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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난민이 전하는 한국에서 난민의 삶과 고통:
“일자리 문제가 가장 큰 고통이다”

내가 한국에 오기 전, 한국에 대해 가졌던 가장 주된 이미지는 친절하고 정확하다는 것이었다. 친절하다는 것은 약자에 대한 공감을 말한다. 정확하다는 것은 가장 복잡한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찾으려 애쓴다는 것을 말한다.

이 글에서 나는 한국에서 난민들이 겪는 문제와 어려움의 일부를 보여 주려 할 것이다. 한국인들이 우리의 감정에 대해서 알고 함께 느끼길 바라며, 이를 통해서 한국인들이 우리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을 도와주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세한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짚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 내가 이 글에서 보여 줄 문제들은 나와 여러 다른 난민들의 개인적 경험이다. 다시 말해 이 글이 한국의 모든 난민들이 겪는 문제를 다루지는 않으며, 다른 난민들은 다른 종류의 문제를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둘째, 개인적 수준에서 나와 내 난민 친구들 여럿은 이 글에서 보여 줄 문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에서 지내고 있다. 이 점을 글의 끝 부분에서 자세히 설명할 것이지만,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좋은 조건이 지속되리라는 어떠한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조건이 그저 우연인지 정말로 더 나아지고 있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나와 여러 친구들의 경험에 따르면 한국에서 난민들이 겪는 고통의 대부분은 거의 전적으로 일자리와 관련된 것이다. 어떻게 일자리를 얻는지, 일터의 근무 조건은 어떻게 되는지, 임금 수준은 어떤지,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지 등이다. 난민들은 한국어를 할 줄 모르고, 이는 한국 정부도 아는 사실이다. 우리는 독재 정권의 박해나 극심한 비인도적 상황을 피해 한국에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자리를 구하려면 직업소개소를 통해야만 하고, 직업소개인들 압도 다수는 오직 한국어만 할 줄 안다. 난민들은 한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소개받은 일자리의 구체적 조건을 처음부터 정확히 알고 있었더라면 피할 수 있었을 시간과 노력 낭비(일자리를 얻으러 멀리 떨어진 회사에 직접 찾아가는 등)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정부나 법무부가 난민과 외국인들이 적절히 일할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영 통역사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통역사 서너 명이 정부에 예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난민들이 일자리를 찾을 때 겪는 두 번째 문제이자 가장 큰 문제는 직업소개인들 대부분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직업소개인이 외국인이나 난민에게 직업을 소개할 때, 임금 수준이 어떤지, 근무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근로계약서는 작성하는지, 회사에서 지원하는 주거 환경이 괜찮은지, 일은 위험하지 않은지 등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 난민이 소개를 듣고 일터에 가면 그 거짓말 때문에 시간과 돈과 교통비를 낭비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많은 난민들은 당장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감내해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난민 본인이나, 가족과 아이들의 최저 생활 수준조차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부 난민들은 후에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음에도 근로계약서 없이 일하도록 강요당한다. 또한 적절한 준비 없이 위험한 일을 해야만 해,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

왜 한국 정부는 직업소개인들이 자신들이 소개하는 일자리의 구체적 조건을 정확하게 설명한 뒤 서명을 함으로써 이를 보증하는 서류 같은 것을 반드시 작성하도록 하지 않는가? [또] 만약 실제 근로 조건이 그 서류에 나와 있는 것과 다르다면, 난민이나 외국인들이 그런 일자리를 구하러 가느라 낭비한 시간과 교통비를 직업소개인들이 보상해 주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임금 체불

한국의 회사 사장들 전부 혹은 대부분이 갖고 있는 문제는 ‘보험’ 명목으로 돈을 떼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회사를 퇴직할 때만 이 ‘보험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 돈은 10일에서 30일치의 임금에 달한다. 나는 왜 이런 규칙이 있는지 타당한 이유를 여태껏 알지 못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난민들이 임금 체불을 당한다는 것이다. 체불 액수는 두 달치 임금에 달하기도 한다. 체불 임금을 받으려 법원에 가면 시간이 1년까지도 걸릴 수 있다. 왜 법무부는 고용주가 체불을 인정했을 때 [법원까지 가지 않고] 체불 임금을 즉시 대신 지급해 주지 않는 것인가? 난민 노동자들은 대개 가족과 아이가 있다. 난민 노동자들은 [여윳돈이 없기 때문에] 체불 임금을 받아내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가족의 일상적 필요를 충족시킬 수가 없다.

난민들이 겪는 또 다른 문제는 기술을 익히고 능숙해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사장들이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언어적 모욕을 주거나 일터에서 쫓아내 버린다. 많은 난민들은 한국에서 노동하는 데 필요한 육체적 힘이 없으며, 대부분은 본국에서 육체 노동을 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난민들은 일에 육체적으로 숙련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난민이나 외국인에게 능력을 입증할 한 달에서 세 달 정도의 기회를 줄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

나는 글의 앞 부분에서 지금 나와 여러 난민[친구]들이 일하는 조건이 이 글에 쓴 것보다 더 낫다고 언급했다. 지금 우리 중 일부는 큰 조선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근로계약서도 쓰고 최저임금도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모든 노동자들은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에 관한 교육을 받는다. 또한 관리자들은 우리를 존중하며 능숙해질 때까지 인내심 있게 가르쳐 준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 이러한 좋은 조건이 계속되리라는 보장이 없고 우리 모두는 내가 이 글에서 이야기한 나쁜 조건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공포심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나는 한국의 기자들이 내가 말한 난민과 외국인들의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더 조사해 보길, 더 나아가 한국에서 난민과 외국인들의 실정과 삶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길 요청한다.

나는 난민을 대하는 한국의 현실이 내가 한국에 대해 생각했던 이미지와 비슷해지기를 소망한다.(번역 김동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