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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직후 논평
전쟁은 더 큰 참사를 낳을 것이다

미국을 상징하는 건물들을 공격한 비행기 자살 테러는 비극적 참사를 낳았다. 애먼 승객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죽음의 무기로 이용됐다. 사무직 노동자들은 세계무역센터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살해당했다. 수백 명의 소방수들이 사람들을 구조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다양한 인종과 종교와 정치 신념을 가진 수천 구의 시신이 뉴욕 세계무역센터의 잔해 밑에 깔려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과 부상당한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을 깊이 공감한다. 그리고 이런 무차별적 인명 살상에 반대한다. “복수의 신”이 정부 관료를 암살하고 기업과 군사력의 상징을 파괴함으로써 억압에 맞서 싸울 수 있다고 믿는 테러리즘은 오히려 지배자들의 효과적인 반격을 부를 뿐이다.

그 동안 미국 지도자들은 자국민에게 미국 불패 신화를 역설해 왔다. 전쟁은 언제나 미국 밖에서 벌어졌다. 그러나 이번 테러는 미국의 무적 신화를 산산이 부숴 버렸다. 미국에는 10만 명의 정보원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그들은 이번 공격에 이용된 광범한 계획을 사전에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이것은 스타 워즈 계획이 완전히 어리석은 계획임을 보여 준다. 부시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2천억 달러를 쏟아 부으려 한다. 그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깡패 국가’로부터 미국을 보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부시는 미국 군대가 세계 곳곳에서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즉, 미국이 최강대국의 지위를 위협받지 않고 유지할 수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9월 11일 미국을 공격한 사람들은 미국 바깥이 아니라 내부에서, 미사일이 아니라 칼만 사용했다. 부시의 스타 워즈 체제는 이 사람들을 맞춰 잡을 수 없었다.

이윤 체제의 고약한 약점 때문에 인명 피해 규모가 늘어났다. 미국 항공사들은 비행기 이용 승객 수가 줄어들까 봐 국내선에 대한 실질적 보안 검색을 실행하지 않았다. 항공사들은 매우 낮은 임금으로 보안 요원들을 고용해 왔다. 그 때문에 보안 요원들의 평균 근무 기간은 1년을 넘지 못한다. 또, 무역 센터의 내부 철강 기둥이 내화성 물질이 아니었던 탓에 순식간에 빌딩이 무너졌다.

이번 사건의 평범한 진실은 미국이 더 이상 자국의 대외 정책이 낳은 세계적 분노로부터 안전한 수퍼 강대국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비극은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의 평범한 사람들과 미국 정부를 동일시하는 바람에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죽었다는 점이다.

전쟁 선동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뉴욕과 워싱턴의 대참사를 극복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동안, 부시 행정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심각한 불안정과 첨예한 긴장으로 몰고갈 죽음과 파괴의 전주곡을 울리고 있다. 미국 지배자들은 참사의 비극을 대외적으로는 전쟁에, 대내적으로는 시민적 자유에 대한 억압 강화에 이용할 태세다.

부시는 이번 테러 공격을 “전쟁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 책임 있는 자들을 “반드시 찾아내 응징”하겠다고 다짐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인들도 한 목소리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을 외치고 있다. 나토(NATO)는 공동 군사 작전을 허용하는 조약 제5조를 발동함으로써 미국의 “테러에 대한 전쟁”을 지지하고 있다.

기성 언론들도 날마다 전쟁 광기를 자극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보수 논객 로버트 카간은 이렇게 썼다. “의회는 즉각 선전 포고를 해야 한다. 어떤 나라를 거명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테러를 벌인 자들과 그들에게 지원을 제공할지도 모를 모든 나라에 대한 적대를 선언할 수 있다.” 〈뉴욕 타임스〉의 자유주의 칼럼니스트 앤서니 루이스도 군사적 보복을 촉구했다. “유엔은 테러리스트에게 은신처를 제공하지 말 것과 테러리스트 분쇄를 도와 줄 것을 세계 각국에 요구해야 한다.” 기성 언론들은 하나같이 미국의 계획에 협조하지 않는 모든 나라들을 공격할 권리가 미국에게 있다고 선언했다.

