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을지로위원회가 중재한 도로공사-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 합의안 서명식 을지로위원회는 이번에도 불충분한 안을 노동자들에게 중재했다 ⓒ출처 민주당

오늘(10월 9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도로공사와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가 중재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소속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합의에 동참하지 않았다.

9월 말부터 청와대가 톨게이트 사태 개입 의지를 표명한 이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도로공사와 노동조합들을 만나 왔다. 그리고 10월 9일 국회 본청에서 을지로위원회 의원들과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 박선복 한국노총 톨게이트 위원장 그리고 국토부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 현안 합의 서명식”이 열린 것이다.

을지로위원회의 중재안의 골자는 요금수납원 중 2심 계류자는 즉시 직접 고용하고, 1심 계류자는 1심 판결 결과에 따르되 판결 전까지 도로공사 기간제로 고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직접 고용할 수 있다던 기존 도로공사의 방침에서 직접고용 범위를 2심 계류자(즉 1심 승소자)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 측과 또 합의된 것은 임금과 직무 등 근로조건은 노사교섭으로 정해 나가는 것, 합의 후 이강래 사장의 유감 표명, 노조 측의 서울톨게이트와 도로공사 본사 농성 즉각 해제 등이었다.

그러나 이번 중재안도 노동자들이 그동안 제출한 1500명 전원 즉각 직접고용 요구에 한참 못 미친다.

자회사 전환에 반대한 수납원 중 2심 계류자는 116명으로, 나머지 대부분(931명)은 1심 계류 중이다. 이 노동자들은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다시 남게 됐다. 그러므로 투쟁하는 수납원 다수에게는 언제 날지 모르는 법원 판결을 또다시 기다리라는 것이다.

더구나 도로공사 측은 1심 계류자의 3분의 2가량 되는 2015년 이후 입사자는(616명) 불법파견 요소가 없다며 소송에서 겨뤄 보자는 입장이다. 

설사 같은 조건이라 하더라도 재판은 당시의 사회적 세력관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안심하기도 어렵다.

교활한 도로공사 사용자 측은 소송이 길어질수록 정년 초과 등으로 각하, 기각 판결을 받는 수납원들이 생긴다는 점을 노려 왔다.

교활

한편, 노동자들은 수납업무로 원직복직을 원했지만 도로공사는 직접 고용하더라도 기존 수납업무가 아니라 청소, 도로정비 업무 등을 부여하겠다고 해 왔다. 또는 다른 지역으로 전환배치 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이는 직접 고용하더라도 조건을 악화시키고, 장애인 노동자의 경우 할 수 없는 업무를 강요해서 적잖은 장애인들을 나가 떨어지게 만들려는 것이다.

이번 중재안에서도 도로공사는 직무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직무 관련 요구에 대해 아무 응답 없이 그저 노사 교섭으로 미뤘다. 

법원 판결 전까지 도로공사 임시직(2년 이내 한시적 기간제)으로 고용한다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없다. 임시직은 사측의 압력에도 취약할 수 있는 위치인 데다 최악의 경우, 2년 안에 1심 판결이 나지 않으면 고용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

합의에 불참한 민주일반연맹은 이번 주 토요일 김천 도로공사 본사에서 결의대회를 연다고 예고했다. 김천 도로공사 본사 점거 중인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중재안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점거 중인 민주노총 노동자 다수가 “이런 안을 받기 위해 지금까지 투쟁한 게 아니다” 하며 중재안에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서명식 이후 을지로위원회는 김천 도로공사 본사 점거 농성장을 방문하려 했으나 노동자들의 반발 때문에 무산됐다. 

중재안에 불만이 있는 일부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들도 농성장에서 철수한다는 지도부 지침을 거스르고 도로공사 본사 농성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도로공사에서 농성중인 민주노총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을지로위원회 중재안에 항의하며 만든 팻말 ⓒ출처 민주일반연맹

문재인 정부와 을지로위원회는 경사노위 2기 출범을 앞두고 이번 합의를 서둘렀다. 톨게이트 같은 상징적 투쟁이 어느 정도 정리돼야 ‘사회적 대화’ 재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조국 사태 속에서 문재인 정부가 진보 행세를 하지만 정작 세월호 진상규명, 톨게이트 투쟁 등 이슈는 완전히 실종됐다는 비판적 지적들이 최근 늘었다.

하지만 ‘친노동’ 연막을 치면서도 실제로는 문재인 정부는 재계의 의사를 적극 수용해 주 52시간제를 공격하고, 노동법 개악 등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또, 최근 감사원은 아예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비난하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감사 결과는 정부의 불충분한 가이드라인 때문에 투쟁하게 된 톨게이트 노동자들에게도 재를 뿌리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톨게이트 노동자 대다수의 직접고용을 미루고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안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모두 즉각 직접 고용될 자격이 있다.

8월 31일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투쟁 승리를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 ⓒ조승진
1500명 전원 즉각 직접고용 8월 31일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투쟁 승리를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