이용하고 진보·좌파를 싸잡아 비판하려는 목적으로 민주당을 진보·좌파로 취급한다.

이런 진영논리 하에서 진보·좌파가 차악론에 갇혀 있으면, “촛불 정부”를 참칭하는 문재인 정부의 진정한 친기업·친시장 실체가 드러날수록 우리도 도매금으로 같이 취급되기 쉽다. 이것이야말로 우파를 이롭게 하는 일 아니겠는가.

따라서 진보·좌파는 우파가 반사이익을 얻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정부의 배신과 개악을 낱낱이 들춰 내고, 계급 정치를 강화해 당면 투쟁들을 서로 연결시키려고 애써야 한다.

이 기사를 읽은 후에 “[이렇게 생각한다] 진보계 주류의 조국 지키기는 민주당 차악론의 모순과 위험성을 보여 준다”를 읽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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