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적인 항쟁의 물결이 몰아치며 자본주의 “정상 상태”에 심각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이 항쟁들은 우리가 체제에 도전할 수 없다는 말이 거짓임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몇 주 사이에 레바논, 칠레, 홍콩, 아이티, 에콰도르, 이라크, 수단, 카탈루냐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항쟁마다 저마다의 계기가 있었다. 칠레에서는 지하철 요금 인상이, 아이티에서는 물자 부족과 부패가 계기가 됐다. 에콰도르 시위대는 긴축 정책들에 맞서, 이라크 시위대는 빈곤과 부패에 맞서 투쟁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열린 시위 심각한 실업과 빈곤, 형편없는 공공서비스, 정부의 부패 등에 분노한 이라크 민중은 정부의 유혈탄압에 굴하지 않고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출처 Ziyad Matti

주목할 점은 이 많은 운동들이 훨씬 더 심원한 변화를 요구하는 투쟁으로 빨리 진전됐다는 것이다.

아이티에서는 새로운 사회 세력들이 반정부 투쟁에 참여하면서 운동이 승리할 방법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10월 24일 수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가로질러 행진했다. [행진에서] 아이티종교협회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다. “현 정권과 체제를 그대로 둔 채 전진할 수 있겠습니까?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비폭력 시위에 반대해 직접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시위 참가자들도 있었다.

홍콩에서는 시위가 21주째 이어지고 있다. 이 운동은 송환법에 반대하며 시작됐지만, 지금 홍콩 민중은 정권 퇴진, 민주주의 증진, 경찰 해체를 요구한다.

10월 27일 홍콩 시위 송환법이 철회된 이후에도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출처 Studio Incendo(플리커)

레바논에서는 왓츠앱 메신저를 이용한 음성 통화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계획 때문에 시위가 촉발됐다. 며칠 만에 시위대는 이렇게 외쳤다. “혁명! 혁명!”

왜 지금 이토록 투쟁이 분출하고 있는가? 그리고 왜 이렇게 전투적인가?

물결

이런 시위들이 난데없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아이티에서는 2017년 현 대통령 조브넬 모이즈가 집권한 이래 시위가 계속 있었다. 애초에 시위대는 모이즈한테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제 아이티 시위는 정권 퇴진을 원한다.

홍콩에서 민주주의 확대를 요구하는 운동은 낯선 것이 아니다. 2014년 홍콩 거리를 휩쓴 ‘우산 혁명’도 같은 요구를 했다.

많은 경우 지금 분출하는 항쟁은 오랫동안 계속돼 온 투쟁이 최근 새 국면을 맞은 것이다.

이 체제가 대중이 바라는 바를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항쟁이 계속 벌어지는 것이다.

이 운동들은 2007~2008년 금융 위기 이래 10년간의 긴축, 정치적 격동, 경제적 불안정성 끝에 벌어진 것들이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청년실업률은 25년 넘게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2017년에 이 지역 청년실업률은 30퍼센트에 이르렀다.

알제리인 중 3분의 2 이상이 30세 이하다. 2018년 1사분기 당시 그중 4분의 1 이상은 실업 상태였다.

알제리에서는 대통령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가 5선 출마를 선언한 것이 올해 초 항쟁을 촉발했다. 그러나 청년실업에 대한 극심한 불만이 수년간 심화돼 왔다. 

긴축

경제 위기와 긴축으로 임금이 대폭 삭감되고, 실업이 늘고, 복지·수당 제도가 개악되고, 연금이 줄었다.

앞서 열거한 항쟁들보다 규모는 작지만 프랑스 노란 조끼 운동이나 그리스 총파업 같은 행동들도 사람들의 분노를 보여 주는 또 다른 징후다.

긴축의 파장이 모든 곳에서 고르게 나타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긴축 공격 때문에 체제에 대한 불만이 전반적으로 자라났다. 이에 더해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체제가 고장났다고 느낀다.

현재 몰아치는 항쟁의 물결은 쉽게 사그라들 불똥 같은 것이 아니다.

2011년 아랍 혁명은 아랍 지역의 위기와 불안정성이 낳은 기나긴 혁명적 과정의 결과였다. 최근 아랍 지역에서 벌어진 [수단·알제리] 항쟁도 그런 과정의 일부다. 급진적 변화가 이 지역을 휩쓸 때까지 더 많은 항쟁이 벌어질 듯하다.

이런 항쟁들의 뿌리에는 체제의 불안정한 본성이 있다. 혁명가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는 과정을 설명했다.

경제 침체가 정치 위기를 낳는다. 제국주의 전쟁이 불안정을 키운다. 이윤을 내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사장들은 노동자들을 공격한다.

저항의 물결이 이는 것은 수면 아래에서 이런 요인들이 일반화됐기 때문이다. 한 곳에서 일어난 항쟁이 다른 곳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오늘날 경제·정치가 위기에 빠져 있다. 어느 한 나라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말이다. 

