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감사원은 서울교통공사를 포함해 정규직 전환 규모가 큰 공공기관 5곳을 감사한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를 발표했다.

지난해 말 한국당과 보수 언론들은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공사 직원의 친인척이 무더기로 특혜채용 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이 사안을 ‘민주노총의 권력형 채용 비리’, ‘고용 세습’이라고 공격한 바 있다. 결국 감사원이 감사에 나서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감사원은 이번 발표를 통해, 한국당과 보수 언론의 논리를 그대로 반복하면서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을 비난했다.

톨게이트 등 직접고용 투쟁에 재 뿌린 감사원 10월 1일 감사원 결과에 항의하는 노동조합들의 기자회견 ⓒ출처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우선, 감사원은 논란의 중심인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공사가 자체적으로 파악한 것보다 80명 많은 192명(14.9퍼센트)이 공사에 친인척 재직자를 두고 있다고 발표했다. 친인척 비율을 강조해서 채용 과정에 조직적 비리가 있었던 것처럼 냄새를 풍긴 것이다. 〈조선일보〉 등은 이런 사실을 강조하며 “‘고용세습’ 의혹 사실로 확인”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처와 자식들의 비리가 조국 자신과는 관련 없다고 주장하는 정부가 공공기관에 친인척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규직화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습이 역겹다.

그러나 친척 중에 공사 직원이 있다는 사실이 채용 비리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감사원은 용역업체 이사와 노조위원장에게 인사청탁을 한 2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지만, 강태웅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친인척 관계에 있는 192명에게 채용 비리와 관련한 위법성이 드러난 게 없다”고 정리했다.

조국 사태와 친인척 ‘채용 비리’

한편, 감사원은 서울교통공사 김태호 사장 해임을 서울시에 요구했다. 다른 공공기관장들에게 주의를 준 것과는 대조된다.

감사원은 서울시가 정부 정책과는 별도로 ‘무기계약직 제로화 정책’을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만성적자인 서울교통공사에서 정규직 전환 업무를 무리하게 추진’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기간제나 파견·용역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데 그치고 있는데,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 발 더 나아가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편 게 문제라는 것이다.(서울시 정책은 정부보다 나은 것이지만 이것도 ‘온전한 정규직화’는 아니었다. 전환자 일부를 정규직 최하 직급(7급)보다 낮은 직급으로 두어 임금과 승진 등에서 차별을 두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본지 225호에 실린 기사 ‘정규직화 방안에서 후퇴한 서울지하철노조 집행회의 결과는 철회돼야 한다’를 보시오.)

서울시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시대적·역사적 과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반발했다.

감사원의 이번 발표는 민주당의 주요 대선 후보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흠집 낸 것일 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나 공공기관들도 정부의 가이드라인 이상으로 정규직화하지 말라고 경고한 셈이다. 또한 감사원의 징계 위협은 다른 지자체장이나 공공기관장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거부하는 핑계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 달리 진정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라는 번지르르한 말과 달리 정규직화 규모를 대폭 줄이고, 진정한 정규직화가 아닌 무기계약직 채용이나 자회사 방안을 강요하고, 처우 개선도 미미한 수준으로 유지하려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통받고 있는 데 말이다.

‘채용 비리’ 운운하지만 조국 일가족의 비리는 문제될 게 없다고 하는 정부, 특혜와 비리의 화신인 박근혜를 옹호하는 우파들을 폭로하면서, 노동운동은 제대로 된 정규직화 투쟁을 벌여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