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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와 EU, 인종차별·신자유주의적 브렉시트에 합의하다

신자유주의와 인종차별에 손 맞잡은 자들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도날트 투스크(왼쪽)과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오른쪽) ⓒ출처 Number 10(플리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면의 결정적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보수당 소속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과 유럽연합 최상층 인사들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타결했다. 이 합의안이 확정되면 10월 31일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한다.

유럽연합 27개국이 10월 17일 저녁(현지 시각) 유럽이사회 회의에서 이 안을 추인했다.

그러나 이 합의안이 최종 확정되려면 영국 의회 가결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 그리고 이 합의안은 전 총리 테리사 메이의 안보다 훨씬 더 신자유주의적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긴 과도기 동안 유럽단일시장의 시장 경쟁 촉진과 국가 보조금 제한에 관한 규제[공공부문 경쟁체제 도입 요구 등]를 준수해야 한다. 게다가 이번 합의안은 이전의 안과 달리 노동자 권리, 평등, 환경 문제를 신경쓰는 척도 하지 않는다.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영국은 더는 유럽연합과 동등한 수준의 규정을 갖출 필요가 없다. 노동자들이 유럽연합 국경을 오가며 일할 자유는 사라지고, 지금보다 훨씬 더 가혹한 인종차별·반(反)이주민 법이 허용된다.

보수당 정부는 이번 합의로 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부자와 기업의 세금을 깎을 길을 열길 바란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역 상대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하의 미국이다.

이번 합의에서 존슨이 유럽연합에게서 얻어낸 중요한 변화는 북아일랜드에 관한 것이다. 새 합의안에 따르면 북아일랜드에는 유럽연합의 관세·통관 규칙이 적용될 것이다.

남·북 아일랜드 사이에 대규모 세관이나 국경 통제선이 들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신 영국 본토로 수입되는 상품은 모두 통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 한 나라인] 북아일랜드와 영국 사이에 상당한 관세 장벽이 생기는 것이다.

당연히 영연방병합당(DUP, 북아일랜드 우파 정당이자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은 겁에 질려 게거품을 물었다. 북아일랜드가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영국 나머지 지역들]와 한 국가에 속하지 않음을 시사하는 모든 것에 영연방병합당은 질색한다.

영연방병합당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북아일랜드가 영국에서 떨어져 나오고] 남·북 아일랜드가 통일로 서서히 나아갈까 봐 두려워한다.

10월 19일 존슨이 하원 임시회의에서 합의안을 통과시킬 때 영연방병합당 의원 열 명의 의사는 결정적으로 중요할 수 있다.

영연방병합당 의원들이 이 안을 지지하지 않으면 몇몇 보수당 의원도 반대에 투표할 수 있다.

영연방병합당은 17일에 성명을 발표해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 당이 보기에 이번 합의안은 북아일랜드의 경제적 번영에도, 영국 국가의 결속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

영연방병합당은 “의회에서 이 합의안을 지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안이 영국 안에 별도의 관세 구역을 두므로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법리적 공방도 있다.

브렉시트당은 이미 배신이라고 아우성치고 있다. [브렉시트당의 지도적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합의안은 브렉시트라 보기 어렵다.”

17일 오후 존슨에게 도움의 손길이 뻗쳐 왔다. 영국 의회가 합의안을 부결하면 브렉시트 협의 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장 클로드 융커가 말한 것이다.

이번 합의안을 거부하면 ‘노 딜 브렉시트’[합의안 없는 브렉시트]만 남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유럽연합 인사들은 브렉시트 협의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고 밝히며 즉각 융커의 말을 일축했다.

합의안이 의회에서 통과하지 않으면 존슨은 “국민의 뜻에 반하는 엘리트” 운운하는 거짓 선동에 잔뜩 열을 올릴 것이다. 그러면서 [2016년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탈퇴를 찍은] 1740만 표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모든 사람들의 대변자를 자처해, 다가올 총선에서 승리하기를 바랄 것이다.

노동당은 합의안에 반대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당은 어떤 시점이 되면 합의안을 놓고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두 번째 국민투표에 부치는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은 이렇게 말했다. “영국을 헐값에 팔아넘기는 이 합의안은 영국을 하나로 모으지 못할 것이다. 이 합의안에 반대해야 한다. 브렉시트 문제를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은 국민들이 국민투표로 최종 결정을 하게 하는 것이다.”

만에 하나 2차 국민투표 실시안이 통과되면 총선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치러지지 못할 것이다.

그간 노동당은 자유민주당 등과 손 잡고 의회적 책략에 몰두하느라 조기 총선을 치러 보수당을 끌어내릴 기회를 거듭 외면해 왔다.

이제 노동당은 국민투표를 다시 치르느라 긴축, ‘유니버설 크레딧’[복지 통폐합·개악 제도] 시행, 인종차별적 억압 심화, 기후변화 무대응 등 수많은 악재를 앞으로 몇 달이고 더 견뎌야 한다고 강변한다.

이는 노동당이 2017년 총선에서 내세웠던 입장에서 심각하게 후퇴한 것이다.

[그 어떤 브렉시트에도 반대하는] 대기업의 요구에 타협하기보다는 존슨의 합의안에도, 유럽연합에도 반대하는 독립적 계급적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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