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항의하는 촛불 집회가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계속되고 있다. 취지인즉, 검찰이 검찰 개혁을 방해하려고 무고한 조국 일가에 대한 총력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9월 28일에는 15만~20만 명가량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거기에 민주당 의원과 친문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그날은 우파도 자유한국당 주도로 전국 8개 지역에서 권역별 조국 파면 촉구 집회를 열었다. 한국당 대표 황교안은 대구 집회에, 원내대표 나경원은 경남 창원 집회에 갔다. 전통적 지역 기반부터 분위기를 모아 보겠다는 것이다.

양 진영 모두 10월에도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공식 정치가 친자본주의 양당 구도로 양극화돼 서로 진영논리를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일들은 민주당과 한국당이 모두 현 국면을 차기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으로 보는 것을 반영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세계 경제 위기와 제국주의 강대국 간 갈등 속에서 한국 자본주의가 처한 난관들에 대한 해법을 못 찾고 있는 것 때문에 지배계급이 분열하고 있는 것을 반영한다.

진보파(중도좌파)와 노동운동 온건파들이 진영논리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또한 부분적으로는 개혁주의 전략으로 인해) 이 상황은 더욱 강화되는 모양새다.(※ 관련 기사: 조국 경질 공방: 민주당 vs 한국당 식 진영논리가 해로운 이유)

동원

애초 민주당과 친문계 정치인 지지자 네트워크(사법적폐청산범국민시민연대 주최)가 9월 28일 전국 총력 동원을 호소한 것은 위기감 때문이었다. 시점상 조국 법무부장관의 자택 압수수색과 자녀 소환조사에 이어 조 장관 아내 정경심 씨의 검찰 공개 소환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문재인도 집회 하루 전날 검찰의 “성찰”과 “절제”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중도계의 위기감과 문재인의 전날 메시지가 28일 대규모 동원의 핵심 동력이 됐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약화되면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의 성과가 사라지고 구 여권이 다시 득세하는 반동이 (자동으로) 온다는 논리는 온건하고 소심한 중도계 지지자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이번엔 지켜 내자” 같은 팻말이 나온 걸 봐도 알 수 있다.

검찰의 이반 조짐과 지지율 하락의 위기감 대규모 동원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전반적 여론 추이는 그와 다르다 ⓒ양선경

9월 28일 서초동 집회의 성공으로 청와대와 여권은 자신감을 일부 회복한 듯하다. 그 직후 문재인이 직접 공개적으로 검찰총장인 윤석열을 지목해 검찰 개혁안 마련을 지시했고, 검찰총장은 곧바로 특수부 폐지·축소 등을 담은 개혁안을 발표했다. 다음날 법무부(법무·검찰위원회)도 비슷한 내용의 개혁 권고안을 내놨다. 정경심 씨를 비공개로 소환하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윤석열의 즉각적인 검찰 개혁 응답은 검찰 개혁과 조국 일가 수사는 별개의 것이라는 메시지이기도 할 것이다. 검찰이 조 장관을 피의자로 보기 시작했다는 보도들도 나온다.

이율배반

정경심 씨가 사모펀드 문제 등에서 추가 기소되면 두 가지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첫째, 사모펀드, 자녀 대입 특혜 등 대부분의 혐의에서 조 장관도 ‘사실상의 공동정범적 지위의 피의자’로 지목될 가능성이 있다.

2016년 11월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특별수사본부가 최순실을 기소하면서 박근혜를 사실상의 공범(피의자)으로 지목했듯이 말이다. 당시에, 현직 대통령은 기소할 수 없어서 그 대신 ‘사실상의 피의자’ 식으로 공표했던 것이다.

만일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한국당은 국회에서 해임건의안, 탄핵소추 등으로 야권을 규합하며 문재인 정부를 궁지로 몰 것이다.

둘째, 그렇게 되면 법무부장관 임명을 강행한 문재인 정부는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고, 정치적 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이다. 내년 총선은 물론이고 정권 재창출에도 적신호가 켜질 것이다.

조국을 민정수석 시절부터 반대하고 견제해 온 것이 한국당이었으므로, 친문 정치인들은 조국 일가 수사를 한국당과 구여권 적폐 세력의 보복으로 규정한다. 이런 성격 규정의 논리는 조 장관이 난처해지면 문재인 정부 자체가 타격을 입고 구 여권이 다시 득세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된다.

