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교육을 억압하는 광주시교육청에 항의하는 시위가 9월 25일에도 열렸다 ⓒ제공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

9월 23일, 광주 남부경찰서가 도덕교과 시간에 성평등 교육을 했을 뿐인 배이상헌 교사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성평등 교육을 성범죄라고 몰아세우는 광주시교육청이 자신들의 독단과 권위주의를 정당화하고자 끌어들인 억압 기구들이 활성화돼 작용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프랑스 여성 감독이 제작하고 전교조 여성위 등 여러 여성단체들이 추천한 성인지 교육용 영상 〈억압받는 다수〉 상영과 배이상헌 교사의 일부 발언을 실제 내용과 맥락에서 떼어내 ‘성 비위’로 경찰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에게 소명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당사자에게 구체적 혐의 내용을 알려 주지도 않았다.)

명백한 수업 활동, 그것도 성평등 교육을 아동복지법 상의 ‘성적 학대’ 행위로 처벌하겠다는 것은 완전히 터무니없고 지독히 억압적이다. 일부 학생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하지만, 강압적 성적 행위와 무관하고 성차별적 함의도 없는 수업의 내용이 어떻게 10년 이하의 징역과 교직 박탈까지 가능한 중범죄가 될 수 있는가!

경찰의 방침을 보도한 연합뉴스 기사를 보면, 교사가 학생들에게 노출 장면이 포함된 단편영화를 틀어 준 것 자체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라고 한다. 성적 장면이 포함된 해당 영상을 남녀 혼합반에서 공개적으로 상영한 점 등이 일부 학생들에게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다고 경찰이 판단했다고 한다.

현 사회의 남녀 구도를 뒤바꿔 보여 줘서 여성 차별의 현실을 고민해 보게 하려는 영화의 취지와 무관하게, 편협함과 심한 편견으로 그저 노출 여부만 따져 수업을 범죄화하려는 것이다. 이는 성에 대해서는 무엇이건 말해선 안 되고, 남녀가 함께한 자리에서는 성교육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다름없다. (그렇지 않으면 형사 처벌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부패한 검경의 적반하장 단죄

부패한 억압 기구인 경찰과 검찰이 청소년들에게 금욕주의를 강요하는 억압적인 관행을 계속 유지하려 한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검경은 진보 교사의 성평등 교육을 단죄할 자격이 없다. 부유층이 고객인 강남의 클럽 버닝썬의 범죄를 비호한 게 경찰과 검찰이었고, 조국 민정수석 하에서 청와대에서 근무한 윤규근 총경도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자를 비롯해 처벌된 경찰과 검찰 인사들은 거의 없다. 수사기관이 성인지 교육용 영상을 문제 삼아 성평등과 학생 인권 교육에 30년 넘게 헌신해 온 양식있는 교사를 형사 처벌하려는 것이 더욱 역겨운 이유다. 

성범죄와 교사의 교육 활동을 분간하지 않고 무조건 수사 의뢰할 수 있게 한 교육부 방침은 스쿨미투의 취지를 왜곡하고 되레 성평등 교육을 위축시킨다. 또한 교육청의 독단주의와 학교 관리자들의 보신주의를 더 부추기고 있다. 진보 교육감을 자처하면서도 부당하게 진보 교사의 교육 활동을 탄압하며 검경에 넘긴 장휘국 교육감은 수구적 국가관료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학생 보호’ 운운하며 배이상헌 교사 방어 운동을 스쿨미투에 대한 보수적 반격으로 곡해해 왔다. 일부 여성단체들과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배이상헌 교사의 행동이 스쿨미투의 성과를 무로 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교조 여성위 일부도 이런 견해에 동조한다.

그러나 이는 결코 여성 다수의 견해가 아니고 심지어 전교조 여성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조차 되지 못한다. 오히려 상당수 여성위원들이 배이상헌 교사를 변호하며 광주시교육청 방침을 비판하고 있다.   

물론 스쿨미투에서 제기된 많은 사건들은 실질적인 학생 피해를 담고 있다. 학생들이 심각한 피해를 겪었지만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경우도 많다. 학생들의 정당한 항의 목소리가 무시될까 우려하는 정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진술을 진중하게 다뤄야 하지만, 이것이 곧 학생 진술을 절대시하는 것이 돼서는 곤란하다. 각 사안의 사실관계와 맥락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이것은 교사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교육청이 제대로 된 진상조사도 없이 민원만으로 성범죄 여부를 판단하고 수사기관에 넘긴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되돌리기 힘들다. 면밀하고 공정한 진상조사를 통해, 처벌해야 할 문제와 교육이나 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을 구별해야 한다. 

심각한 성범죄는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 그러나 수업 시간의 교사 발언을 강간이나 성추행 등의 강압적인 성적 행위와 동격으로 다루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리 되면 이번 사건처럼 비하나 차별의 함의가 없는 발언이나 영상 상영도 오해나 곡해에 의해 성희롱, 심지어 “성폭력”으로 취급받게 된다. 

