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오전 9시 10분, 고용노동부 서울지청에서 기만적인 불법파견 ‘시정명령’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던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3명이 전원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연행과정에서 마찰을 빚으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 노동자들은 하루 전날 이곳 로비에 진입해 농성을 시작했다.

앞서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는 노동부가 법원 판결을 따라 시정명령을 내릴 것과 식당 노동자의 최저임금 삭감을 원상회복 할 것 등을 요구하며 고용노동부 서울지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현대 기아차 6개 지회가 공동 투쟁을 해 왔다.

10월 2일 오전 9시 10분 고용노동부 서울지청에서 농성 중이던 현대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출처 민주노총

그런데 최근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판결에서 불법파견이라 판정한 1670명 중 절반 수준인 860명에 대해서만 시정명령을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8년 12월에 나온 대법원 판결보다 못한 누더기 조처이고, 정몽구 일가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술책이다.  

“인권 존중” 운운하며 검찰 개혁에 목소리를 높이는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법원 판결은 가뿐히 무시하는 것은 지독한 위선이다. 

심지어 노동부는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권고사항에 기초해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하겠다고 한 약속을 완전히 내평개쳤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자동차업종의 거의 모든 공정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한 11번의 법원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노동부에 권고했다.

애초 법원이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1670명도 기아차 전체 비정규직 규모에서 상당히 축소된 것이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시정명령을 차일피일 미루며 사측에게 시간을 벌어 줬다. 그동안 사측은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법원 판결에 못 미치는 수준의 특별채용안을 정규직 집행부와 일방적으로 합의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압박했고, 상당수 노동자가 여기에 응했다. 이로 인해 시정명령 대상자가 줄어들었다. 정년이 지나거나 얼마 남지 않은 고령의 노동자들을 빼면 대상자는 더 적어진다.

노동부는 시정 대상에 자동차 부품을 조립공정에 직접 운반하는 물류 공정을 배제했고, 식당 청소 노동자들은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정부는 작금의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 당사자다. IMF 경제 위기 이후 2000년대 들어서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정규 공정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김대중 정부였다. 노무현 정부는 파견법을 개악해 사용자들이 더 쉽게 불법파견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때문에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년 넘게 차별과 천대를 참고 견뎌야 했다.

2010년 현대차 비정규직 최병승 동지가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11번이나 법원 판결이 있었지만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치열하게 싸우면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구속, 수배, 손해배상, 가압류에 시달렸고,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안타까운 일들마저 있었다.

노동 존중과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약속하며 등장한 문재인 정부도 친기업 행보로 노동자들을 우롱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피눈물 흘리게 하고 있다. 

정부는 10월 1일 단체협약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쟁의행위시 사업장 점거를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노동개악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한 달 전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민주노총을 찾아와 대화 제스처를 취했던 것이 기만이었음을 다시 한 번 보여 준 것이다. 

한편, 그동안 ‘하후상박’을 주장하며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강조해 온 현대차 지부 하부영 집행부가 정작 자기 작업장에서 차별에 맞서 싸우며 탄압받고 있는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투쟁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노동자들이 정부와는 독립적으로 투쟁하고 노동계급의 연대를 건설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연대는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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