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일제고사 부활을 계속 추진할 태세이다.

서울교육감은 지난 9월 5일 ‘2020 서울학생 기초학력 보장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의 핵심 내용은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3월 중에 읽기, 쓰기, 셈하기(중학교는 국어, 영어, 수학 포함)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검사결과를 학부모에게 통지한다는 것이다.

교육감의 기자회견 직후 주요 언론들은 ‘내년부터 모든 초3, 중1 기초학력평가’로 보도했고, 발 빠른 학원들은 토요일이 되기도 전에 ‘학력평가 대비반’에 대한 광고지를 뿌렸다.

그러나 이 기초학력 보장 방안은 서울의 진보적 교육단체 모임인 ‘서울교육단체협의회’가 일제고사 부활의 위험을 경고하며 재검토를 요청한 방안이다. 전교조 서울지부도 9월 19일과 10월 2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시교육청을 항의 방문해 일제고사 폐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감은 ‘2020 서울학생 기초학력 보장 방안’이 일제고사가 아니며 돌봄이 부족한 학생들에 대한 책임교육으로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획을 바꿀 생각이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적폐정부’가 시행했던 일제고사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폐지된 지 이제 겨우 2년 지났을 뿐인데, 서울교육감은 ‘성적에 의한 학생 줄 세우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기초학력에 대한 책임은 강조하지 못하는 불편한 구조’가 됐다며 일제고사 부활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교육 현장의 적폐 청산에는 한없이 더딘 그가 일제고사가 없어진 2년이 그렇게 불편했다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일제고사 부활은 국영수 입시 경쟁을 강화

서울교육감은 시험지 6종 중 하나를 선택해서 보게 하고, 날짜도 3월 중 하루를 선택하는 것이라서 표준화된 일제고사는 아니라는 구차한 변명을 하고 있다. 차라리 토익 시험이 날짜도 다르고 문제도 달라서 표준화된 시험이 아니라고 말하는 게 낫겠다.

서울교육감은 미국 부시 정부가 추진했다 실패한 교육정책 NCLB(No Child Left Behind Act)의 ‘단 한 명도 놓치지 않겠다’는 표어도 가져다 쓰고 있다.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는 “기초학력 진단은 교육 불평등 해소와도 관련 있다”며 일제고사를 정당화했다.

그러나 일제고사 부활은 교육 불평등 해소가 아니라, ‘있는 집 아이들이 수백 배 유리’한 국영수 점수 경쟁 질서 속으로 학생들을 강제로 끌어들이겠다는 반동일 뿐이다. 원작자도 틀린다는 수능 국어, 원어민도 잘 못 푸는 수능 영어, 세계 명문 대학생들도 어려워한다는 대한민국 고교 수학은 교육계에서의 강남 불패-계급적 불평등을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다.

여전히 대학서열화와 수능 등급이 공고한 반교육적 현실에서 진보교육감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학생들을 질식시키는 입시 경쟁과 대학서열화를 완화할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학생 한 명이 무엇을 잘하는지 함께 찾고 기다려 주고 격려함으로써 자신의 역량을 키워 나가도록 가르치라고 매일 장학을 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마지막 한 명까지 국영수 점수 경쟁에 동참하게 만드는 일제고사를 부활시키려 하는 것이다.

이것은 서울시교육청이 표방해 온 ‘책임 교육’과도 거리가 멀다. 서울교육청은 핀란드 교육의 사례를 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모든 국민이 언제든지 자기가 원하는 때에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 한다는 것입니다. … 학습 능력이 다양한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각자의 수준과 속도로 공부하도록 하는 ‘개인 맞춤형 자기주도 학습’을 지향하는 것이지요. 잘하는 아이들을 더 채찍질하고 뒤쳐지는 아이들을 분리하지 않습니다.‘(서울시교육청 블로그 ‘서울교육 나침반’)

게다가 일제고사 시행은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늘릴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방안에서는 기초학력 진단을 국영수로 하고, 미달 학생에 대한 지원 대책은 원예치료, 음악치료, 사제멘토링, 학습지도 등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시민을 바보로 아는 것인지, 일제고사 후에 학생들을 국영수 문제 풀이로 내몰지 않을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도 일부 선생님들은 낙인 효과 없이 방과후 지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방과 후 문제풀이반은 학생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징벌로 인식된다. 일제고사로 표준화된 전수조사를 한 뒤, ‘기초학력미달’ 딱지를 받은 학생들에게는 ‘남은 공부’가 명백히 징벌이 될 것이다.

그러면 학생과 부모들은 징벌을 피하기 위해 사교육에 매달릴 것이다. 학력 미달로 찍혀서 여러 교사들과 면담해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두려움을 생각해 보라(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아도 기초학력보장 프로그램을 적용한다는 계획도 있다). 이미 학원은 손짓을 하고 있다.

이것은 서울시교육청의 계획된 ‘책임 회피’가 될 것이고, 학교의 국영수 기초학력 담당 선생님들은 도망가는 학생들에게 벌점을 부여하며 엉뚱한 싸움을 하느라 교직에 회의를 느낄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기초학력 보장 방안은 혁신 교육에 대한 반동이자, 계급 재생산 불평등 교육 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일제고사 부활 계획 즉각 철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