물론 교사의 수업 발언 중에도 학생들이 듣기 괴로운 부적절한 발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구체적 내용과 맥락을 따져서 그 특성(고의성, 지속성 등)에 걸맞은 조처가 이뤄져야지, 무조건 수사와 처벌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국가기구로서 교육청의 권위주의적 대책은 학교에 성평등이 확산되게 만들기보다 불필요한 갈등을 자아내며 학교 현장을 더 황폐하게 하고 있다. 교사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9월 21일 전교조 주최 스쿨미투 토론회에서 여성정책연구원의 박선영 선임연구위원은 교육부의 신고의무제와 엄벌주의를 비판했다. 심각한 성범죄도 아닌 사건들이 중범죄로 취급되며 대거 사법처리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전교조 조합원들에게는 제법 알려졌듯이, 이 토론회 자체는 전교조 지도부가 자기 조합원인 배이상헌 교사 방어를 회피하고, 애초 약속과 다른 주제와 패널로 개최한 면피성 토론회였다.)

스쿨미투를 지지하며 이 토론회에 참가한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교육 당국의 처벌 위주 대응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청소년 활동가는 “교육청은 교사도 학생도 보호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만을 보호할 뿐이다” 하고 일갈했다. 또 다른 청소년 활동가도 스쿨미투의 정당성을 밝히면서도, 여러 문제들이 혼재된 복잡한 상황을 엄벌주의로 대처하는 당국의 방침에 비판적 의견을 나타냈다. 배이상헌 교사의 처벌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확산되는 배이상헌 교사 옹호 목소리

이번 사건으로 많은 교사들이 심리적 부담을 토로하며 성(평등) 교육에 열의를 잃고 있다는 얘기들이 전교조 교사들에게서 많이 나오고 있다. 성교육을 하다 민원에 시달리며 부당한 징계를 받은 교사들의 사례가 다반사이지만, 이번처럼 전교조 광주지부장 출신인 장휘국 교육감이 성평등 교육에 오랫동안 헌신해 온 전교조 교사를 성범죄자로 낙인 찍으며 수사 의뢰한 상황이 특히 충격을 주고 있다.

동시에, 배이상헌 교사 방어를 회피하는 전교조 지도부에 대한 교사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미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참가자 약 80퍼센트가 배이상헌 교사 방어 서명에 동참했고, 서명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기층의 압력이 커지자 9월 24일, 전교조 지도부는 사건 발생 70여 일 만에 성명을 냈다. 하지만 정작 당면 핵심 문제는 회피했다. 배이상헌 교사 방어 없이, 교육부의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개정하고 성비위 심의 기구를 교육청에 마련하라는 내용에 그쳤다. 생색일뿐더러 이번 사태를 초래한 광주시교육청의 책임도 묻지 않았다. 

물론 교육부 매뉴얼과 신고의무제 등 여러 문제점들은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안이 검찰로 송치된 상황에서 전교조가 구체적인 조합원 방어 문제를 회피한 일반적 성명서를 낸 것은 그간의 무책임한 회피를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배이상헌 교사 방어 문제를 연단에서 다루지 못하게 한 9월 21일 전교조 토론회처럼 지도부의 면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교조 지도부는 더는 회피하지 말고 배이상헌 교사 방어에 당장 나서야 한다.

배이상헌 교사를 지지하는 전교조 교사들은 대의원들의 압도적 정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지도부의 방침에 항의하며 전국의 전교조 지부 대의원대회에서 배이상헌 교사 방어 서명을 받는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확산되는 배이상헌 교사 옹호 목소리 9월 25일 전교조 전북지부 대의원대회에서 교사들이 배이상헌 교사 지지 서명을 받았다 ⓒ제공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

성평등 수업이 처벌받을 상황이라는 소식에 교사나 진보적 교육운동가들뿐 아니라 평범한 많은 사람들도 놀라고 분노하고 있다.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이 받는 서명에 1주일도 채 안 돼 1500명가량이 참가했다. 이 서명은 수사기관의 수사 중단과 광주시교육청의 직위 해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 사안의 검찰 송치 소식을 보도한 연합뉴스 보도가 다음 포털에 오르자 4시간 만에 1400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이 검찰 송치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경찰의 기소의견이 터무니없고 교사들이 처벌의 위협 없이 수업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더 개방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교조 장효진 교사의 제안으로 〈억압받는 다수〉의 감독 엘레오노르 푸리아를 포함해 프랑스와 영국 등지의 교사와 진보적 활동가들이 배이상헌 교사를 방어하는 국제적 활동도 벌일 예정이다.

수업 검열과 처벌이 아니라 개방적이고 포괄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 국가의 성평등 교육 억압에 반대하는 배이상헌 교사 방어 운동에 지지를 제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