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명은 국제사회주의경향(IST) 소속 아프리카 단체들의 공동 성명이다.


1.

아프리카 대륙의 국제사회주의자들은 9월 초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충격에 빠뜨린 일련의 반(反)이주민 폭력 사태를 단호히 규탄한다. 남아공에서 일어난 같은 처지의 가난한 이주민 노동자 이웃들에 대한 공격, 그에 대해 콩고·나이지리아·잠비아 등지에서 일어난 보복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는 무분별한 행동이다.

10년 넘게 이어지는 세계경제 위기 동안 이주민 혐오와 인종차별이 심해졌다. 우파 정치인들과 기업들은 절망과 좌절의 심연에 내던져진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분노를 악용하고 있다.

2. 

민족주의, 인종차별, 종족차별 등 이주민을 적대하는 정치는 모두 노동계급, 지역 공동체, 실업자들을 분열시키기 위한 것이다. 가난한 남아공 노동 대중의 적은 다른 나라에서 온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다.

진정한 적은 남아공 자본가들과 그들과 연계된 외국 제국주의 세력들이다.

이들이 함께 운영하는 대기업들은 내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 모두를 착취해서 매년 막대한 부를 번다. 그러나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은 질 좋은 의료·교육·토지·주택·일자리·임금을 누리지 못하고, 일자리가 있어도 입에 풀칠만 겨우하는 임금을 받을 뿐이다.

광물·에너지 복합체, 정보통신, 소매 부문의 대기업들은 (그중 많은 기업이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남아공에서 나오는 이윤을 선진 자본주의 국가로 반출하지, 남아공 노동계급을 고용하는 데에 재투자하지 않는다.

한편 그 남아공 대기업들은 국내외에서 소규모 산업을, 특히 비정형 경제와 농촌 경제의 소규모 산업을 붕괴시키는 데에서 커다란 구실을 했다. 대규모 생산의 위력을 이용해서 말이다. 이는 이웃 나라 노동자들이 남아공으로 이주하는 주요 요인이었고, 이렇게 이주한 사람들은 가난한 남아공 노동자들과 함께 흑인 거주 지역과 판자촌에서 근근이 살아 간다.

가난한 남아공 사람들의 삶은 샌튼[남아공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의 부촌]의 부자들보다 가난한 이주민들과 공통점이 훨씬 많다.

3. 

9월 첫 주 동안 최소 5명의 사망자를 낸 이번 이주민 공격 사태는 남아공 정부가 완전히 책임을 져야 한다. 이에 앞서 7월에는 ‘전국화물차운전사포럼’이 조직한 일련의 “남아공 기사가 먼저다, 외국인 기사 꺼져라” 파업·시위가 벌어졌다. 그 후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주기적으로 반이주민 폭력 사태가 되풀이되는 가운데, 외국 국적 트럭 운전사를 폭력·협박·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할 시급한 조처를 마련”하라고 남아공 정부에게 촉구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2018년 3월 이래 200명 이상(대부분 외국인 트럭 운전사들)이 살해당했다”고 지적하며 “[남아공] 정부가 3월 25일 이주민 혐오에 맞선 국가적 대응 계획을 발표한 것 외에는 거의 아무 일도 하지 않았”음을 보여 줬다.

4. 

여태껏 정부가 말로는 이주민 혐오를 근절하겠다면서도 실천적으로는 무대응인 이유는 알기 어렵지 않다. 노동계급 일부가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빈농들을 적으로 돌리게 하면, 자본가들이 모든 노동자를 체계적으로 착취하는 현실, 이런 체제를 남아공 정부가 (다른 모든 나라 자본가 정부들처럼) 전폭적으로 뒷받침하는 현실에 대한 계급적 분노를 엉뚱한 데로 돌릴 수 있다. 따라서 이는 남아공으로 온 이주 노동자들뿐 아니라 남아공 노동자도 겨냥한 것이다.

정부 관료들은 이주민 혐오를 부채질하는 데에 오랫동안 적극 일조해 왔다. 노동자가 같은 노동자를 공격하는, 얼마든지 예방 가능했던 이번 폭력 사태가 한창일 때에도, 가나 주재 남아공 대사 룰루 싱와나는 아프리카의 모든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해서 사람들이 “한 나라로 몰려들지 않게 하면” 된다는 식으로 문제를 축소했는데, 이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5.

