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영국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에 실린 기사다. 비록 영국의 상황과 수치들을 다루고 있지만, 한국 여성 노동자들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영국 여성 약 100만 명이 폐경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호르몬대체요법(HRT)을 받는다.

그러나 가장 흔한 형태의 호르몬대체요법을 장기간 받은 여성들은 많으면 50명 중 1명 꼴로 유방암에 걸린다.

이것이 영국의 저명한 의학 저널 〈랜싯〉이 실시해 8월에 발표한 새로운 연구의 결론이다.

이 연구는 호르몬대체요법으로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애초 예상보다 2배나 클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 연구는 호르몬대체요법을 받고 유방암에 걸린 여성 10만 8000여 명을 조사한 전 세계 58개 연구의 자료를 검토한 것이다.

이 연구를 보면 호르몬대체요법을 오래 받을수록 유방암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

이런 결과는 호르몬대체요법을 받는 영국 여성 100만 명에게 충격일 것이다. 호르몬대체요법을 최장 5년까지는 받아도 안전하다고 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연구에 따르면 그 기간은 1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폐경기(menopause) 고통을 겪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원책이 필요하다

연구

옥스퍼드대학교 의학통계학·역학 교수 리처드 페토는,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해 호르몬대체요법이 유방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여성들이 확실히 알도록 경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그저 상관관계가 아니라 인과관계입니다. 호르몬대체요법이 유방암을 일으킨다는 것이죠.”

그러나 영국폐경학회는 호르몬대체요법의 위험성과 유익함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국폐경학회는 이번 연구 결과를 “호르몬대체요법이 증상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골격계·심혈관계에 도움이 되는 등 전반적인 이점이 있다는 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호르몬대체요법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새로운 연구와 그 요법을 강력하게 옹호하는 영국폐경학회 사이에서 여성들은 무엇이 건강에 좋은 선택인지 근심에 빠질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호르몬대체요법에 쓰는 알약, 패치, 젤, [피부 안에 심는] 임플란트 등의 공급망에 차질이 생겨 약국에서 구하기 어려워졌다. 제약 전문지인 《유러피언 파마슈티컬 리뷰》 웹사이트는 공급 부족 사태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가장 흔히 처방되는 호르몬대체제 중 거의 절반은 재고가 바닥날 것”이라고도 했다.

공급 부족 사태는 2018년에 시작됐는데, 몇몇 중국 기업들이 호르몬대체요법 패치 생산을 중단함에 따라 다른 형태의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 때문에 벌어졌다.

호르몬대체제는 오늘날 공급이 부족한 약 중 하나다. 공급이 부족한 약은 그 외에도 많다.

이제는 수십 종의 약이 “약가양허품목”에 들어간다. 여기에 포함된 약들은 원활한 공급을 위해 국민의료보험에서 더 많은 돈을 지불해서 사들인다.

호르몬대체제의 원리는 [폐경기에 줄어드는] 에스트로겐 혹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함께 보충하는 것이다.

의사들은 호르몬대체제 부족 사태로 많은 여성이 고통받을 것이라 우려한다.

가장 흔히 알려진 폐경기* 증상은 안면 홍조지만, 폐경기 증상은 여성마다 다르고 어떤 여성은 그 증상으로 크게 고통받기도 한다.

불안

폐경기가 오면 두근거림, 불안증, 우울증, 건망증, 질건조증, 불면증, 성욕 감퇴 등을 겪을 수 있다.

여성 중 80퍼센트가 이런 증상 중 몇 가지를 경험하는데, 4명 중 1명은 증상이 꽤 심하다.

폐경기 보건은 공중보건 사안으로 다뤄야 마땅하다.

즉 폐경기 보건은 필요한 사람 모두에게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한 약품의 원활한 공급도 개별 약사의 재량에 맡겨서는 안 된다.

호르몬대체요법이 일상적으로 폐경기 증상에 시달리는 많은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전체 폐경기 여성 중 20퍼센트만이 호르몬대체요법을 받는다. 현재까지 호르몬대체요법은 폐경기 증상에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실질적 처방*이다.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는 긴급한 공적 사안으로 취급돼야 마땅하다. 슬며시 감추거나 여성 개인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내버려 둘 문제가 아니다.

여성의 건강을 장기적으로 해치지 않는 대안을 찾는 연구에도 공적 자금을 투여해야 한다.


폐경기 여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기업주들

폐경기는 대부분 45세에서 55세 사이에 오지만 더 일찍 오는 여성들도 있다.

45~60세 여성 노동자 수는 500만 명을 넘는다. 25년 전보다 2배나 늘었다.

따라서 심신을 뒤흔들 폐경기 증상을 견디며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 여성들의 수는 꽤 상당할 것이다.

많은 경우 그들은 도움을 얻지 못한다. 스코틀랜드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한 노동자는 폐경기 경험에 대해 〈가디언〉에 기고했다.

사측인 국민건강보험은 합당하게 근무 시간을 조정해주지 않았다.

“근무 교대 시간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지만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마치 능력도 안 되는 사람이라는 듯, 게으름을 피우려 한다는 듯이 말이다. 공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메시지는 분명했다. 참아. 참기 싫으면, 말 안 해도 알지?”

이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을 보장하는 법은 딱히 없다.

상업유통노조(Usdaw)의 조사를 보면 여성 중 절반은 아파도 관리자에게 말을 꺼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여성들이 폐경기에도 계속 일을 할 수 있게 하려면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에 더해 적절한 관리자 교육, 폐경기 휴가제, 탁상용 선풍기, 더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작업복, 융통성 있는 작업 환경, 조용한 휴게실 등이 필요할 수 있다.

호르몬대체요법의 대안은 안전한가

암 발병율을 높이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모든 여성들이 호르몬대체요법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호르몬대체요법의 대안들이 더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체동등합성호르몬대체요법(CBHRT)은 여성들의 호르몬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물질을 맞춤형으로 제작·투여하는 것이다.

사설 병원·의원 소속 약사들이 이 요법을 처방하곤 한다.

그러나 영국폐경학회는 이런 맞춤형 합성 물질이 보통의 호르몬대체요법처럼 규제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영국폐경학회 소속 산부인과 전문의 하이담 하모다는 이렇게 말했다. “업계 전문가 모두가 합성 호르몬 요법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 요법은 안전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