체제에 대한 분노와 냉소가 광범하고, 사회 최상층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이런 시기에는 개별 시위가 신속하게 체제에 맞선 도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한 곳에서 일어난 투쟁이 다른 곳의 사람들에게 투쟁할 자신감을 북돋을 수도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이런 일이 벌어졌다.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실업과 고물가 때문에 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는 혁명으로 발전해, 튀니지를 23년 동안 지배한 독재자 벤 알리를 한 달도 안 돼 퇴진시켰다.

튀니지 항쟁은 이집트 혁명을 촉발했다. 이집트 사람들은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정권 하에서 30년 동안 신음했는데, 무바라크는 혁명 발발 18일 만에 쫓겨났다.

이집트 혁명이 승리하자 리비아, 바레인, 예멘, 시리아 등 곳곳에서 항쟁이 분출했다. 

역사 속에서 이같은 투쟁의 연쇄적 파도가 여러 차례 몰아쳤다.

1968년 반란 당시 급진적인 흑인 운동과 여성 차별에 맞선 운동은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 학생 반란, 노동자 파업과 결합됐다.

프랑스에서 대중 파업과 시위가, 미국에서 소요 사태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프라하의 봄’이, 아일랜드에서 시민평등권을 둘러싼 전투가 벌어졌다.

제1차세계대전은 러시아 혁명으로 종식됐다.

당시에도 대중은 전쟁의 고통에 신음하며 분노가 널리 확산되고 있었고, 변화 쟁취 염원도 굳건했다.

러시아 혁명 승리 후 전 세계에서 혁명적 투쟁과 항쟁이 분출했다.

자본주의는 투쟁을 부르는 불안정한 체제다. 그렇다고 혁명이 일어나길 그저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

지금 세상에 대한 분노는 오른쪽으로 이끌릴 수도 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 2018년 브라질 대선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선, 유럽 곳곳에서 극우의 선거 득세는 우려스런 징후들이다.

체제에 대한 분노가 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투쟁에 나서진 않는다.

노동자들은 자본주의 하에서 부를 창출하며, 이들에게는 거대한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이 체제는 우리가 스스로 무력하고 소외됐다고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것은 사람들이 지배계급의 사상에 더 취약해지게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투쟁이 승리하게끔 할 수 있을까?

지금 투쟁하는 사람들 중에는 ‘아랍의 봄’에서 몇몇 교훈을 얻은 사람들도 있다.

권좌에 앉은 사람 몇 명 갈아치우는 것으로는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바꾸기에 부족하다. 지배계급과 그들을 수호하는 국가에 맞서야 한다.

그러나 ‘아랍의 봄’이 서방의 지원을 받은 혹독한 반혁명의 철퇴를 맞은 것을 보면, 지배계급이 저항을 분쇄하려 어떤 짓까지 할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지금과는 다른 종류의 사회를 쟁취하려면 지배계급 자체에 맞설 태세가 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군대, 경찰 같은 무장력의 힘에 직면하면 이런 일이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지배계급과 그들을 비호하는 자들을 모두 합쳐도 평범한 사람들이 훨씬 다수다. 그리고 노동자들에게는 체제 자체를 멈출 힘이 있다.

최근 벌어진 항쟁들에서도 노동자들은 중요한 구실을 했다. 칠레·카탈루냐·수단에서 총파업이 벌어졌고, 홍콩에서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다.

노동자

이런 항쟁들이 전진하려면 노동자들이 조직된 노동자로서 [그 힘을 발휘하며] 자의식적으로 항쟁에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

모든 항쟁들에는 노동자 부문들 사이에 긴장이 있다.

모든 운동들에서는 전술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진다.

개혁주의자들은 체제가 온존하는 ‘안전한’ 길로 항쟁의 방향을 틀고자 한다. 노동자들이 “전문가들”에게 [운동의 향방을] 맡겨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스스로 투쟁하고 기존 방식에 타협하길 거부할 때 항쟁이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수단 항쟁 때도 독립 노동조합 연맹 수단직능인협회(SPA)가 운동의 전진에 힘을 보탰다.

알제리에서도 노동자 총파업이 항쟁을 전진시켰다. [2011년] 이집트에서도 노동자 파업이 무바라크 퇴진의 핵심 고리였다.

칠레에서도 칠레 최대 노총 CUT와 20개 소규모 노동조합 연맹들이 10월 24~25일 양일간 총파업을 벌였다. 강력한 노동조합인 구리노동자조합(FTC)도 총파업에 동참해 칠레 국영 구리 생산기업 코델코가 보유한 칠레 곳곳의 광산에서 파업에 나섰다.

노동자는 자본주의를 전복하고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할 만큼 숫자도 많고 그럴 수 있는 능력도 있다.

이를 목표로 투쟁하는 혁명적 조직 건설이 이런 항쟁들에서 결정적 차이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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