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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가 말한다:
김용균 특조위가 밝힌 위험의 외주화, 기막힌 발전소 현실

이 글은 민주노총 발전노조 한전산업개발발전본부 사무장이자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인 이태성 씨(사진)가 맑시즘2019 ‘산업재해와 자본주의 —  말뿐인 안전 약속에 계속되는 고통’ 워크숍에서 연설한 내용을 녹취한 것이다. [  ] 안의 말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노동자 연대〉 편집팀이 삽입한 것이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이태성 간사 ⓒ조승진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 자리가] 앞으로 발전소가 죽음의 사업장이 아니라 정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소중한 전기를 생산하는 노동 현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여러 동지들과 함께 싸우고 결의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김용균 스물네 살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에 정부는 특조위(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발전소가 왜 이렇게 죽음의 사업장이 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특조위 결과를 듣고 나서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도 특조위원으로 참여해서 발전소 현장을 누구보다 빨리 알렸지만 그 과정에서 말할 수 없는 심각한 트라우마까지 겪게 됐는데요. 그 결과를 여러분들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작업 절차 지켜서 죽었다”

8월 19일 특조위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말 그대로 충격이었습니다. 2018년 12일 10일 밤 10시 40분경에 스물네 살 청년 노동자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취급 설비인 컨베이어벨트에 머리와 몸이 분리돼서 사망했습니다.

그는 작업 지시 절차를 다 지켰기 때문에 죽었습니다. 발전소에는 매뉴얼이 있습니다. 작업 지시를 합니다. [김용균 씨 회사인 한국발전기술이 작성한 작업지침서를 보면] “유의사항: 벨트 및 회전기기 근접 작업 수행 중에는 비상정지되지 않도록 접근 금지.” 벨트가 서지 않도록, 비상 정지가 되지 않도록 낙탄이나 설비를 잘 점검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런 절차를 고(故) 김용균 노동자는 지켰습니다. 그리고 ‘석탄 취급 설비 낙탄 처리 일지’를 매일매일 보고하게 했습니다. 그는 아주 성실히 현장에서 일했습니다. 그가 일했던 작업 방식 모습입니다.

고 김용균의 작업 모습 재현 ⓒ출처 고 김용균 특조위

그런데 왜 안전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요? 발전소 설비는 원청인 발전사 소유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청 노동자가 아무리 개선 요청을 하더라도, 원청이 그것을 개선해 주지 않으면 개선되지 않습니다. 원-하청의 위계 구조 때문입니다.

발전사의 ‘위험의 외주화’ 구조

[발전소의] 소유와 운영이 분리돼 있습니다. 하청업체 노동자는 설비 운영 권리는 없고 의무만 강요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개선을 요청하더라도 무시되기 일쑤였습니다. 비용 절감 때문에, [그리고] 가장 근본적으로 [발전사가] 하나가 아니라 다섯 개로 분사됐고, [연료·환경설비 운전과 정비 업무가] 민간기업에 외주화됐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업무의] 사업주가 변경되고, 이런 과정 속에서 [원청인 발전사와 하청인 협력사는 서로] 책임을 회피합니다. 발전사는 저희에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너희 사장한테 가서 얘기해. 나는 네 사장이 아니야.” 그러면 저희는 [하청업체] 사장한테 가서 [원청에] 설비 개선이나 문제점들을 지적해 달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사장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내 설비가 아니야, 나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그런 과정에서 책임에 공백이 생기고 위험이 방치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하청 노동자에게 사고가 집중됐고 안타깝게도 고 김용균 동지가 사망했습니다.

‘효율성’은 착취의 다른 말일 뿐

그러면 발전소[의 여러 업무]가 왜 [민간기업에] 외주화됐는지 그 실체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부는 늘 이렇게 말합니다. ‘경쟁입찰의 원칙 [아래에] 시장의 효율성이나 안정성을 제고하고 최적의 경쟁 도입 방안을 통해서 기술력을 확보하고 품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다 허상이었습니다. 발전소는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요, 1000메가와트 단위의 대용량 발전소, 500메가의 중력발전소, 200메가의 소형 발전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입찰 제도를 완화했습니다. [애초에는] 500메가급 기력설비 실적 보유업체만 1000메가와트급 공사에 참가 가능했지만, 입찰공고에 참가 자격을 200메가 이상 공사실적으로 완화했습니다. 그래서 심지어 전기공사 면허가 없는 회사도 입찰에 참여하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민간기업에게 무방비 상태로 발전소 설비를 점검하고 운전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발전소 관계자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민간업체가 시장에 진입해야 하는데 입찰 기준이 너무 높아서 완화했다.” 사실상 경험 없는 회사들에게 발전소 설비를 운전하게 만들고 정비하게 만든 것입니다.

