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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공무원 노동자 투쟁:
노동조건·복지 개선에 반대하는 시의회에 맞서다

11월 1일 1차 시의회 규탄 결의대회 ⓒ제공 민주노총 제천단양지부

제천시 공무원 노동자들이 노동조건과 복지 개선에 반대한 제천시 의회에 맞서 싸우고 있다.

6월 전국공무원노조 제천시지부는 10년 만에 제천시와 단체 협약을 체결해 몇 가지 노동 조건과 복지를 개선하는 데 합의했다. 근속 30년 이상 공직자에게 안식 휴가 10일 연장(기존 20일), 조합원 본인 또는 배우자와 그 직계 부모와 자녀의 장례시 장례용품 지원(50만 원 상당) 등이 대표적이다.

이 결과를 반영해 지방공무원 복무 조례와 후생복지 조례 개정안이 시의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제천시의회는 9월과 10월 임시회에서 잇달아 장례용품 지원, 30년 장기근속자 안식 휴가 연장 관련 문구를 모두 삭제해 버렸다.

제천시의원들은 ‘시민 정서’,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운운하며 단체교섭 결과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공무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복지를 약간 개선하는 것조차 반대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말할 자격이 없다. 제천시의원들은 지난해 말 ‘시민들의 지탄을 받으며’ 의정비를 최대폭으로 인상했다. 최종 확정된 것은 24퍼센트이지만, 애초 시의원들은 47퍼센트 인상안을 추진했다. 확정된 인상폭도 충북도 내에서 최대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운운하는 것도 근거가 없다. 장례용품 지원과 장기근속자 안식 휴가는 이미 많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충북 음성군은 올해 8월, 장례용품 지원과 관련해 제천시의회가 삭제한 내용과 거의 비슷한 조항을 조례에 신설했다. 30여 지자체가 이와 유사한 장례지원을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장기 근속자 안식휴가도 대다수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고, 25곳은 제천시 조합원들보다 더 많은 안식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시의원들은 제천시 공무원 노동자들이 엄청난 혜택을 요구하는 양 호도하면서 노동조건 개선을 가로막는 것이다.

제천시 공무원 노동자들은 단체교섭 결과를 노골적으로 무시한 시의회에 분노하며 투쟁에 나섰다. 시의회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게시했고, 매일 아침마다 홍보전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1월 1일 점심시간에는 시의회 앞에서 ‘1차 제천시의회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조합원 150여 명과 연대 단체가 참가해 시의회를 규탄하고, 단체협약을 반영한 조례 개정안 재상정과 통과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권순일 전국공무원노조 제천시 지부장은 “제천시의회는 단체협약을 반영한 조례개정안을 신중한 검토와 당사자인 공무원노조의 의견 청취도 없이 독단적으로 삭제하고 수정했다. 이는 반민주, 반노동행위다” 하고 규탄했고, “어떤 어려움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끝까지 투쟁해서 원상회복시키겠다” 하고 의지를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제천시 공무직 노조 조합원들도 참가해 힘을 보탰다.

어처구니없게도 시의원들은 이날 집회와 규탄 홍보전에 참가한 공무원 조합원들을 징계하라고 제천시에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들을 위축시키려는 야비한 행태다. 이런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더 많은 조합원들이 아침 홍보전에 참가하고 있다.

민주당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이런 행태에 앞장서고 있어 분노와 규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조합원 징계를 요구하는 시의회 자치행정위의 위원장도 민주당 소속이다. 게다가 제천시의회는 근소하지만 민주당이 우세하고, 제천시장과 국회의원도 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서로 물고 뜯으며 싸우지만, 노동자 공격에는 한통속임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노동조건과 복지를 조금 개선하려 해도 민주당 비판을 삼가지 말고 단호하게 싸워야 하는 것이다.

시의회에서 연좌 농성 중인 제천시 공무원 노동자들 ⓒ제공 민주노총 제천단양지부

이번 일은 지난해 공무원노조가 합법적으로 단체교섭을 시작한 이후, 시의회가 단체협약 이행에 제동을 건 첫 사례인 듯하다.

시의회에 맞선 제천시지부의 투쟁은 다른 많은 지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제천시 공무원 노동자들은 매일 아침 홍보전을 진행하고, 시의회에서 연좌 농성을 하고 있다. 11월 9일 전국노동자대회에도 참가해 투쟁 상황을 알릴 예정이다.

연좌 농성에 참가한 한 조합원은 “우리가 공무원노조 투쟁의 최전선에 있는 것 같다. 나쁜 선례가 되지 않도록 물러서지 않고 싸우려고 한다” 하고 말했다.

노동조건·복지 개선에 반대하는 시의회에 맞서 싸우는 제천시 공무원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