전쟁과 복수에 대한 지배자들의 호소는 미국 전역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촛불 철야 기도회의 정신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또, 기꺼이 구조 작업에 참여한 자원 봉사자들의 희생과 영웅적 행동과 연대의 정신과도 뚜렷하게 대조된다.

그 동안 부시는 “스타 워즈” 계획을 위해 천문학적 액수의 군사비를 쏟아 부으려 했다. 그러나 우주 시대를 대비해 수천억 달러의 지출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세계적 반대에 직면했다. 과거에 미국 대통령들은 “소련의 위협’을 들이댈 수 있었다. 그러나 소련은 붕괴했고, 오늘날 러시아는 과거의 그림자일 뿐이다. 냉전은 끝났고 미국은 유일한 승자가 됐다. 그 때문에 부시는 북한과 이라크 같은 ‘깡패 국가’의 위협을 들먹였다. 그러나 작고 가난한 나라들이 미국의 군사적 권위에 도전할 위협 세력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9월 11일 테러 공격 직후 미디어 논평가들은 즉각 1941년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일본 전투기의 하와이 공습은 미국이 2차 대전에 참전할 구실을 제공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전쟁중”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더 많은 비행기, 더 많은 총, 더 많은 폭탄, 더 많은 탱크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압력을 만들어 낸다. 미국이 깊은 침체의 언저리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새로운 군비 지출 압력이 생겨나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일본은 1990년 이래 장기 침체를 겪고 있고, 동아시아와 러시아는 1998년에 심각한 경제 타격을 입었다. 올해 아르헨티나(멕시코(태국이 일제히 경기 침체에 빠져들었고, 자본주의 심장부인 미국과 서유럽에서 경제 활동의 침체로 말미암아 제조업 고용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세계 경제는 1970년대 중엽 이래 네번째 세계 경제 침체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이제 부시와 미국 군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손에 넣기 어려웠던 정책들을 밀어붙일 기회를 잡았다. 전쟁 분위기, 군국주의적 공포, 모습을 드러낸 외부의 적 등은 막대한 규모로 군비 지출을 늘릴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한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부시 행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선택 항목”을 보도했다.

  • 반미주의자들을 정교하게 겨냥하는 미사일 공격을 포함해 정치적 암살을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으로 다시 채택한다.
  • 국제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하는 정부에 맞서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대리 세력들을 공공연히 후원한다.
  • 병력의 공중 수송이나 해병대 상륙 작전 등의 원정 응징으로 수도나 중요 지역을 장악해 테러리스트 정부를 전복한다.
  •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에 맞서 서방 정부들과 러시아와 새로운 국제 협력을 맺는다.

미국 시민들의 정치적(시민적 권리에 대한 재갈 물리기가 이 항목에 추가된다. 테러가 발생한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전 국무부 장관 로렌스 이글버거와 전 CIA 국장 로버트 게이츠는 테러 공격을 비난하면서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은 바로 이주민들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위한 법적 조처를 도입하는 것이다. 워싱턴의 정치인들이 떠들어 대는 모든 언사들은 아랍계 미국인들에 대한 인종 차별적 공격을 자극하는 것이다.

오사마 빈 라덴과 티머시 맥베이

미국 정부와 기성 언론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백만장자 오사마 빈 라덴을 9월 11일 테러 주범으로 지목함으로써 전쟁과 미국내 억압 강화를 정당화했다. 미국 정부는 이미 빈 라덴을 미국의 해외 시설물에 대한 공격 혐의로 기소했다. 우리는 지금으로서는 누가 또는 어떤 조직이 이번 테러를 저질렀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 아랍인들을 테러범으로 몰고 있는 이른바 “테러 전문가들”이 바로 1995년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발 때도 똑같은 주장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테러 전문가들’의 인종 차별적 선동은 당시 아랍계 미국인들에 대한 구타와 린치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정부 당국이 백인 우월주의자 티머시 맥베이를 체포했을 때 이들 “테러 전문가들”은 단 한 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9월 11일 테러의 배후 인물이 빈 라덴이든 아니든 간에, 빈 라덴과 티머시 맥베이 모두 미국 정부가 훈련시킨 테러리스트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1991년 걸프전 참전 군인인 맥베이는 당시 수백 명의 이라크 병사들을 산 채로 매장한 불도저 운전병이었다. 그는 항복한 이라크 병사들을 죽였다고 자랑스럽게 떠벌이곤 했다. 올해 초 사형 집행 일주일 전에 맥베이는 오클라호마 연방 청사에서 죽은 어린이들을 “부수적 피해”로 묘사했다. 이것은 1991년 걸프전 때 미 국방부가 미 전투기의 폭격으로 사망한 이라크 민간인들을 묘사한 용어였다. 결국 맥베이를 오클라호마에서 1백68명을 살해한 괴물로 만든 것은 미국 정부였다.

