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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비정규직 파업:
대학로 본원 정규직화 소식에 투지가 높아지고 있다

11월 7일 분당서울대병원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공공연대노조 서울경기지부 분당서울대병원분회)이 서울대병원 대학로 본원처럼 즉각 직접 고용하라며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자들은 이번이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할 절호의 기회라며 사측의 회유와 협박에 흔들리지 말고 승리할 때까지 파업을 이어 가자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서울 본원 파견용역 노동자들이 11월 1일자로 직접고용 정규직화 된 것처럼 자신들도 직접 고용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11월 7일 파업 집회 "본원처럼 분당도 직접고용 정규직화하라!" ⓒ강철구

11월 7일 열린 파업 집회에서 윤병일 분당서울대병원 분회장은 이렇게 병원 사측을 규탄했다.

“서울대병원 본원은 100퍼센트 직고용됐는데, 분당서울대병원은 아직 0퍼센트 직고용이다. 서울 본원은 친자고, 분당은 서자냐!”

분당서울대병원은 국립대병원 중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악명 높다. 무려 1400명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사측은 본원에서는 정규직이 맡는 환자 이송이나 간호 보조 업무도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고용해 쥐어짜 왔다.

올해 상반기 노동자들이 전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서자, 사측은 환자 이송이나 간호 보조 업무 등 환자를 직접 접촉하는 노동자들만 직접 고용하고 나머지는 자회사로 들어오라고 강요했다.

그러나 분당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자회사 전환을 단호히 거부하고 보건의료노조, 공공운수노조와 함께 공동투쟁을 이어 나갔다. 본원 노동자들은 8월 말~9월 초 문재인 정부가 조국 임명 문제로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무기한 파업을 벌이는 등 투쟁을 이어 가 결국 직접고용을 쟁취했다. 10월에는 경북대병원에서도 직접고용 소식이 들려왔다.

그동안 본원을 핑계 삼아 직접고용을 미뤘던 분당서울대병원 측은 정작 본원에서 정규직화가 되자 명분이 약해졌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며 본격적으로 투쟁에 나서자 자회사가 아니라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겠다고 한 발 물러났다.

그럼에도 분당서울대병원 사측은 여전히 노동자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들을 들이대며 차일피일 합의를 미루고 있다.

제대로 된 정규직화

사측은 고용 승계가 아니라 공개 채용을 하겠다고 한다. 김부영 간호 보조 직종 대표 부분회장은 사측의 위선을 이렇게 꼬집었다.

“협력사에 입사할 때 면접과 서류 심사를 다 거쳤다. 그런데 이제 와서 무슨 ‘역량 진단’을 본다는 것인가? 그동안 역량이 부족한 사람들을 고용했다면 사측이 문제 아닌가? 사측은 공개 채용 절차는 ‘채용 비리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변명한다. 최저임금 수준에 이런 힘든 일을 하는데 무슨 채용 비리가 있겠는가?”

사측은 전면파업을 하루 앞두고 진행된 협상에서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2017년 7월) 이전에 입사한 노동자들은 고용 보장하겠다’고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러나 그 이후 입사자들은 여전히 공개 채용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고집한다. 6개월 이상 근무자들에 한해서 가산점을 주겠다고 하지만 노동조합 대표들은 이를 거부했다. 6개월 미만 근무자들도 있는데다, “탈락자를 최소화”하겠다는 사측의 약속은 여전히 ‘전원 정규직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측은 아직 전환자들의 임금체계를 공개하지 않은 채 정규직과는 구별되는 ‘업무지원직군’으로 분류할 계획이라고 한다. 표준임금체계 같은 직무급제를 도입하려 할 가능성도 남아 있는 것이다. 정규직이 돼도 저임금의 늪에서 헤어나기 힘든 직무급제 도입은 반드시 막아 내야 한다.

정년도 중요한 쟁점이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청소 용역업체는 65세 이후에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촉탁직으로 70세까지 일할 수 있다. 그러나 사측은 직접고용 되면 65세 이후 딱 1년만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은 본원 노동자 정년도 65세라며 핑계를 대고 있다. 그러나 본원에서는 용역업체의 정년이 65세라 직접고용 전환 후 노동조건 저하가 발생한 게 아니다. 반면 분당 청소 노동자들은 70세까지 일하는 조건으로 고용된 것으로 사측 안은 명백한 노동조건 후퇴다.

야비하게도 분당서울대병원 사측은 자회사로 전환하면 68세까지 일할 수 있게 해 준다면서 노동자들을 회유하려 하고 있다.

파업에 나선 미화 노동자 정범순 씨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65세 턱걸이다. 1년만 더하고 나가라는 게 말이냐 막걸리냐? 사측이 자회사 가면 처우가 좋아진다며 감히 우리를 농락하고 우롱하고 있다.”

한편, 노동자들은 분당서울대병원 정규직 노조가 서울대병원 본원 정규직 노조처럼 자신들의 투쟁을 지지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분당서울대병원 정규직 노조는 ‘채용의 공정성’을 들먹이며 사실상 사측 편을 들고 있다. 간호 보조 업무를 하고 있는 허옥순 씨는 “병원 정규직도 노동자들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우리의 투쟁을 외면하면 정규직의 자식들이 비정규직이 될 수도 있다” 하고 옳게 지적하며, 정규직 노조의 연대를 호소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당장 파견용역 노동자들을 전원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고, 고령자 고용 보장과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