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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 코앞에서 18세 시위 학생에 실탄 쏘다

10월 1일 홍콩 경찰이 18세 학생에 실탄을 쏘는 순간 ⓒ유튜브 영상 캡처

중국에서 10월 1일은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이날 중국 정부는 새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를 앞세운 열병식을 열어서, 중국의 강해진 국력과 높아진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하려 했다.

1949년에 중국 공산당은 국민당을 물리치고 권력을 잡았다. 이것은 서구 제국주의에 타격을 준 민족해방혁명이었다. 그러나 노동자 혁명은 아니었다. 노동계급은 이 혁명에서 아무런 능동적 구실을 하지 못했다. 1949년 이래 중국은 노동계급이 아니라 당·국가의 관료들이 지배하는 국가자본주의 사회다.

오늘날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10월 1일 열병식에서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누구도 중국의 앞길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날 중국 남쪽 홍콩에서는 오늘날 신중국이 직면한 불안정과 모순의 일면이 드러났다.

애도의 날

4개월째 지속되는 홍콩 시위는 이날도 계속됐다. 9월 28일에 홍콩 시민 20만 명 이상이 경찰의 시위 불허 통보를 무시하고 시위에 참가했다. 10월 1일에도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 조직자들은 10만 명 이상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9월 초에 홍콩 행정장관 캐리 람이 송환법을 공식 철회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민들은 그 발표가 충분하지 않다고 여긴다. 정부가 나머지 요구들(보통선거권 보장, 시위에 대한 폭동 규정 철회, 경찰 폭력에 관한 독립조사위 설치, 연행자 석방(사면) 등)을 전혀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송환법 철회를 최종 결정할 입법회(의회)는 아직 소집도 되지 않았다.

9월 26일 캐리 람은 시민들과의 생중계 토론에 직접 나섰지만, 기존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10월 1일 시위를 앞두고 경찰은 활동가들을 ‘범죄 모의’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 폭력 수위도 부쩍 높아졌다. 최루탄, 물대포 등을 동원하고 시위 참가자들을 구타하는 것을 넘어, 실탄 경고 사격이 빈번해졌다. 실탄 사격은 주로 시위대를 해산하려는 목적의 경고 사격이었다.

10월 1일 경찰의 실탄 사격은 좀 달랐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홍콩 경찰이 이날에만 6발의 실탄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18세 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에 가슴을 맞았다(아래 피격 영상). 어처구니없게도 경찰 당국은 총격이 정당방위였다고 강변했다.

홍콩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10월 1일 현재 경찰 폭력으로 74명이 병원으로 실려갔다. 그중 2명이 위중한 상태다.

이날 시위대는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겨냥해 10월 1일을 “애도의 날”로 선언하고 홍콩 민주주의의 죽음을 애도하겠다며 거리로 나섰다.

전前 입법회 의원이자 진보 정치인인 렁쿽훙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홍콩과 중국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싸울 것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물대포, 최루탄, 총을 앞세운 경찰의 공격에 저항해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쌓거나 화염병을 던졌다.

급진화

지금까지 시위가 거듭되면서 많은 홍콩 시민들이 급진화했다. 경찰 폭력도 사람들이 급진화하는 한 계기다. 10월 1일 시위와 학생 피격 사건은 홍콩 운동의 또 다른 분수령이 될지 모른다.

홍콩의 정치적 불안정은 심대한 정치·경제적 요인들에서 비롯한다. 그 요인들은 모두 오늘날 신중국이 겪는 모순들과 분리되지 않는다. 중국 다른 지역의 대중도 홍콩 시민들처럼 불평등, 부패, 정치적 민주주의 부족(또는 부재) 등의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운동의 요구들을 성취하려면 홍콩 운동은 더 전진해야 한다. 중국과 경쟁하는 서구 정치인들이 아니라 본토 노동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러려면 혁명가들이 정치적 민주주의의 요구들뿐 아니라 (중국 노동계급이 공통으로 겪는) 경제적·노동계급적 문제들도 의제로 삼기를 고무해야 한다. 홍콩 노동자들이 일터와 거리에서 파업과 시위를 벌이도록 고무해야 한다.

시위 참가자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하는 홍콩 경찰 ⓒ출처 Studio Incendo(플리커)
10월 1일 홍콩 민주주의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의미로 검은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선 홍콩 시민들 ⓒ출처 Studio Incendo(플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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