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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조국 논란을 보며:
진영논리에 위축될 필요 없어

나는 조국이 사퇴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알고 있으며 그것의 적임자가 조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일 조국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다면 그가 법무부 장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계에서 조국보다 사법개혁에 적절한 사람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문제는 민주당이 그것을 이용하고 그로서 자신들의 부패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황교안도 법무부 장관을 했는데 조국이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말한다. 그 말은 우리도 썩었지만 그래도 저들보다는 덜 하니 조국을 임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진영논리는 사람의 눈을 가려버린다. 우리는 임명·사퇴와 민주당·한국당의 양분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법개혁이 꼭 필요하고 민주당이 한국당보다 덜 부패했다고 해서 그들의 부패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민주당은 한국당과 다를 바 없는 부르주아 정당이자 노동자를 탄압하는 정당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로 세워진 정부’임을 자처했지만 집권과 동시에 노동자들의 요구를 좌절시켰다. 노동개악과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실패가 대표적이다. 사용자 중심의 노동법을 잇달아 통과시키고,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듣는다면서 사회적대화기구를 만들더니 입법안 통과의 정당성을 얻기 위한 도구로 전락시켜버렸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들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눈감았다. 아픈 사람에게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고 원래 약속한 치료까진 못하겠고 약이나 처방해주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치유가 아니다. 겉 좋아 보이는 진정제를 준다고 병이 낫지 않는다.(어찌 보면 한국당보다 비열하다.)

대한민국은 뼛속까지 아프다. 조국 사태로 수면 위로 떠 오른 부의 세습을 가능케 하는 불공정한 체제의 문제, 즉 계급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조국뿐만 아니라 나경원의 자녀도, 정유라도 이 체제를 이용했다. 현재의 집권 여당과 야당은 지배계급에 단단히 기반을 두고 있다. 그들은 절대로 자신의 기반을 포기하지 못한다. 그들은 일반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 권력과 소유한 자본을 유지, 정당화시키는 데 열중한다. 그것에 민주당은 예외가 아니다.

내가 조국의 법무부장관 임명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그 외에 대안이 없다고 생각해서이다. 그러나 이는 패배주의적인 태도다. 민주당은 “조국 말고 누가 있어?”라며 이외의 선택지는 없다는 듯이 국민을 협박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졸렬한 협박에 넘어가고 싶지 않다.

나는 두 가지 밖에 없어 보이는 선택지를 벗어날 것이다. 프레임을 넘어설 것이다. 사법개혁을 원하지만 조국밖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조국이 이용한 불평등한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을 지지할 것이다. 조국의 임명을 원하지 않는다고 야당의 지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계급 불평등을 양산하는 체제에 반대한다. 우리에게는 민주당이나 한국당의 목소리가 아닌 불평등한 체제를 비판하는 목소리의 주체가 필요하다. 나는 나의 의견을 표출할 창구로 〈노동자 연대〉 신문을 찾았다.

중요한 것은 지배계급의 진영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인 사고를 통한 ‘나’의 입장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외의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하지 말라. 우리는 끊임없이 지금보다 더 나은, 더욱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어야 한다. 가만히 있다고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조국을 변호하지 말자. 조국 아닌 새로운 대안을 당당히 세상에 요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