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뇌사 상태”며 유럽연합이 독자적인 군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주요 국가의 수장이 미국 제국주의의 약화를 조롱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핵강국 프랑스의 지배자들은 미국에 의존 않는 군대 필요성 유럽에서 앞장서 주장해 왔다. 사진은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출처 프랑스 엘리제궁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종결 이래로 유럽의 만만찮은 제국주의 강대국들을 결집시키고, 군사 강대국인 소련(붕괴 이후에는 러시아) 제국주의를 견제하는 전략을 택해 왔다. 나토와 유럽연합은 그런 제국주의 전략의 핵심 기구이고 유럽 각국은 나토에 군사력을 의존해 왔다.

마크롱의 발언에 미국 지배자들은 즉각 발끈했다. 유럽연합의 또 다른 핵심 국가인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마크롱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재빨리 밝혔다. 반면 러시아는 즉각 환영 입장을 냈다.

이런 소동의 이면에는 미국 제국주의의 패권 약화가 있다.

트럼프 집권 이후 유럽 지배자들은 미국에 불만이 쌓여 왔다. 미국이 시리아에서 터키의 쿠르드 공격을 용인하면서 자신들에게는 언질도 않은 것, 유럽을 러시아 위험에 노출시킬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 유럽산 철강·알루미늄 등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자동차에도 추가로 매기겠다고 툭하면 협박하는 것, 자신들이 공들였던 이란과의 핵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려는 것, 트럼프가 유럽연합 존재 자체를 대놓고 비난하는 것 등등.

그러나 미국을 향한 유럽 지배자들의 불만이 최근의 현상만은 아니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크림반도를 병합한 것은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러시아가 무력으로 개입해 미국·유럽연합의 영향력을 허물자 유럽 지배자들은 충격을 받았지만 당시 오바마 정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유럽 지배자들은 제국주의 세계 분할에서 뒤쳐지지 않으려 하고 일부는 이를 위해 독자적인 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럽 각국의 군사력은 모두 합해도,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와 견줘도 한참 떨어진다. 유럽 지배자들이 군대를 갖추는 데 당장 박차를 가하더라도 앞으로 오랫동안은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 군비 지출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지를 놓고서도 유럽 지배자들 안에서 의견 통일이 쉽지 않다. 유럽에 위협적인 것은 러시아만이 아니다. 중동에 개입하거나 중국 제국주의 부상을 견제하려면 미국의 힘을 빌려야 한다.

그래서 유럽 지배자들은 2017년에 유럽방위기금을 만들고, 유럽 국가들만의 군사협력체제(PESCO)를 출범시켰지만 독자적인 군대 결성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이런 갈등은 더 잦아질 가능성이 크다. 갈등의 진정한 원인은 수십 년 동안 미국 제국주의의 경제적·군사적 패권이 약해진 것이다. 더욱이 미국은 중국 제국주의를 견제하려고 전략적 우선순위와 자원을 아시아에 집중해야 하는 처지다. 미국은 유럽 제국주의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지만 갈등을 조율할 능력은 예전만 못하다.

이처럼 미국은 제국주의 패권이 전과 같지 않아 중동 등지에서 오락가락 하는 와중에도 중국과의 군사적·경제적 경쟁 수위를 높인다는 전략만큼은 일관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 전략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전체에 위기를 몰고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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