마침 정권과 검찰의 엇박자가 노출되면서 이제 친문 정치인들에게는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자체가 정권의 레임덕을 재촉하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윤석열을 극찬하며 임명한 문재인이 직접 나서서 윤석열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날리는 이유일 것이다.

더디지만 혐의가 점점 드러나는 상황에서 검찰 개혁 요구로 맞불을 놓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모순을 더 드러낼 것이다. 삼성 이재용에게 친근감을 주고 특혜를 주는 문재인 정부, 공안검사 출신들로 김앤장을 거친 자들을 중용한 조국이 박근혜 일당, 삼성 바이오로직스 부정 등을 수사한 윤석열 팀(특수부)을 적폐로 몰아가는 것은 (검찰의 억압성과 부패성과는 별개로) 모순과 위선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불법 사찰 건 때도 검찰은 조국을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특감반 반장이었던 이인걸(공안검사와 김앤장 출신자)이 지금 정경심 씨의 변호인이다.

그런 검찰이 만약 마침내 문재인의 지시를 받아 조국 일가 수사를 중단한다면 그것은 “비정치 검찰”인가? 어떤 선택을 해도 정치 검찰일 뿐이다.

부패 척결(“적폐 청산”)을 앞세워 집권한 현 집권세력이 마찬가지로 못지않은 부패의 잠재력을 보이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부패 수사 대상에서 예외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듯이 구는 것도 많은 사람들의 반감을 더 키울 것이다.

현 정부가 표방하는 검찰 개혁이 검찰의 억압성을 완화하는 목적의 것도 아니다. 현 집권세력 자신의 검찰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일 뿐이다. 악명 높은 대검 공안부를 공공수사부로 바꿨지만, 노동계 수사는 여전히 남겨 둔 것(간판만 교체)만 봐도 알 수 있다.

분화

한편, 서초동 집회와 같은 날(9월 28일) 고(故) 김용균 씨의 발전소 비정규직 동료들, 영어전문회화강사들, 공공기관, 톨게이트 노동자들 등이 청와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문재인이 최소한의 진보적 개혁 약속마저 내팽개치는 것에 뒤통수를 맞은 노동자들이다. 특히,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지금도 본사 농성을 하고 있다.(그러므로 이날 곳곳의 집회들은 촛불 운동의 정치적 분화를 새삼 재확인한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무관심하거나 적대하면서 서초동 집회를 ‘제2의 촛불’로 포장하는 것은 스스로 노동계급의 진보적 개혁 염원에 등돌리는 것의 반영이다.)

진실은 민주당이냐 한국당이냐 하는 식의 자본주의 양당 사이의 진영논리가 아니라,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좌파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같은 억압기구를 약간이라도 견제하는 힘도 이들의 투쟁에서 나온다.

자본가 기반 양당의 위선과 모순을 폭로하고 오히려 그들 간의 분열을 이용해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전진시키려 해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자들의 의식과 행동이 진영논리 앞에서 위축되지 않도록 혁명적 좌파가 논쟁해야 한다. 운동의 온건파 지도자들이 진영논리 앞에 무장 해제돼 있으므로 이 점은 특히 중요하다.

“조국 수호, 검찰 개혁” 집회에 누가 참가했나?

집회 공식 구호는 “조국 수호, 검찰 개혁”, “정치검찰 물러나라”였다. “자유한국당 해체”, “윤석열 해임” 등도 외쳐졌고, “이번에는 지켜 내자” 같은 팻말도 눈에 띄었다.

전국에서 관광버스 등으로 조직된 참가자들의 대열 구성은 압도적으로 보통의 40~50대 남녀였다. 과거 민주화 운동 세대가 문재인 정부의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반우파적 ‘언사’에 공감대를 느끼며 위기감을 공유하는 것인 듯싶다. 20대 청년층은 찾기 힘들었다. 2000년대 초·중반에 친노 지지층이 20~30대가 매우 많았던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때 그 사람들이 15년가량 고스란히 나이 먹은 게 아닌가 싶다.

조국 일가의 계급적 특권 행사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허탈함에 대해 친문계 정치인들이 지극히 냉담하고 무감각하게 대응하는 것과도 연관된 현상일 것이다.

자신들이 통제하는 검찰2를 만들고 싶어하는 문재인 정권 검찰이 검찰 개혁안에 응할수록 조국 수호를 검찰 개혁으로 포장한 이 집회의 동력은 약화될 수 있다 ⓒ양선경

9월 28일 서초동 서울검찰청 앞 집회의 현장 취재를 맡아, 이 기사의 작성에 큰 도움을 준 최인찬, 양선경 동지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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