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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석유시설 피습:
미국은 대(對)이란 위협 중단하라

9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요 정유 시설이 공격당했다. 이 공격은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생산의 절반에 차질을 줬다. 유가가 한때 20퍼센트까지 폭등했다. 이는 걸프전 이래 최대 상승폭이다.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싸우는 후티 반군은 이번 공격이 자신들 소행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그럴 리 없다며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했고 이란은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누가 공격을 했느냐와 관계없이 중동 상황은 더 위험해졌다.

이번 공격에 대응해 트럼프는 “발포 준비” 운운하며 군사 개입을 시사했다. 6월 말 이란이 무인기를 격추했을 때 지나친 대응이라며 폭격을 실행 직전에 취소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진짜로 폭격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얼마 후 트럼프는 “전쟁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하는 등 모순된 말도 했다.

이를 그저 트럼프의 충동적 개성과 변덕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트럼프의 태도는 중동이라는 수렁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하지만 중동에서 완전히 손을 뗄 수도 없는 세계 패권국 미국의 처지를 반영한다.

트럼프는 9월 초에만 해도 예멘의 후티 반군,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추진했다. 미국 국무장관 폼페이오는 며칠 전에 트럼프가 이란 대통령 로하니와 유엔 총회에서 “조건 없는” 대화를 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은 불투명해졌고, 트럼프는 중동에서 발을 빼기가 더 어려워졌다.

〈워싱턴 포스트〉는 공격이 있고 며칠 후 미국 국방부 관료들이 트럼프에게 대응 자제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으로 방향 전환을 하려는 상황에서 … 이란과 유혈 충돌”을 감수할 수는 없다면서 말이다. 즉, 진정한 위협인 중국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연히 이란을 범인으로 지목하고도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은 미국으로서 체면을 구기는 일이다. 게다가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중동에서 영향력을 유지해야 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국방부 관료들이 직접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병력을 증파해서 압박을 키우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결국 중동의 불안정성을 부채질할 것이다.

평화협정을 진행하기 어려워진 이상 한동안 중동에서는 긴장이 계속될 것이다. 트럼프의 희망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일부 언론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석유 시장 주도권을 쥐게 됐다거나, 동맹국들에게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압박하기 좋아졌다는 등, 상황이 미국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보도한다. 그러나 이는 일면적인 관점이다. 오히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미국이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음을 보여 준다.

사실 최근에 트럼프가 호전적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을 경질한 것이 여러 국제 문제의 평화적 해결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리라고 기대하는 것도 지나치게 단순하다.

물론 볼턴의 경질은 미국의 상대적인 약화와 딜레마, 패권 유지의 해법을 둘러싼 미국 정부 내의 갈등을 반영한다. 그러나 미국 제국주의가 그 딜레마 속에서 위험한 모험을 택할 수 있다는 점도 봐야 한다. 그리고 제국주의 경쟁 논리와 중동 내 강국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이런 상황은 미국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파병 말라

한국군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반대하는 것도 무시 못 할 과제다. 일본에 함께 맞선다며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 말고, 미국 제국주의에 협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행보를 반대해야 한다.

호르무즈해협으로 파병할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청해부대 강감찬함은 아직 소말리아 아덴만에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청해부대를 호르무즈해협으로 보낼 만반의 준비를 해 놓았다. 강감찬함은 출항 전 호르무즈해협에서 작전을 펼칠 채비를 갖췄다. 정부는 파병에 대비한 훈련까지 실시했다. 최근 JTBC는 군 당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청해부대가 수행할 임무를 규정하고, 이란 정규군과의 충돌을 예상하며 분석했음을 입증하는 문건을 폭로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청해부대가 호르무즈해협에 가지 않았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애초에 강감찬함이 아덴만에 있는 것부터가 문제다. 아덴만은 서방의 지원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끔찍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예멘과, 제국주의 열강에게 유린당한 소말리아 사이에 있다. 소말리아 해적을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파견된 청해부대는 서방 세계가 이곳에서 패권을 유지하는 데에 일조해 왔다.

강감찬함이 있어야 할 곳은 아덴만도, 호르무즈해협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