CIA는 1979년 소련의 아프카니스탄 침공 이후 빈 라덴을 미국을 대리해 소련과 싸우는 군대의 사령관으로 조련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빈 라덴이 “CIA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할 당시만 하더라도 전사들을 끌어들이는 데 아주 탁월한 조직자”였다고 말했다.(오사마 빈 라덴에 대해서는 이 잡지의 관련 기사를 보시오.)

진정한 적은 제국주의

미국 지배자들은 모든 문제들을 전쟁 몰이에 종속시키려 하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인들은 막대한 군비 지출 인상을 밀어붙일 것이다. 이미 미국 의회는 4백억 달러의 전쟁 비용 지출을 승인했다. 의료 보장, 교육 등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부문에 지출돼야 할 돈이 군사비로 전용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 군대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강력하다.

복수를 호소하는 미국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은 아주 단순한 물음에 답하지 않는다. 왜 미국을 공격하는 것일까?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세계 민중에게 강요한 참사와 비참함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에만 미국은 그라나다·리비아·파나마·이라크·소말리아·유고슬라비아를 무력 침공했다. 이 리스트는 미국의 후원을 받은 대리인들이 벌인 전쟁을 제외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에 대한 미국의 후원은 그림의 일부다. 1991년 이라크를 상대로 한 걸프전도 마찬가지다. 걸프전에서 죽은 20~25만 명의 이라크인들 가운데 압도 다수가 민간인이었다. 그리고 이라크는 UN의 표현에 따르면 전쟁의 결과 “산업화 이전의 상태”가 됐다. 그 때 이래 UN의 이라크 제재 조처로 말미암아 50만 명 이상의 이라크 어린이들이 죽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1995년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쌀쌀맞게 말했다. 우리는 지배자들이 “인간의 생명을 무시하는 테러리스트들”에 대해 호들갑을 떨 때마다 올브라이트의 이 말을 기억해야 한다.

부시 부자와 올브라이트에게 “인간의 생명”은 뉴욕과 워싱턴에서 벌어진 공격보다 비할 데 없이 잔학무도한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다. 미국 정부는 국제 범죄로부터 미국을 방어하는 것뿐 아니라 비극적 재앙을 낳을 전쟁에 국민 전체를 동원할 기회를 거머쥐고 싶어한다. 그리고 국내외에서 우익적 계획을 밀어붙일 것이다. 그것은 세계적 규모로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 정부가 벌이는 새로운 전쟁 개시 노력에 반대해야 한다. 이 세계에서 폭력의 진정한 근원과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진정한 위협은 일부 얼굴 없는 테러리스트들이 아니라 제국주의다. 다시 말해, 세계 민중의 진정한 적은 테러리스트 집단이 아니라 여러 세대 동안 폭력과 절망을 통해 우리를 지배해 온 글로벌 기업과 강대국 정부들이다.

한편, 김대중 정부는 미국 정부의 파병 요청에 대해 의무병과 수송병을 파견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아프카니스탄의 가난한 민중을 죽음으로 내몰게 될 것이 확실한 미국의 제국주의 전쟁에 동조하는 것인 김대중 정부의 파병에 반대해야 한다.

우리는 9월 11일의 공포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것은 가난·기아·군국주의·억압·불평등의 세계를 제거하고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과업에 착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