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자정(현지 시각)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노동자 약 4만 6000명이 9개 주 52개 공장에서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 GM 조합원들이 전국적 파업에 나선 것은 2007년 이틀 파업 이후 12년 만이다.

GM은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파산 위기에 직면했었다. 미국 정부는 GM의 파산을 막으려고 약 50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구제금융을 제공했지만, 그것은 사측과 채권단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다. 노동자들은 대량해고, 대대적인 임금 삭감과 복지 축소 등 고통을 강요 받았다. 

“지금 파업 중!” 일자리, 임금, 노동조건을 지키려 피켓라인에 선 미국 GM 노동자들 ⓒ출처 UAW Local 2250

이후 GM은 노동자들의 희생을 딛고 회생했다. 지난해에만 약 80억 달러(한화로 약 9조 5000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런데도 사측은 또다시 노동자 약 1만 8000명(북미 전체 GM 노동자의 약 3분의 1)을 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파업의 직접적 방아쇠가 된 것은 공장 폐쇄와 정리해고다. 사측은 2020년까지 오하이오·미시간주(州)에 있는 GM 공장 네 곳을 폐쇄한 후 새 공장을 지어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2024년에나 지어진다는, 그조차도 상황에 따라 언제든 철회될 수 있는 계획은 1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에 대한 일자리 보장 대책이 전혀 될 수 없다. GM 노동자들이 “공장이 어려울 때 우리는 희생했다. 우리가 어려울 때 공장은 어디에 있는가?” 하고 분통을 터뜨리는 까닭이다.

그에 더해, 노동자들은 2008년 이후 빼앗긴 임금·노동조건 회복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신입사원의 임금을 깎는 이중임금제에 대한 분노가 큰데, 신규 노동자들이 이 제도 때문에 임금이 반토막 났을 뿐 아니라 연차가 연 3일밖에 보장되지 않는 등 매우 열악한 처지로 내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에 신규 조합원들이 다수 참가한 이유다.

건강보험료 사측 부담금이 삭감된 것도 중요한 쟁점이다. 전국민 대상 건강보험 제도가 없는 미국 노동자들에게 건강보험료는 큰 부담이다. 

UAW 지도부는 그간 밀실 협상을 추진하고 GM 파업 직전인 9월 13일에 크라이슬러와 포드에서 양보 교섭을 타결하는 등 투쟁을 한사코 피하려 했다. 그러나 GM에서는 노동자들의 아래로부터 분노가 커서 파업을 선언해야 했다. 미시간주(州) GM 비정규직·경비 노동자 수백 명은 지도부가 파업 선언을 하기도 전에 파업에 돌입했다.

고무적이게도 투쟁 열기는 GM공장 담벼락을 넘고 있다. GM 파업 돌입 직후 미국 운수노조 ‘팀스터즈’ 조합원 약 1000명은 GM 파업에 연대하며 GM 완성차 수송을 거부하고 나섰다. 부문을 뛰어 넘는 소중한 연대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GM 노동자들은, 사측이 9월 17일(현지 시각)에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건강보험료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 놓았는데도,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연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백악관은 개입하지 않겠다며 노사 간 원만한 합의을 촉구했지만, 이렇게 강 건너 불 구경하는 태도야말로 노동자들을 더 분통 터지게 하는 처사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당시 오하이오·미시건주(州) 등 제조업 강세 지역에서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했는데, 바로 그 오하이오주(州) 로즈타운에서 2019년 3월에 GM 공장이 폐쇄돼 노동자 약 1만 4000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반면 ‘민주적 사회주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버니 샌더스는 파업 직후 트위터에 연대의 글을 남겼다. “GM의 탐욕에 맞서 일어선 UAW 조합원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같은 날, 미국 민주사회주의당(DSA) 소속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도 “노동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존엄을 쟁취하려 용기 있게 파업에 나선 5만 GM 노동자들의 파업은 엄청난 영감을 주고 있다”며 연대를 보냈다.

미국 GM 노동자들의 분노는 한국GM 노동자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GM 사측은 ‘구조조정만이 살 길’이라며 군산 공장을 폐쇄하고 수천 명을 해고했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지난 2년여간 노동자들은 법인 분할, 임금 삭감과 노동조건 후퇴 등 끊임없는 고통에 시달렸다. 그래서 추석연휴를 앞두고 한국GM 노동자들도 사흘간 전면 파업을 했다. 

〈동아일보〉는 미국 GM 파업 상황에서 한국GM 노동자들이 “파업을 철회하고 사측과 합심하면 … [GM 사측에]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진실은 오히려 그 반대일 것이다. 미국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이때 한국 노동자들도 투쟁으로 압박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사측을 물러서게 할 방법이다.

노동자들에게는 사측을 타격할 힘이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GM 파업이 이번주를 넘겨 이어지면 3분기 예상 순이익이 10퍼센트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노동자들이 흔들림 없이 투쟁해 GM에 보기 좋게 한 방 먹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