발전사가 하청업체에 제공하는 인건비[도급비]는 계속 늘어났습니다. 시중 단가를 적용해서 노무비가 계속 올랐습니다. 하지만 [늘어난 노무비는] 그대로 민간회사의 배[영업이익]를 불리는 것으로 갔습니다. 민간회사들의 영업이익률이 19퍼센트, 17퍼센트, 16퍼센트입니다. 그러면 대한민국 상장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할 겁니다. 보통 6퍼센트밖에 안 됩니다. 상장회사도 6퍼센트인데 발전사 협력사인 정비업체들은 영업이익이 세 배, 네 배 더 높습니다. 말 그대로 ‘땅 짚고 헤엄치기’ 하는 구조입니다. 발전 협력사의 계약서를 보면, 일반관리비와 이윤을 0원으로 계약합니다. 이런 계약서를 보신 적 있나요? 사실상 계약하면서 회사는 이익을 안 가져가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런 계약서들이 특조위 활동하면서 어마하게 많이 발견됩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노무비를 착복했습니다. 저는 수탈당했다고 생각합니다. [발전 협력사의 계약서상] 김용균 노동자의 월급 설계는 436만 원으로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야간 연장근로를 하고도 212만 원밖에 못 받았습니다. 저희가 회사의 인건비 지급 내역서를 다 확인해 본 결과, 52퍼센트에서 38퍼센트까지 착복됐습니다. [계약서상] 일반 관리비와 이윤을 0원으로 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노무비에서 다 착복했던 것입니다. 심지어 노무비 계약금액이 62억 원인데 실제 인건비 지급률은 30억 원밖에 안 되고 착복액이 32억 원입니다.

심지어 이중 착복까지 일어났습니다. 발전소에는 발전소 설비들을 1년에 1번씩 1달 정도 세워 놓고 경상정비 업무를 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다 고치는 기간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계획예방정비라고 하는데요. 이때 실제로 투입되는 인원은 1명입니다. 그러나 계획예방정비 계약은 별도로 하기 때문에, [하청업체에] 지급되는 인건비는 2건[경상정비, 계획예방정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투입된 1명의 인건비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다 착복했습니다. 심지어 태안화력발전소의 금화PSC라는 회사는 96퍼센트까지 착복합니다. 민간 업체에 말 그대로 다 퍼준 거죠.

발전회사가 분할되면서 석탄 도입 단가도 굉장히 많이 오릅니다. 발전소의 연료비 90퍼센트 이상이 경쟁입찰로 적용이 됩니다. 발전사는 석탄연료비를 다운시켜야만 비용을 줄여 영업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석탄 가격을 글로벌 도입 단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발전사는 [글로벌 도입 단가보다] 훨씬 더 높게 구입합니다. 석탄 발전사들끼리 경쟁하면서 도입 단가가 더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급 발암물질에 무분별 노출

그러면 그간 외주화되고 민간에 개방되는 과정에서 노동자 안전과 건강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이번 특조위 조사에서] 발전소에서 결정형유리규산이 기준치의 8배에서 많게는 16배까지 측정됐습니다. 결정형유리규산은 석면과 똑같은 1급 발암물질입니다. [특조위 조사 전에는] 작업현장에서 측정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러나 발전사는 발전소 노동자들이 취급하는 석탄과 그 재에 1급 발암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수입 석탄의 성분 분석서에 이것이 기술돼 있습니다. 하청 노동자들한테 이것을 알리지 않았던 거죠. 하청 노동자들이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방치했습니다.

그리고 [발전소에는] 석탄을 야적하는 장소인 옥내저탄장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 고농도 일산화탄소, 결정형유리규산 등이 발생하는데, 노동자들이 그 물질들을 그대로 흡입했습니다. 옥내저탄장의 일산화탄소 발생량이 30PPM, 심지어 200PPM으로 기록된 적이 있습니다. 일산화탄소 30PPM의 작업환경에 두 시간 정도 노출되면 실신하고, 200PPM에 15분 정도 노출되면 실제로 사람이 질식으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0PPM 초과 횟수가 28회, 30PPM 초과횟수가 428회였습니다. 저탄장 자연발화 관리 일지를 보면 500PPM, 220PPM, 314PPM 등이 기록됐는데요. 이런 곳에서 하청노동자들이 일했던 거예요.

