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GM 파업, 아쉬운 합의 끝에 종료
—
노동자들의 잠재력을 흘낏 보여 주다
〈노동자 연대〉 구독
10월 25일 미국GM 노동자들이 단협안 찬반 투표를 끝내고 9월 15일부터 6주 동안 이어진 파업을 마쳤다. 2007년 이후 12년 만의 전국적 파업이었다.
GM 노동자들은 2009년 경제 위기 당시 심각한 공격을 받은 이래 10년 동안 불안정에 시달려 왔다. 그런데 GM 사측은 막대한 순이익을 거두고도 임금 인상을 거부하고 공장 네 곳을 추가 폐쇄해 1만 개가 넘는 일자리를 없애려 들었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의 파업 열의가 높았고, 혹독한 탄압에도 투쟁을 이어 갔다. 연대도 확대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합의는 노동자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로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합의에 따르면, 폐쇄 예정 공장 4곳 중 오하이오주·메릴랜드주·미시건주 공장 세 곳은 폐쇄가 확정됐다. GM 사측은 공장 폐쇄로 구조조정 될 노동자 약 1만 5000명 중 최대 9000명 분의 일자리를 “재투자로 보전하거나 새로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런 자리들은 대개 몇 년 후에나 생길 예정이거나 다른 주
사측은 노동자들의 불만이 컸던 이중임금제를 폐지하겠다면서, 단협 적용 기간 안에 2티어 노동자들
합의에 따라 모든 노동자들의 임금이 소폭 인상되고, 파업 기간 임금도 보전될 듯하다. 그러나 불만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찬반 투표한 조합원 중 57퍼센트만이 이번 합의에 찬성했는데, 청년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반대표 비율이 더 높았다. 이런 노동자들은 “패배한 것은 아니라고
어려움
노동자들의 투지는 결코 작지 않았다. 매우 온건하고 종종 심각하게 부패하기로 국제적으로 악명 높은 노조 상층 관료들이 강력하게 통제하는 미국 노동운동 분위기에서, 지도부가 승인하기도 전에 현장 노동자들이 비공인 파업에 나섰던 것은 그들의 높은 투지를 보여 준 이례적 사건이었다.
이에 힘입어 조합원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례가 드물게 오래 파업을 지속해 왔지만, 장기간 ‘준법투쟁’을 고수하느라 파업 효과가 더디게 나타난 데다 사측도 강경히 버티는 상황에서 투지를 계속 유지하기 어려웠던 듯하다.
설상가상으로, UAW 지도부는 GM 파업을 서둘러 끝내려 애썼다. 파업 전부터 조합비 횡령과 사측의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미국 연방수사국 FBI의 수사를 받고 있는 UAW 지도부는 파업 기금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단협안 찬반 투표 기간이 긴 것을 이용해 찬성표가 많이 나온 지부의 투표 결과를 널리 선전해 아직 투표하지 않은 조합원들에게 찬성표를 압박했다.
이 때문에 적잖은 노동자들이 허탈해 하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단협안에 찬성표를 던진 듯하다. 파업 노동자들의 분노를 적절히 고무하고 효과적인 전술을 제시할 노동운동 좌파의 부재가 아쉬운 대목이다.
퇴적물
아쉬운 단협 결과에도 GM 노동자들의 투쟁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미국 GM 노동자들의 투지에 다른 많은 노동자들이 영감을 얻었다. 파업 중에 이미 캐나다·멕시코 GM 노동자들이 동조 파업을 벌였고, 미국 운수·서비스·교원 등 여러 부문의 노동자들도 연대 투쟁에 동참했다.
GM 노동자들이 파업을 유지하며 단협안 찬반 투표를 하던 10월 셋째 주에도 다른 부문 노동자들이 줄줄이 파업에 나섰다. 시카교 교사들과 학교 노동자들이 공동 파업에 나섰다. GM 파업에 연대해 완성차 운송을 거부한 미국 운수노조 ‘팀스터즈’ 조합원들은 시카고 교사 파업에도 연대해 학교 배달을 거부했다. 같은 시기 미국 북동부·중서부·서해안 지역의 교사들도 파업에 나섰고
미국 인터넷 언론
투쟁의 경험이 적은 노동자들이 놀라운 투지를 발휘해 싸움에 나서
바라건대 GM 파업이 흘낏 보여 준 미국 노동자들의 잠재력이 더 피어나,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힘을 깨닫고 다음 투쟁에서는 더 강력하게 힘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미국 좌파들이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