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번역, 마시멜로 출판, 2015년, 632쪽, 14800원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원제: 빅 리틀 라이즈 Big Little Lies)은 호주의 여성 작가 리안 모리아티의 2014년 장편소설이다. 한국에서는 2015년 10월에 번역 출간됐다. 모리아티는 전 세계에서 1000만 부 이상 판매된 소설 《허즈번드 시크릿》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도 큰 반향을 얻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7부작 드라마가 2017년 미국 HBO 채널에서 방영됐다. 니콜 키드먼, 리즈 위더스푼, 셰일린 우들리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다. 시즌1이 인기를 얻자, 배우 메릴 스트립이 합세한 시즌2가 올해 새로 만들어졌다.  

이 소설은 호주의 한 해변가(피리위 반도) 중산층 마을의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미스터리하고 충격적인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겉보기엔 평온한 각 가족이 품은 남모를 속사정과 충격적인 비밀이 한 꺼풀씩 드러나고, 이것이 한 아이의 작은 거짓말과 결합되면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다.

작가 리안 모리아티는 이 과정을 매우 흥미진진하고 솜씨 좋게 버무려내며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두꺼운 장편임에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 단숨에 책장을 넘기게 된다.

특히 소외와 여성 차별이 사람들 간의 관계와 여성의 심리 이면에 미치는 영향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계급 격차 문제도 배경으로 깔려 있다. 그리고 누군가의 사소한 거짓말이 편견과 은밀한 속삭임들을 거쳐 어떻게 악의적인 소문이 되고 파괴적인 결과를 낳는지도 잘 그려냈다. 등장 인물들의 사연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누군가는 겪을 법한 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계급 격차

같은 초등학교 예비학교에 자녀들을 등교시키게 된 세 명의 여성 ― 제인, 매들린, 셀레스트 ― 은 우연한 기회로 친해진다. 그런데 초등학교 예비 설명회에서 제인의 아들이 한 여자 아이의 목을 조른 가해자로 지목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 뒤에도 그 여자 아이에게 괴롭힘을 은밀하게 지속했다는 소문이 돈다.

제인의 아들은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말한다. 하지만 정작 누가 그랬는지에 대해선 무슨 이유에선지 입을 다문다. 목격자 없이 5살짜리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의 진실이 드러나기까지는 몇 개월이 걸린다. 그리고 결국 이것은 여자 아이의 가여운 거짓말임이 드러난다.

하지만 악의 없이 시작된 이 작은 거짓말은 어른들의 손에 의해 엄청난 일로 커져버린다. 여자 아이의 엄마(레나타)는 자기 딸이 거짓말할 리 없다고 믿고 제인의 아들이 가해자라고 단정하며 대놓고 집단 따돌림을 한다. 학부모들은 레나타와 제인을 두고 편가르기를 하고, 사건의 진상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작 5살인 제인의 아들을 학교에서 내쫓자는 탄원서까지 돌기 시작한다. 이는 제인의 가족에게 깊은 상처와 위축감을 안긴다. 

자녀들을 둘러싼 엄마들 사이의 묘한 경쟁심은 이런 사태 전개를 부추긴다. 그리고 여기에는 가난한 노동계급 싱글맘인 제인에 대한 다른 학부모들의 무시와 편견도 녹아 있다. 사람들은 “남자애들한텐 역할 모델이 되어줄 남자 어른이 있어야 해요” 따위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흘린다. 고상하지 못한 제인의 옷차림과 행동들도 백안시의 대상이 된다.

제인은 20대 싱글맘으로, 40대 초반의 다른 학부모들이 젊은 보모로 오해할 정도로 이 마을에서 이질적인 존재다. 제인은 혼자서 생계를 꾸려 나가려고 경리 일을 한다. 그녀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끔찍한 과거의 기억에서 도망치듯 살아 왔고 6개월 이상 한 곳에 머무른 적이 없다. 과거의 트라우마는 여전히 그녀를 지배하고 있다.  

반면, 레나타는 잘 나가는 펀드 매니저다. 프랑스인 보모도 두고 있다. 그녀의 딸(제인의 아들을 자기 목을 조른 가해자로 지목한)은 영재다. 레나타는 자기 딸이 다른 평범한 아이들과 같은 공립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 불만스럽다. 몇몇 엄마들은 레나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안달이다.

또 다른 한 학부모는 이 마을의 계급 격차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피리위 반도엔 근로자가 정말 많아요. 우리 남편 스튜처럼요. 근로자들은 지상의 소금이죠 … 지난 10년간 부유한 회사 간부나 거들먹거리는 은행 간부들이 이곳으로 이사 와서 벼랑에 삐까뻔쩍하고 커다란 저택을 지었어요. 하지만 두 집단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초등학교는 딱 하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학교에서 행사가 있으면 배관공이건 은행가건 수정 요법사건 간에 모두 모여서 대화를 할 수밖에 없어요. 정말 웃긴 일이죠. 폭동이 일어나는 게 당연하다고요.”

이 소설은 “무고한 사람도 용의자가 될 수 있”고, 이런 종류의 문제에 접근할 때는 성급한 단정과 조리돌림이 아닌 신중하게 진실을 찾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삶의 지혜를 보여 준다. 다행히 진실은 밝혀졌지만, 만약 끝내 그러지 못했다면 이 한부모 가족은 얼마나 더 부당한 질시를 받으며 마음의 지옥에 갇혔을까? 상상만으로도 고통스럽다.

가족들의 어두운 단면

한편 매들린은 세 아이의 엄마이자 시간제 노동자로 일하며 재혼 가정을 꾸려가는 당찬 여성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남모를 상처가 있다. 이는 매들린의 마음 속에서 질투와 배신감의 소용돌이를 끊임없이 불러일으킨다. 그 분노는 때때로 엉뚱한 곳으로 표출된다.

또 다른 주인공 셀레스트는 “완벽함이라는 환상이 주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한때 변호사였던 그녀는 지금은 쌍둥이 아이들의 엄마이자 부유한 남편의 아내로 산다. 그녀의 남편은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 헤지펀드 매니저다. 남편이 번 돈으로 셀레스트는 한나절 만에 국제 자선단체에 2만 5천 달러를 기부한다. 그녀의 남편은 페이스북에 근사하고 풍요롭고 다정한 가족의 일상을 올린다. 페이스북 상에서 이 부부의 삶은 누구나 흠모할 만큼 완벽해 보인다. 

그러나 셀레스트는 이런 삶이 “만족스럽지도 자랑스럽지도 기쁘지도 않았다. 그저 구역질이 났다.” 이 부부의 삶은 커다란 모순으로 가득차 있다. 결국 이 모순은 충격적인 살인 사건의 기폭제가 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저마다 젊음과 날씬함과 아름다움에 남몰래 집착하고,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기도 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 사회가 여성들에게 가하는 외모 압박을 잘 표현해 냈다. 가정 폭력과 학대에 처한 여성들의 고통과 복잡하고 모순된 심리 묘사도 탁월하다.

이 소설의 제목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은 단지 제인의 아들에게 누명을 씌운 한 여자 아이의 거짓말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각자가 감추고 사는 크고 작은 비밀과 위선의 껍질이 벗겨지면서 이런 평온한 마을에선 결코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던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과정을 함축하는 듯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소외와 계급 격차, 여성 차별의 민낯이 폭로된다.

우리 사회의 인간 군상들, 특히 여성들이 겪을 법한 삶의 복잡미묘한 이면을 흥미롭게 풀어낸 이야기를 찾는다면 이 소설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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