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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세월호 재수사, 이번에는 제대로 될까?
사고 원인, 구조 실패, 수사 방해까지 모두 수사 대상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해경이 한 일은 구조보다는 구조 ‘방해’에 가까웠다.

10월 31일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 이하 사참위) 발표에 따르면, 참사 당일 오후 5시 24분경 해경은 아직 사망하지 않은 상태의 희생자(단원고 故 임경빈 군)를 바다에서 건져냈다. 사참위는 병원은 헬기로 단 20분 거리였고, 즉시 헬기를 이용했다면 임 군을 살릴 최후의 가능성은 없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나 해경은 헬기에 임 군을 태우지 않았다고 한다. 현장의 헬기들이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과 김수현 서해해경청장 등 해경 지휘부 의전에 쓰였기 때문이다. 해경 최고 책임자들은 현장에 한참이나 뒤늦게 도착해 뭐라도 하는 척 ‘쇼’를 하고 있었다.

원격 진료 중이던 병원 측이 긴급 후송하라고 요구했음에도 해경은 의사의 동의 없이 임 군을 ‘시신’으로 규정했다. 결국 임 군은 4시간 넘게 이 배에서 저 배로 옮겨지다 숨졌다.

국가가 죽였다 헬기로 이동하지 못하고 배에 누워 있는 임 군의 마지막 모습 ⓒ사회적참사특조위

세월호 참사 구조 방기 문제로 처벌받은 공직자는 단 1명(123정장 김경일)뿐이다. 참사의 주범인 박근혜가 물러나고 ‘촛불 계승’ 운운하던 문재인이 집권한 지 2년 반이나 지났는데 말이다.

참사 책임자들은 처벌은커녕 해경 내 최고위직으로 승진하거나 정부나 유관 기관 등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최근 세월호 유가족과 416연대가 고소·고발한 미처벌 책임자는 120명이 넘는다.

가령 임 군 대신 헬기를 차지했던 해경청장 김석균은 침몰 당시 현장 대원들에게 승객들이 배 안에 가만히 있도록 지시하게 한 장본인이다. 구조 상황을 과장한 거짓 기자회견도 이 자의 작품이다. 그런 작자가 아무 처벌도 받지 않고 현재 중부대학교 대학원 현직 교수로 편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정부에만 의존해서는 제대로 처벌 못 해

폭로 일주일 뒤인 11월 6일 검찰은 세월호 특별수사단을 설치해 재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6개월 전 문재인 정부는 같은 내용의 청와대 청원을 단칼에 거절했었다.

조국 사태로 인한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검찰 사이에 뭔가 교감이 있었을 수 있다. 검찰이 참사 직후 수사에 대한 외압 문제를 거론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이 핵심 수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은 세월호 참사 책임자의 처벌 수위를 낮추는 데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1기 세월호 특조위 강제 폐쇄의 장본인이다. 황교안은 김기춘, 조윤선 등과 달리 세월호 수사 방해건으로 기소도 되지 않았다. 그나마 김기춘, 조윤선도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황교안 때문인지 〈조선일보〉는 11월 7일 사설에서 검찰의 결정을 격하게 비난했다. “정권이 위기에 몰리자 충견들(검찰)이 다시 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내로남불’ 행태는 친문이나 우파나 똑같다.

하지만 세월호 재수사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핵심적인 적폐 청산 목록 중 하나이다. 오히려 그동안 문재인이 집권 전 약속을 뒤집고 대중의 특별 수사 요구를 거부해 온 것이 문제였다.

문재인 정부는 우파 야당과 정쟁을 벌이면서도 노동개악 등 기업주의 요구 앞에서는 협력 파트너였다. 그 과정에서 적폐 청산은 늘 용두사미 되기 일쑤였다. 세월호 수사와 처벌 방기도 그 사례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세월호를 우파 견제용으로만 사용하다 서둘러 덮기를 반복했다.

정치적 부담 때문에 수사가 잘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이번 재수사에서 당시 해경과 해양수산부의 책임자들, 수사를 방기한 검찰,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하고 모욕한 기무사(현 안보지원사) 등도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

국정원·제주 해군기지와의 연관성 수사해야

무엇보다 세월호 출생부터 침몰까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국가정보원 수사가 필수적이다. 침몰 원인과 직결되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 적재 때문에 더욱 그렇다. 국정원이 세월호 운영에 시시콜콜 관여하고 청해진해운 직원과 긴밀하게 소통한 일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세월호 화물칸 철근 과적 선박 전복에 결정적 요인일 수 있다 ⓒ출처 정성욱 4.16 가족협의회

그러나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셀프 면죄부’를 발부했다. “국정원의 세월호 소유설 및 특수관계설, 유가족 등 관련 인물 사찰설, 제주 해군기지 철근 운송 관여설, 감사원 세월호 감사 개입설 등의 의혹”을 뒷받침할 사례나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재인도 이에 힘을 실어 줬다. “국정원[이] 자체 개혁위원회를 설치·운영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국정원이라는 암흑의 ‘성역’을 감싸는 것은 문재인 정부에게도 활용 가치가 있는 기관이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 제국주의에 협력하려고 제주 해군기지를 만든 ‘원죄’가 민주당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월호 운동을 이끄는 사람들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면하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기를 회피하면서 운동은 전보다 참가자들의 지지를 잃고 약화돼 왔다. 지금의 수사도 정부만 믿고 있다가는 또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

운동이 문재인 정부에 기대지 말고,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대중의 지지와 정부에 대한 압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고 임경빈 군 관련 내용이 아직은 의혹이라는 점을 고려해 일부 표현을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