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밀양의 현대그린푸드의 식자재를 운송하는 화물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투쟁에 나서면서 소중한 승리를 거뒀다. 〈노동자 연대〉에 정기구독자인 화물 노동자가 동료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을 전했다. 현대그린푸드는 단체급식, 식자재 유통을 하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다.   


밀양의 현대그린푸드 영남물류센터 화물 배송 기사들은 열악한 대한민국 화물차 기사의 현실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습니다. 이 노동자들은 현대그린푸드의 물류를 주선하는 현대글로비스로부터 물량을 받는 다섯 개 운송업체에 소속돼 일하고 있습니다. 

학교급식과 회사식당 납품업에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가장 밑바닥에서 식자재를 배송하는 화물 기사들의 고통이 커져 왔습니다. 다음날 쓰일 식자재를 납품하기 위해 화물노동자 김 씨는 밤 10시에 물류센터에 출근해 배정받은 물량을 차에 옮겨 싣습니다. 맨 앞에 냉동칸, 칸막이 뒤로는 신선식품 등을 배송코스대로 싣고 나면 12시가 훌쩍 넘습니다. 오전까지 배정받은 업체를 다 돌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주로 2.5톤 차량과 3.5톤 차량으로 좁은 골목길도 들어가야 해서 항상 시간에 쫓깁니다. 

쌀 포대를 비롯해 주방에 들어가는 웬만한 식자재들을 지게로 지어 2, 3층의 계단을 오르내립니다. 힘이 좋은 젊은 사람은 20kg 쌀 포대를 한 번에 세 포대씩 나른다지만 이 일을 몇 년만 하면 고질적인 허리부상과 무릎관절이 안 좋아져 가파른 계단은 조심조심 옮길 수밖에 없습니다. 밀양에서 출발하여 기사마다 부산, 경남, 대구, 경북, 울산 전 구역을 나누어서 배송을 하다 보니 타 업체보다 구역이 훨씬 넓은 편입니다. 그런데도 정해진 시간보다 조금이라도 도착이 늦으면 경위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밤 10시에 출근해서부터 배송을 마치고 다시 센터에 차가 들어오는 오전 8시까지 식사나 휴식 시간은 엄두도 못 냅니다. 야간 운전과 고된 등짐 수작업의 연속임에도 가장 기본적인 휴식 시간조차 없는 지옥 같은 근무환경입니다.

그런데 현대그린푸드의 물류를 총괄하는 현대글로비스는 이런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할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글로비스 배차소장인 최 모 씨의 총괄로 5개 운송사 현장 대리인이 배차를 하는데, 누구는 물량이 절반이고 네 군데~여섯 군데를 배차받는가 하면, 누구는 16군데씩 하루 배송 업체가 천지 차이입니다.  

현장 대리인은 5개 운송사에서 일하는 기사를 대표해 글로비스와 배송 기사들 사이에 업무나 고충 사항을 전달하는 역할입니다. 그런데 이들(현장 대리인)은 좋은 구역 배차를 우선 배정받고 토요일에는 출근하지 않고, 주중 공휴일에 걸리는 특근에서 출근만 하고 배송은 않는 등 갖은 특혜를 누립니다. 

또, 현장 대리인은 특근이나 토요일 근무 시 자신의 물량을 옆에 다른 기사들이 대신 배송하도록 합니다. 10시간이 넘게 뛰어다녀도 다 못할 식자재를 떠넘기면 많게는 2시간~3시간씩 초과근무를 하게 됩니다. 초과수당은 시간당 만원입니다. 잔업수당이 최저임금보다 못한 상황입니다.

글로비스는 중간단계인 이들을 앞세워 배송 기사들을 분열시키고 사측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하달하는 치졸한 수법을 씁니다. 노동자가 조금이라도 조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면 다음 날부터 상상 이상의 배차를 배정받습니다. 

현대그린푸드의 배송시스템은 물량이나 코스와 관계없이 하루 1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동일한 월대(월 임대료)를 지급하는 이상한 구조이기 때문에, 더 많은 물량, 더 먼 코스를 배정받으면 소득은 늘지 않고 노동강도만 높아지는 셈입니다. 그래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회사에 찍소리도 내지 말아야 합니다. 

화물노동자는 자비로 차량 구매는 물론 지입 넘버(번호판)도 구매 또는 임대합니다. 그럼에도  현대그린푸드의 물량을 운송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2군 운송업체에 많게는 700만 원의 소개비(일종의 권리금, 단 하루만 일해도 이 돈은 돌려받지 못합니다)를 내고 계약을 해야 하는데, 이 계약이 그야말로 노예계약인 것입니다.  

화물차가 도로의 흉기가 되기를 원하는 화물노동자는 없습니다. 충분한 휴식과 정상적인 근무환경으로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일터가 되기를 원하지만, 현대글로비스의 작업관리 시스템은 기업의 최대수익을 위해 노동자에게 최대 고통을 강요합니다. 

왜 기업의 비용 절감을 화물노동자가 책임져야 합니까? 왜 도로의 선량한 운전자들이 휴식 없는 근무 조건에 초주검이 된 화물차 기사에게 생명을 위협당해야 합니까? 한 사회의 성숙도는 가장 약한 자의 피눈물로 쌓아 올린 금자탑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상식적인 사회인가에 달렸다고 봅니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고자 밀양 현대그린푸드 몇몇 배송 기사들이 화물연대에 가입했습니다. 우리의 의식이 먼저 깨어나는 것이 저 비상식의 악질자본을 일깨우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예상했던 바대로 현대글로비스의 최 모 배차 담당은 화물연대 가입 주모자로 보이는 어느 선량한 화물노동자에게 이틀 전에 해고통지를 했습니다. 해고 사유는 추가수당 부당수급이므로 공금횡령이라고 합니다.

자신들이 턱도 없는 물량을 몰아줘서 밤새 쉬지도 못하고 일하고 10시간이 넘어서 회사에 도착했는데 그 추가수당이 잘못되었다고 합니다. 그 근거는 배차담장이 다른 화물차량을 타고 “빨리빨리”를 외쳐가며 측정한 동일 구간의 배송 시간보다 해당 노동자의 근무시간이 길었다는 것입니다. 정말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지요?

이런 사람과 더는 대화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해, 우리는 글로비스 배차소장인 최 모 씨의 전출과 불공정한 배차의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사회, 상식적인 노동인권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헌법에 보장된 노조 할 권리, 노동조합 가입까지는 탄압하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런 요구를 내걸고 10월 27일 조합원들이 회사 정문을 막고 집회를 하자, 운송에 차질을 두려워한 사측은 배차소장인 최 모 씨의 전출을 약속했습니다. 

현재 조합원들은 일터로 복귀했지만, 회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다시 파업에 나설 것입니다. 또, 그동안 빼앗겨 온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노동조합으로 똘똘 뭉쳐 투쟁을 계속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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