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보건복지부가 문재인 정부의 보육체계 개편안 세부 시행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보육 서비스 질 향상과 보육교사 처우 개선” 약속에 역행하는 문제들이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정부는 보육체계 개편안이 적용되면 내년 3월부터 모든 아이들은 기본보육(오전 9시~오후 4시)을 받고 연장보육(오후 4시~저녁 7시 30분)도 선택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세부 방안에 따르면, 연장보육은 “0~2세 영아의 경우 자격을 충족하는 부모”만 신청할 수 있고 “시군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누구나 연장보육을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자격 기준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준이 까다로울 가능성이 농후하다. 연장반 전담교사가 부족하고, 민간 어린이집이 돈벌이가 안 된다며 연장반 운영을 꺼리기 때문이다.

더 황당한 것은 연장보육 신청 승인을 받아도 연장반이 아예 개설되지 않을 수 있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 따르면, 연장반 운영은 의무 사항이 아니라서 어린이집에서 수지가 안 맞으면 거부할 수 있다.

질 낮은 보육 서비스

연장보육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예산을 턱없이 낮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장보육 지원비에는 급·간식 비용조차 포함돼 있지 않다. ‘물에 밥을 말아 먹이거나 딸기 한 알을 5~6개로 쪼개 간식으로 제공’하는 등 형편없는 급·간식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연장보육의 급·간식 제공 의무조차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예산이 부족하니 연장반 전담교사 지원 조건도 매우 까다롭다. 영아반은 5명, 유아반은 15명을 기준으로 최소 80퍼센트 인원을 채워야 4시간짜리 시간제 전담교사 한 명을 지원한다. ‘탄력적 정원 추가 방침’으로 전담교사 1인은 최대 영아 7명, 유아 20명까지 맡을 수 있다.

만약 연장반 신설 후 아동 수가 줄어들어 기준에 미달하면, 2개월 후에 전담교사는 해고될 수 있다. 공공운수노동조합 보육1,2지부 이현림 지부장은 이 점을 강하게 질타했다.

“(연장보육 전담교사 방안은) 4시간짜리 비정규직 노동자를 또 양산하겠다는 거예요. 연장반을 2개월 운영한 후, 영·유아 적정 인원을 채우지 못하면 3개월부터는 (전담교사 인건비를) 지원해 주지 않겠다는 거예요. 그 이후에는 원장이 책임지라는 거죠. 그런데 과연 원장이 (연장반) 보육 교사를 뽑을까요? 위험 부담이 커서 신규 채용하지 않을 것이고, 연장반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현재 복지부의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연장반 교사 186명 중 65명(35퍼센트)은 기존교사 업무를 겸직하고 있다. 시간제 전담교사를 구하기가 어렵고 원장들이 기존 교사들을 쥐어짜는 게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보육교사들의 불만을 무시하고 “보육 7시간+준비시간 1시간+휴게시간 1시간” 근무체계를 확정했다. 보육교사들은 7시간 동안 아이를 돌보고 과도한 행정 업무에 짓눌려 쉬지도 못한 채, 연장보육까지 내몰릴 수 있다.

기본보육이 끝난 직후의 인력 공백도 문제이다. 이현림 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기본보육 시간이 오후 4시에 끝나지만, 하원을 권고하고 오후 5시까지 아이들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러면 그 아이들은 누가 또 돌보나요? 대면 보육시간을 줄이고 휴게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사라졌어요.”

연장보육은 오후 4시부터 시작이지만 연장반의 시간당 보육 지원금은 오후 5시부터 계산된다. 어린이집 원장들이 기존 보육교사들에게 어영부영 인력 공백을 떠넘길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문재인 정부의 개편안은 보육교사 처우 개선은커녕 오히려 혹사를 정당화하는 방안이다. 

따라서 공공연대노동조합 보육교직원노조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문재인의 “보육체계 개편안은 대안이 아니다.”

양질의 보육 서비스가 보장되려면 교사 대비 아동 비율 축소, 8시간 근무 2교대제 등 보육교사 처우 개선이 꼭 이뤄져야 한다. 또한 보육예산을 대폭 늘려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해야 한다.

진짜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하라

문재인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하고 2022년에는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비율을 40퍼센트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래서 2017년 373곳, 2018년 574곳을 확충했고 올해부터는 550곳을 추가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공립 어린이집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은 전체 어린이집 3만 9181곳 중 3531곳으로 9퍼센트에 불과하다. 이용 아동 비율로 봐도 14.2퍼센트에 그쳤다. 여기에 (국공립 유치원 포함) 공공 보육시설 전체를 통털어 봐도 그 이용률은 25퍼센트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7퍼센트에 크게 못 미친다.

이런 추세라면 목표 달성은 어림도 없다. 1년에 최소 578곳 이상의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해야 가능하다.

확충 속도만이 문제가 아니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무늬만 국공립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나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은 2.6퍼센트(서울시는 0.1퍼센트)이고, 나머지는 민간 위탁이다.

위탁 기간이 10년 이상 된 곳이 34.2퍼센트나 되는데, 정부의 감독과 규제가 느슨해 각종 비리에 연루된 위탁시설도 꽤 많다. 그래서 민간위탁 국공립시설은 “개인 사유화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무늬만 국공립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첫째, 정부가 보육 예산에 매우 인색하기 때문이다.

국공립 설치 예산의 50퍼센트는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문재인 정부가 부담한 금액은 522억 원으로 18.4퍼센트 정도다. 특히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신축의 경우 국고지원 비율이 14.7퍼센트에 그쳤다. 나머지는 다 지자체에 떠넘긴 것이다.(〈정의당 윤소하 의원 2019 국정감사 보도자료〉 10월 21일)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올해 국방비 예산은 약 46조 6971억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올해 보육 예산은 5조 6479억 원으로 GDP 대비 1퍼센트도 안 된다. “공공 보육을 위한 과감한 투자 예산”이라는 말이 참으로 무색하다.

그런데 이 알량한 보육 예산 대부분은 어린이집에 제공하는 보육 지원금에 쏠려있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민간 업자들은 늘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와 아이, 보육교사들에게 전가됐다.

둘째, 문재인은 “보육은 국가의 의무”라고 말로만 떠들 뿐, 민간 업자들이 주도하는 보육 시장을 제대로 규제하거나 도전하지 않는다. 공공 보육 서비스 확대 방안으로 기대를 모았던 사회서비스원 정책은 거듭 후퇴하더니 기존 보육시설은 아예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예산 부족과 민간 업자들의 불만을 고려한 조처였다. 보육의 공공성보다 이윤 보장을 우선시한 것이다.

따라서 보육 시장화가 낳은 폐단을 막고 질 좋은 공공 보육 서비스를 확보하려면, 민간 보육 비중을 축소하고 강력하게 통제해야 한다. 또한 보육예산과 직영 국공립 어린이집을 대폭 확충하고 국가가 보육을 실질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 이 기사는 이현림 지부장과 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인터뷰를 해 준 김은영 동지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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