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세월호 참사 2000일 기억문화제에서 장훈 유가족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검찰이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은 안 하면서] 조국 딸 표창장 하나 찾겠다고 생난리 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전날 있었던 서초동 ‘조국 수호 검찰개혁’ 집회에도 대열 맨 앞에 앉아 참가했다. 유가족들은 “조국 수사하듯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하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사실 5년 전 세월호 운동이 진상조사기구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요구했던 것도 진상 규명에 강력한 권한이 필요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 2기 세월호 특조위가 강제력 있는 조사 권한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박근혜가 쫓겨난 지 2년 넘도록 책임자 처벌은 진척이 없다. 그래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검찰이 재수사에 나서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는 묵살당했다.

가령 3개월 전 윤석열은 검찰총장 인사 청문회에서 세월호 재수사 의사가 있냐는 물음에 “검토는 해 보겠다”고 성의 없이 답변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누구보다 적임자”라며 추켜세웠다. 민주당이 세월호 수사를 위해서도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 역겨운 위선인 까닭이다.

9월 25일 민주당 대변인 이재정은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 고 장자연 사건 등을 나열하며 “왜 다른 수사는 이렇게 하지 않았느냐”고 열변을 토했다. ‘세월호 변호사’라 불리며 국회에 입성한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참사 2000일 집회에 참가한 뒤 같은 주장을 했다.

뻔뻔한 위선

그러나 과연 정부·여당이 검찰에게 세월호 미해결 책임을 물을 자격이 있을까?

문재인 정부는 24만 명이 동참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설치 청와대 청원을 단칼에 거부했다. 이 청원은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진상을 밝히도록 청와대가 강력하게 지시하라는 요구였다. 당시 청원 거부 답변을 한 민정수석실 책임자는 조국이었다.

이것만 봐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이제 와서 세월호 참사를 운운하며 검찰을 비판하는 게 얼마나 메스꺼운 위선인지 알 수 있다.

지난 2년간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약속을 거듭 배신했고, 그러는 동안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들은 처벌받기는커녕 승진했다.

미수습자 유골을 은폐하고 선체 조사를 방해한 해수부의 만행을 눈감아 주고, 여야가 2기 특조위법을 누더기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제주 해군기지행 철근 과적과 국정원 개입 등 의혹에 대해 회피로 일관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동안 (유가족들이 인형 탈을 쓰고 선거차를 운전해 가며 당선에 일조한) 박주민 의원은 ‘답답하고 죄송하다’며 변명만 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과 쟁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와도 싸워야 한다

물론 세월호 적폐 무리들인 자유한국당은 반동적인 자들이고, 마땅히 이 자들을 비판해야 한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많은 사람들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박근혜 퇴진 운동에 적극 동참했었다. 문재인 비판을 한국당 돕는 걸로 치부하는 것이 얼토당토않은 이유이다.

지금 집권당은 민주당이고, 그 민주당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들(세월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있다. 집권당은 이 책임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깔아뭉개고 있다. 적폐 무리를 비판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 쟁점을 뭉개거나 은근슬쩍 우회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단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강력한 수사로 세월호 책임자 처벌을 수행했다면, ‘세월호 대표 적폐’ 황교안이 한국당 대표로 활개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세월호 문제 해결에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것은 세월호 참사가 단지 우연이나 음모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친기업적 규제 완화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고, 문재인 정부는 이런 국가 운영 기조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지는 일찍이 문재인이 박근혜와 달리 “믿고 기다려 달라”며 따뜻한 말을 하지만 실질적인 약속 이행 문제에서는 배신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관련 기사: ‘세월호 참사 해결은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부채’, 2017년 5월 10일자).

진영 논리에 빨려들어 가지 말고 한국당과 민주당을 모두 비판해야 한다. 그리고 문재인에게 책임질 것을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