이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며, 남아공 정부 관료들의 국수주의를 밝히 드러낸다. 유럽·미국·호주에서 일어난 반(反)이주민 정서에 맞서 전 세계 활동가들이 거듭 강조했듯이, 이주할 권리는 기본권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인류 전체가 이주민[의 후손]이다.

그러나 쟁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오늘날 아프리카 대륙 내, 또는 대륙을 넘어선 이주의 동학에는 일자리 부족(여기에 더하여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불안정해지는 현상)뿐 아니라, 자본주의적 성장의 위기가 핵심에 있다. 특히 아프리카 맥락에서 이는 [식민 지배 종식 후 부상한] 이집트의 나세르, 가나의 은크루마, 남아공의 만델라, 짐바브웨의 무가베 등이 대표하는 아프리카 민족주의 자본가계급이 신식민주의·자본주의의 굴레를 깨지 못했음을 반영한다. 아프리카 민족주의 자본가계급은 제국주의보다 노동자·빈농의 저항을 더 두려워하며, 결국 자신의 계급적 이해관계에 따라 제국주의와 타협하고 제국주의의 하위 파트너가 됐다.

자본주의적 “발전”의 성격이 문제의 근원임을 호도하려는 시도는 이주민·외국인 혐오 정치에서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아프리카 나라에서 여러 유산계급 세력들은 자신들이 대표하는 체제의 실패에서 대중의 눈을 돌리기 위해 민족적 차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왔다. 예컨대 부르키나파소, 가나, 나이지리아에서 풀라니족(族)은 불안정을 몰고 오는 자들이라고 악마화돼 왔다.

6.

세계경제 위기가 10년 넘게 계속되고 인류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기후 재앙이 닥쳐오는 것을 보면, 자본주의가 인류 대다수의 삶과 생명, 지구를 파괴하는 사회경제 체제임은 분명하다. 자본주의 체제를 타도하여 국제사회주의로 대체해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국제사회주의는 국경 없는 새 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노동계급 대중의 연대와 자의식적 행동에 뿌리를 둔다. 그러려면 노동계급 조직들이 양질의 일자리, 생활임금, 토지, 보편적 사회안전망, (공적 자산을 사적 자본가에게 퍼주는) 민영화 중단, 낙후한 곳의 발전, 노동자·빈농·도/농 실업자에게 제공되는 실질적 복지를 위해 싸워야 한다.

7.

이런 노동계급의 연대와 자의식적 계급 행동은 지금 당면한 이주민 혐오 정치의 확산을 저지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9월 7일 나이지리아 카노에서는 대학생들이 “이주민 혐오에 반대한다” 시위를 벌였고, 9월 14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는 ‘외국인혐오반대민중연합’이 ‘#ShutDownXenophobia’ [외국인 혐오 저지] 행진을 개최할 것이다. 이 행진에는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지역 단체, 개인 활동가들이 결집할 것이다. 우리는 여러 노동계급·청년 조직들의 이와 같은 움직임을 환영한다.

아프리카 대륙 전역의 조직 노동운동은 이주민 혐오와 국수주의에 맞선 대규모 운동 건설에서 주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 운동은 좋은 일자리, 토지, 사회안전망, 보편적 복지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과 연결돼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노동조합 운동(각국의 전국적 노동조합 연맹 중앙, 국제적 노조연맹의 아프리카 지부, 노동조합, 비공식적 노동자 단체들도 포함), 사회주의 조직들, 시민 단체들에게 즉각 공동행동을 벌일 것을 촉구한다!

8.

‘노동자 단결을 옹호하는 아프리카 대륙 행동의 날’ 시위를 가능한 한 빨리 개최하는 것이 그런 공동행동의 한 방편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노동계급에 기반한 정치를 재건하는 더 커다란 흐름의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일부여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정치로 아프리카 전역에서 양질의 일자리, 생활 임금, 존중, 민주적 사회 운영을 쟁취하기 위한 노동계급의 단결·연대·투쟁을 건설해야 하며, 국제 노동계급 운동의 일부로서 전 세계 노동계급 대중이 겪는 고통의 핵심 원인인 자본주의 체제를 분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해서 투쟁하라! 우리가 잃을 것은 사슬뿐, 얻을 것은 온 세계다!

2019년 9월 12일
국제사회주의단체(가나), 사회주의노동자청년동맹(나이지리아), 킵레프트(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제사회주의단체(보츠와나), 국제사회주의단체(짐바브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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