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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빈부격차를 심화시킬 본고사

고3 학생들이 요즘 자신들보다 더 불쌍히 여기는 사람들이 고1 학생들이다. 얼마 전까지 중간·기말 고사가 대학입학 고사장 같은 분위기였다가 “이젠 본고사다” 하는 분위기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6월 27일에 서울대가 발표한 ‘2008학년도 입학 전형안’은, 수능이 “매우 쉽게 출제돼” 변별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능 성적을 지원자격 기준으로만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다시 등장한 것이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라고 말만 바꿔 표현된 본고사다. 물론 서울대는 “통합교과 영역으로 창의력을 테스트하는 것은 교육부가 금지하고 있는 ‘본고사’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둘러댔지만 말이다.

아니나다를까, 서울대 발표에 뒤이어 주요 사립대학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논술고사를 중심으로 하는 입시안을 발표해 2008학년도 입시가 사실상 본고사에 의해 좌우될 것임을 확인시켜 줬다.

3불정책을 주장하던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서울대가 국영수 위주 지필고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밝힌 만큼 대학측을 믿는다”고 말했는데, 본고사 부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대학이 낸 논술고사가 논술고사인지, 본고사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절차를 마련”하겠다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

본고사가 집중적으로 사교육을 받는 부유층 학생들과 특목고 재학생들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것은 뻔하다. 서울대 입시안 발표 후 벌써 강남 지역 논술 학원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서울대반을 모집한다는 홍보전단이 넘쳐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와 전교조 등 40여 단체로 구성된 ‘본고사 부활 저지·살인적 입시경쟁 철폐 교육시민단체 공대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각 대학의 본고사 부활을 저지하고, 공교육 정상화 방침을 수용한 입시전형 요강을 발표할 수 있게 하라”고 요구했다.

〈한겨레〉는 “내신 강화가 공교육 정상화에 가장 근접한 방향임은 분명”하다며, “교육부는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대학들에 대해 분명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는 내신강화도 본고사도 반대해야 한다.

더군다나 지난 7월 1일,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1백60여 명이 대학교육협의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논술고사 형태를 대학에 일임’받는 문제와 ‘기여입학제 제한적 허용’ 등에 대해 논의했다.

기여입학제와 관련해 “전면 허용은 국민 정서상 시기상조지만 기여금 용도 제한, 기여입학 자격 강화 등을 보완한다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힌 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기여입학제 도입 시도도 벌써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 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 CEO의 94퍼센트는 교육부의 3불정책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또 64퍼센트는 3불정책 가운데 가장 시급하게 없애야 할 제도로 대학입학 본고사 금지를 지목했었다. 본고사가 시행되면 대부분의 학생, 학부모, 교사들은 죽상이 되고 이들 CEO들은 기뻐할 것 아닌가.

본고사를 반대하면서 동시에 내신 강화도 반대해야 한다. 또 경상대 정진상 교수의 말처럼 대학서열을 폐지해 평준화하는 것이 “이제 더 이상 교육운동의 중장기적 과제가 아니라 당면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