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교육부, 17개 시도교육청들과 2019년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올해 내내 교육청 앞 농성, 집단 삭발, 단식, 집회 등을 열며 임금 인상과 차별 폐지를 위해 투쟁했다. 특히 7월에는 3일간 파업하고 5만여 명이 청와대로 행진해 7월 비정규직 공동파업의 주축이 됐다. 이 투쟁으로 학교비정규직의 문제를 널리 알리고 광범함 지지를 모아 내는 성과가 있었다.

또 학교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지와 차별 실태는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이라는 정부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것도 밝히 드러냈다.   

이 파업 이후에도 교육청들은 소폭의 임금 인상안을 고수해, 학교비정규직 세 노조들은 10월 중순 2차 파업을 예고하며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 갔다. 세 노조 지도부와 지부장들의 집단 단식 15일 만에야 최종 합의안이 도출됐다.

기본급은 정부의 공무원 임금 인상률 적용(2019년 1.8퍼센트, 2020년 2.8퍼센트), 교통비 4만 원 인상(기본급 산입), 근속수당 소폭 인상, 맞춤형 복지비 개선 등이 합의 내용이다.

하지만 이 합의에 따라 임금이 올라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저임금이다. 이 정도 기본급 인상으로는 대다수 노동자들의 올해 기본급이 최저임금(월 174만 515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약하게도 교육청은 교통비를 기본급에 산입하는 꼼수를 부려 겨우 최저임금 수준이 되도록 했다. 노동자들이 교통비의 기본급 산입에 크게 분노하는 이유이다.

게다가 교육청들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보수체계가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는 것을 악용해 노동자들을 이간질하고 있다. 시간제, 강사, 청소·경비 등 특수직군 등의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기본급 동결을 고수하고 있다. 기본급이 100만 원도 안 되는 시간제 노동자들에게는 교통비 인상조차 일부만 적용하는 차별 안을 강요하고 있다. 일부 직종 노동자들의 임금은 11월까지 별도 보충교섭을 진행해 결정하기로 했는데 노조와 교육청 사이에 입장 차가 큰 상황이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2년간 불충분한 임금 인상,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으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마저 줄어들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올해 충분한 기본급 인상을 바라고 고군분투했지만 아쉽게도 만족스러운 요구를 성취하지는 못했다.

이번 합의가 애초 노조가 요구한 수준에 많이 미치지 못한 것에 노동자들도 적잖은 아쉬움을 느끼는 분위기이다. 보충교섭까지 기다려야 하는 노동자들은 불만이 더 크다.

그럼에도 대다수 노동자들은 지도부가 단식까지 벌이며 고심 끝에 합의를 도출한 상황에서 불만족스러워도 합의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본 듯하다. 교육공무직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각각 조합원 찬반 투표와 대의원대회를 거쳐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올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역대 최대 많은 수가 파업에 참가하는 등 투쟁에 상당한 열의를 보였다. 비정규직 제로와 차별 해소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에 실망하며 불만이 쌓인 터라 지도부의 파업 호소에 적극 화답했다.

이렇게 노동자들의 열망이 크고 투지가 상당했던 만큼, 학교비정규직 노조들이 하반기 들어 깊어진 정부의 위기를 이용해 좀 더 투쟁을 밀어붙였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물론 당시 민주노총과 민중당, 정의당 등 주요 노동계급 조직들이 조국 사태 국면에서 우파의 부상을 막기 위해 문재인 정부를 방어해야 한다는 진영논리와 차악론에 기울어 투쟁을 전진시킬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점이 큰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 문재인 정부가 죽일 듯이 싸우던 야당과 손잡고 다시금 노동개악에 속도를 내는 것만 봐도, 정부를 편드는 것이 결코 노동자들에게 이롭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와대 앞 농성장을 방문한 유은혜 장관 정부는 무기계약직 임금체계로 임금 억제가 목적인 직무급제를 계속 확대해 왔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무기계약직 임금체계 논의

한편, 임금 차별 해소를 위해 향후 정규직 대비 80퍼센트 임금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요구도 이번 투쟁에서 핵심 요구였으나 정부와 교육청 모두 외면했다.

대신 잠정합의가 이뤄진 날 청와대 앞 농성장을 방문한 교육부장관 유은혜는 무기계약직의 임금체계를 만드는 “범정부 차원의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대 학교비정규직 노조들은 이것이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 협의체 안에서 비정규직 임금 차별을 해소하는 방안을 논의해 갈 수 있기를 기대할 것이다.

아직 정부가 이 협의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런데 정부는 무기계약직 임금체계로 직무급제를 계속 확대해 왔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에다 인상도 매우 제약되는 표준임금체계가 기본 모델이 되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비정규직에 대해서도 직무급제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자가 15만 명 가량 늘어난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직무급제를 공공부문 전반으로 확대하려는 목적은 명백히 임금 억제다. 학교비정규직 노조들이 차별 해소를 위해 호봉제를 요구해 온 것과는 정반대 방향인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그간 학교비정규직 노조들도 표준임금체계와 직무급제에 반대해 왔다. 향후 무기계약직 임금체계 논의에서 노정 간에 상당한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정부의 직무급제 확대 시도에 맞서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