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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미국의 취약성을 드러낸 볼턴 경질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을 경질하자, 영국의 국제관계학자 로렌스 프리드먼은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존 볼턴이 불쌍하게 보일 날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진짜로 없었다.” 반면 미국의 몇몇 진보 인사들은 트럼프 반대에 너무나 집착한 나머지 볼턴의 실각을 실제로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볼턴은 지난 공화당 정부, 즉 조지 W 부시 정부에서도 각료를 지내다 경질된 바 있다. 당시 볼턴은 이라크 침공을 가장 강경하게 옹호한 자들 중 한 명이었다. 이라크 침공은 부시가 지목한 “악의 축”에 대한 광범한 공세의 일환이었는데, 볼턴은 이라크·이란·북한뿐 아니라 쿠바·리비아·시리아로 공격을 확대하려 했다.

그러나 그런 공격은 결코 이뤄지지 않았다. 2003년 3월 이라크 침공에서 미국이 유례 없는 참패를 맛봤기 때문이다. 점령에 맞선 [이라크인] 무장 저항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이 어쩔 수 없이 손을 벌려야 했던 정당들은 시아파 무슬림에 기반이 있었다. 이라크인 다수는 시아파 무슬림이었고 이전 사담 후세인 정권 하에서 탄압받았다.

그런 정치인들은 이란 이슬람 공화국과 여러 연계가 있었다. 한편,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 맞선 무장 저항을 지원했다. 이란과 8년 동안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벌인 사담 후세인을 미국이 치워 준 덕분에 이란의 영향력은 저절로 커졌다. 이란은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성공적으로 지원하면서 영향력을 더한층 키울 수 있었다.

얼마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서 경질된 존 볼턴 ⓒ출처 Gage Skidmore

근본적 모순

그후 트럼프가 등장한다. 트럼프의 중동 정책은 근본적 모순과 씨름해 왔다. 트럼프는 전임자 버락 오바마처럼 한사코 또 다른 지상전에 말려들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중동에서 이란과 경쟁하는 두 강국,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친구들에게 떠밀려서 이란의 영향력을 억제하러 나섰다. 그리하여 트럼프는 오바마가 이란과 맺은 핵협정을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전면적 제재를 부활시켰다.

트럼프는 이런 “최대 압박”에 이란이 굴복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전략·정보 웹사이트 〈스트랫포〉의 논평처럼 “이란의 힘은 약할지 몰라도 이란의 전략은 성공적이다.” 이란의 전략은 경제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핵협정에 조인한 유럽연합 회원국들을 압박하면서, 호르무즈해협에서 선박과 설비를 공격해 자신이 세계 에너지 공급에 지장을 줄 수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9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정유 시설 두 곳에 대한 초정밀 무인기 폭격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생산 절반 이상을 마비시켰다.

〈스트랫포〉는 이렇게 지적했다. “결국 이란이 여름에 펼친 벼랑 끝 전술은 결실을 맺었다. 첫째, 이란은 자신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상당한 군사 위협을 가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둘째, 미국이 중동에서 또 다른 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트럼프가 극도로 꺼린다는 것이 훤히 드러났다.

“셋째, 이란이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무역 항로[호르무즈해협]를 위협했음에도 유럽 열강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전략에 더 긴밀히 공조하지 않았고, 오히려 프랑스 정부가 미친듯이 외교에 매달렸다. 이는 이란 외무장관 자바드 자리프가 프랑스 비아리츠 G7 정상회담을 깜짝 방문해서, 이란의 원유 재고를 담보로 150억 달러 규모의 신용공여를 이란에 제공하겠다는 프랑스의 제안에 관해 논의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반목

그러자 이제는 오히려 트럼프가 이란 대통령 로하니에게 정상회담을 하자고 매달렸다. 트럼프는 자신이 김정은과 거둔 ‘성과’를 재현하려 했다. 로하니는 트럼프가 그럴듯한 사진을 원한다면 포토샵으로 둘을 합성하면 될 것이라 조롱하며 대화 제안을 일축했다. 이란은 제재 중단을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볼턴은 부시 식 정권 교체를 일관되게 추구했다. 볼턴은 김정은과의 정상회담도 반대했고, 6월에 이란이 미군 무인기를 격추하자 걸프 지역에 지상군 12만 명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오히려 자신이 지시한 보복성 폭격을 취소했다.

볼턴은 또 다른 뉴스거리를 위한 트럼프의 계획에 반대한 것 때문에 경질된 듯하다. 트럼프는 미국이 패배한 또 다른 전쟁, 즉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기 위해 탈레반 지도자들을 캠프데이비드에서 만나려 했다. 이 시도는 무산됐다. 그러나 볼턴의 실각은 대(對)이란 매파에게 쓰라린 패배다.

다시 한 번 〈스트랫포〉를 인용하면, 이란의 위험천만한 전술은 “트럼프를 전쟁 직전까지 몰아붙이고 트럼프에게 대통령으로서 잊을 수 없는 악몽을 안겨 줬다. 미국이 또다시 이슬람 세계에서 군사적 수렁에 빠져드는 것 말이다.” 미국의 대외 정책은 아직도 이라크전 패배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67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