발전사와 협력사의 10년간 산재율을 보면, 95퍼센트가 하청 노동자이고 나머지 원청은 [한 해에] 1건, 2건, 4건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발전소 내 회사별 연간 산재 발생 위험도를 보면, 협력업체는 원청보다 무려 9배나 높습니다. 또한 발전사가 최근에 청소나 시설·경비 업무 노동자들을 자회사로 전환했는데, 청소 노동자들도 심지어 7배가 높아요. 발전소가 많이 위험하다는 것이 이번 설문조사로 밝혀졌습니다. 2016년 당진화력발전소에서 3명이 사망한 경우처럼, 원청이 하청·재하청을 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아 사고가 날 수 있음을 이번에 발표했습니다. 그만큼 다단계로 내려갔을 때 소통이 안 되면서 사망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김용균 특조위의 직접고용 권고 즉각 이행하라 8월 31일 발전 비정규직 총력 투쟁 결의대회 ⓒ이미진

저희가 또 주목한 것은, 김용균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산업재해가 은폐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11건의 산재 사고가 발생했고 실제로 그 과정에 6건이 은폐됐습니다. 산재 신청을 하려고 했는데 눈초리를 받아서 못 했던 거예요. 회사에서 이렇게 얘기했다는 제보도 많습니다. ‘네 돈으로 해라’, ‘회사에서 쥐여 준 보험료로 직접 네가 알아서 처리해.’ 여전히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산업재해가 은폐되는 구조가 확인됐습니다.

더 기가 막힌 일이 있습니다. ‘신분별 감점’ 제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원청 노동자가 죽으면 [발전사 경영실적 평가지표에서]12점을 감점하고 부상을 당하면 2점을 감점합니다. 하청 노동자가 죽으면 4점을 감점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하청 3명이 죽어야 원청 1명의 값어치를 한다는 것이죠. 신분제가 원청과 하청의 위계구조 속에 뼛속까지 깊숙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즘이 어느 세상인데 이 신분이라는 표현을 할까요?

노동자 개인이 아니라 외주화 구조가 산재의 원인

이번 특조위 결과를 통해 작업 관련 손상에서 유의미한 것이 밝혀졌습니다. 대부분의 산업 재해에서 특별한 불안전 행동이나 불안전 상태로 인해 작업자에게 손상이 간다는 것이 통념이었는데요. 이번에 원-하청 간 직접 지시에 의해서 작업자가 다치고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특조위가 설문조사를 통해서 밝혔습니다. 타사 관리자가 업무지시를 하게 되면 5년 미만자, 미숙련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에 많이 다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사례를 보면, 원청 관리자가 하청 노동자에게 작업허가서가 없는데도 밀폐 공간에 그냥 들어가서 일하라고 지시합니다. 이러니까 당연히 사고가 나고 다칠 수밖에 없는 거죠.

특조위는 이렇게 권고했습니다. “연료·환경 설비 운전 업무는 각 발전사로 통합 운영하고, 해당 노동자(간접인력 포함)를 직접고용한다. 경상정비 업무는 한전KPS로 재공영화하고, 이에 따라 민간정비회사 소속 노동자를 한전KPS가 직접고용한다.” 한전KPS는 [발전소] 정비를 전문으로 하는 공공기관입니다. 직접고용 과정에서 불합리한 위계나 차별 없이 동일한 직책으로 편입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국무총리가, 여당 대표가 ‘죽음의 외주화’를 근절한다고 약속했지만, 현장이 그대로면, 현장의 실질적 위계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발전소 현장에선 여전히 기계가 돌아가는 속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혼자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에 항의해 계속 싸울 것

이제 우리 노동자가 바꿔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8월 20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비정규직 노동자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같이 싸우기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싸워서 반드시 이 죽음의 사업장, 발전소를 바꾸자고 투쟁 결의를 했습니다. 8월 31일 우리는 청와대로 갑니다. 우리가 [사고로] 죽지 않고, [1급 발암물질에] 서서히 죽어가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정부와 청와대를 향해 당당히 싸울 것입니다. 김용균 사고 이후, 한국 사회의 전환점이 되고, 정말 내 노동이 존중받고, 내 노동이 당당히 설 수 있는 그런 나라를 여기 계신 동지들과 함께 꼭 만들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