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전강 투쟁은 차별 없는 학교를 만드는 투쟁의 중요한 일부다 2017년 7월 28일 대량 해고에 항의하는 영전강 기자회견 ⓒ이미진

9월 28일 전국의 영어회화전문강사(이하 영전강)들이 청와대 앞에 모여 투쟁 결의대회를 연다. 고용 안정(무기계약직 전환)과 처우 개선(전국적으로 교육공무직과 동일한 처우 적용)이 핵심 요구다.

영전강들은 자칭 ‘촛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컸다. 문재인은 대선 때 영전강의 고용 안정을 약속했다. 그러나 영전강을 비롯한 비정규직 교·강사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매몰차게 제외해 버렸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는 국가인권위의 권고와 고등법원의 판결도 무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오히려 자신들의 고용과 처지가 불안해지는 것을 보면서 영전강 노동자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영전강은 학교비정규직 중에서도 고용 불안이 매우 심각한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매년 재계약을 위해 평가를 받고 4년마다 신규 채용에 응해야 한다. 지난 6년간 절반이 넘는 영전강이 해고됐다. 몇 년을 일해도 월급은 항상 “새내기 월급”이라, 지난 10년간 물가 인상을 고려하면 실질 임금은 되레 줄었다.

강사직군이라는 이유로 교원 대우도 못 받지만 교육공무직으로도 인정받지 못해, 근속수당, 정기상여금, 가족수당, 교통보조비 등의 수당과 상여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서야 겨우 급식비와 명절상여금을 받기 시작했지만, 울산·제주·대구·경북 등 일부 지역은 이마저도 못 받는 형편이다. 단체협약도 적용받지 못하고, 고용 불안 때문에 병가나 육아휴직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

영전강이 이렇게 열악한 처지로 내몰린 것은 잘못된 제도와 무책임한 정부 행정 탓이다. 그런데 최근 교육부가 영전강에 관한 특별교부금을 아무런 대책 없이 중단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들린다. 교육부의 예산 삭감은 가뜩이나 불안한 영전강의 고용을 더한층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스포츠강사 인건비를 지원해 오던 문화체육부가 예산 지원을 중단하면서 스포츠강사가 대량해고를 겪은 바 있다. 정부는 영전강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해 충분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진보’ 교육감

‘진보’ 교육감들도 영전강의 기대와 바람을 외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017년 6월 “4년 이상 근무한 영어회화전문강사는 무기계약직에 해당한다”는 2심 법원의 판결이 나왔지만, 교육감들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고 핑계 대며 무기계약직 전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내 직군·직종 간 차별을 조장하며 처우 개선도 외면해 왔다. 최근 노옥희 울산교육감은 자신이 약속했던 명절상여금(100만 원)조차 못 내놓겠다고 해서 비판을 받고 있다.

제도나 법령, 예산 핑계를 대지만 교육감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조차 하지 않고 있다. 불충분하지만 충북과 경남 교육청은 영전강을 교육공무직으로 인정해 각종 수당을 지급하고 단협을 적용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영전강 4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교육청의 자발적 조처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설사 제도와 법령에 걸림돌이 있더라도, 불의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굳이 ‘진보’ 교육감을 뽑을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정규직 교사들의 연대

역대 정부는 정규 교원을 늘이지 않고 비정규직 강사들(산학겸임교사, 영전강, 스포츠강사, 다문화언어강사, 예술강사 등)을 늘려 왔다. 비용을 절감하고 구조조정과 노동통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영전강의 투쟁은 이러한 교육적폐를 청산하고 차별 없는 학교를 만드는 투쟁의 중요한 일부다.

안타깝게도 영전강 제도의 문제점을 이유로 영전강의 고용 안정을 지지하지 않는 정규 교사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영전강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의 희생자일 뿐 그 정책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앞으로도 정부는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면서 비정규직 강사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비정규직 양산을 막고 비정규직 제도를 폐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재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정부는 ‘예비 교사와의 형평성’ 운운하면서 비정규직 교·강사들을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했다. 그러고 나서 이듬해 신규 교사 임용을 점차 줄이고 중장기적으로 교원 수를 감축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영전강과 스포츠강사가 지속적으로 해고되는 동안 초중등 정규 교원 수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교·강사와 예비교사, 정규직 교사를 이간질하면서 각개격파해 온 것이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경제 위기를 핑계로 학급 수와 교사 수를 줄이고 있다. 교육 긴축은 정규직 교사의 처지도 점점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정부는 교육노동자들 사이의 분열을 이용해 약한 고리부터 공격하지만, 그 칼날의 끝은 정규직 교사를 향해 있다.

따라서 정규직 교사들은 자신들의 조건을 방어하고 교육의 질을 지키기 위해서 비정규직 교·강사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한다. 학교노동자들이 단결하면 사용자들의 공세에 더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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