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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조선·STX조선 노동자들의 고통:
“고용친화적 구조조정”? 문재인 정부의 또 다른 거짓말

지난해 무급휴직 등에 합의한 성동조선과 STX조선 노동자들의 고통이 지속되고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고용친화적 구조조정”을 했다면서 자화자찬했지만, 지금 노동자들의 처지를 보면 이 말을 이렇게 바꿔야 한다. 노동자 말려 죽이는 구조조정.

문재인 정부에게 고용 보장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성동조선 노동자들 2018년 3월 전국노동자대회 ⓒ이미진

한때 정규직 2500명을 포함해 9000명이 일하던 성동조선에는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이제 600명밖에 남지 않았다. 성동조선에 남은 노동자들 중에서 공장 유지 관리 인원을 뺀 500명은 벌써 2년째 무급휴직 중이다. 노동자들의 삶은 처참했다.

“정부 지원은 1인당 최대 6개월, 매월 최대 180만 원까지인데, 평생 한 번밖에 지원 받을 수 없습니다. 이마저도 올해 초에 모두 끊겼습니다.”

노동자들은 다른 조선소 비정규직으로 취업하거나 건설 현장 등을 전전하고 있다. 고용과 조건이 더 열악한 일자리로 내몰린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 대우조선해양에서 중대 재해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가 성동조선의 정규직 해고자였다는 게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성동조선이 위치한 경상남도는 지난 7월에 발족한 지역판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남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민관협의회’를 통해 “상생협력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했다.(관련 기사 : ‘경남 조선업 발전 민관협의회’ 발족: 조선업 일자리 -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 투쟁으로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지금껏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이러는 사이 법원은 올해 안에 성동조선이 매각되지 않으면 청산 절차를 밟겠다고 결정했다. 그래서 성동조선 활동가들 사이에서 민관협의회가 “요식 행위”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책임져라

지난해 3~4월 STX조선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에 맞서 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하면서 사측과 노조는 임금 대폭 삭감, 5년간 6개월씩 순환 무급휴직 등을 합의했다. 이로 인해 조합원들은 절반씩 나눠서 6개월 무급휴직을 하고 있다.

성동조선 노동자들처럼 STX조선 노동자들도 무급휴직으로 매우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임금도 대폭 삭감됐다.(아래 ‘STX조선 노동자의 목소리’를 보시오.)

STX조선은 현재 수주잔량이 15척으로 2020년 말까지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정부와 사측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무급휴직으로 내보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웠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제로’ 공약을 내팽개치더니, 민간부문에서는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

그래서 STX조선지회는 무급휴직을 중단하고 현재 휴직자들을 당장 복귀시키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10월 15일 노조 간부들이 1박 2일 상경 투쟁을 했고, 23일에는 비휴직자 조합원들이 하루 파업을 벌이고 서울 정부종합청사와 산업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지난해 합의 이후 성동조선·STX조선 노동자들은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조선업 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오히려 조선업 호황기에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사업을 확장한 조선소 사용자들과 이를 부추긴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 지금 이들은 무책임하게도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떠넘기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이 기업들을 공기업화해서 노동자들의 고용을 책임져야 한다.

STX조선 노동자의 목소리

“정부는 노동자들을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오원철(금속노조 STX조선지회 조합원)

지난해부터 STX조선 노동자들은 6개월씩 돌아가면서 무급휴직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무급휴직을 한 번 다녀왔고, 다음 달까지 일하고 또 무급휴직을 나가야 합니다.

지난해 합의 이후에 임금이 대폭 삭감됐습니다. 지금 월급을 약 200만 원 받고 있는데, 보너스도 깎여서 전에 받던 임금의 절반이 안 됩니다. 사실 이 돈으로는 최저시급도 안 됩니다. 주52시간제가 시작되면서 잔업과 특근도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퇴근 후에도 다른 일을 하고, 주말에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합니다. 한 달에 하루 쉴까 말까 하죠.

그나마 지난해에는 150만 원 정도 되는 정부 지원금이라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그마저도 끊겼어요. 그래서 어린 자녀가 있는 젊은 노동자들은 대부분 육아 휴직을 신청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80~90만 원 정도 지원금이 나오거든요. 이렇게라도 해야 대출 이자와 생활비를 간신히 메울 수 있습니다.

퇴직금도 말이 많습니다. 임금이 줄어드니까 퇴직금도 대폭 줄었거든요. 퇴직금 계산은 퇴직 전의 임금으로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줄어든 퇴직금이라도 노동자들은 미리 받으려고 합니다. 생활고에 빚이 많아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회사는 전과 달리 그런 돈조차 주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게다가 현장에서 일감이 조금 늘었지만 인력도 줄어서 일이 더 힘들어졌습니다. 지금은 “앞으로 좋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 버티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회사에서 일할 때가 낫습니다. 무급휴직을 나가면 너무 불안정합니다. 지금 회사를 나가도 일자리가 없습니다. 꾸준한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고, 일당직을 많이 합니다. 저도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에는 퀵서비스를 했습니다. 터널 공사 용접 같은 공사 현장의 일당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루 15만 원 벌면 뭐합니까? 일이 없는 3~4일 동안 다 까먹는데요.

지금 현장에서는 희망퇴직이 또 있을 거라는 소문이 돕니다. 아마 이렇게 고통을 당한 노동자들이 많이 쓸 거 같습니다. 저도 하루에도 몇 번씩 나가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정부가 노동자들을 너무 신경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