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법(이하 인권위법)에 규정된 차별 금지 사유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하자는 개정안이 발의됐다(자유한국당 의원 안상수 대표 발의). 개정안은 성별을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고 변경하기 어려운 생래적, 신체적 특징으로서 남성 또는 여성 중의 하나”로 규정하는 조항을 인권위법에 신설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비록 상징적인 수준일지라도 국가기관 중에서 유일하게 성소수자 차별 시정 권고를 내려 온 인권위의 행보를 가로막겠다는 것이다.

또한 성별을 남·녀 양성만 인정하는 조항을 신설하려는 것은 특히 트랜스젠더 차별적이다. 최근 인권위가 남녀 외 제3의 성도 인정하겠다는 진보적인 입장을 밝혔는데, 이를 겨냥한 반동인 듯하다.

애초 개정안 발의에는 자유한국당 의원 32명을 비롯해 우리공화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40명이 동참했다(민주당 의원 둘은 비판이 제기되자 11월 19일 뒤늦게 개정안 발의 참여를 철회했다). 2017년에도 김태흠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 17명이 거의 똑같은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성소수자 혐오 선동 중단하라 2017년 9월 19일 ‘혐오에 편승하며 인권을 인질 삼는 퇴행을 멈춰라! 인권, 시민사회단체 대국회 규탄 기자회견’ 당시 김태흠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 17명이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악안을 발의한 것을 비판했다. ⓒ조승진

이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안상수는 자유한국당 기독인회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악명 높은 보수 개신교계 반(反)동성애 운동가들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개정안 발의에 동참한 의원 중 적잖은 자들이 보수 개신교계와 협력하며 동성애 혐오를 부추겨 온 자들이다. 총선이 코앞인 상황에서 지역구의 보수 개신교계의 표를 얻어보려는 심산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사실상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곧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큰데도 개정안 발의로 보수 개신교계의 환심을 사려 한다.

반동성애 단체들이 모인 ‘인권위법의 성적지향 삭제 지지 전국네트워크’는 성명을 내어 개정안을 환영했다. 또한 인권위가 제3의 성을 인정하는 것은 “양성평등을 파괴하고자 하는 시도일 뿐 아니라, 궁극에는 ‘여자’의 권익을 침해하게 될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대형 보수 교회 목사들의 성범죄에 대해서 일언반구 없는 자들이 여성 권익 운운하다니 위선적이다. 그리고 트랜스젠더와 생물학적 여성의 권익은 서로 대립되지 않는다.(관련 기사: ‘트랜스젠더의 권리와 여성의 권리는 대립하는가?’, 〈노동자 연대〉 224호) 

반동성애 단체들이 말하는 “건전한” 동성애 반대 행위란 에이즈에 대한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성소수자 행진을 가로막는 것이었다. 거짓으로 혐오감을 부추기고,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표현할 자유를 가로막으려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는 차별이다.

보수 개신교 목사들의 반동성애 주장과 달리, 동성애에 대한 기독교의 교리 해석이 단일한 것도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그렇다.(관련 기사 : ‘성서와 19세기까지 교회 전통은 동성애를 증오하지 않는다’, 〈노동자 연대〉 174호)

최근 한국에서도 예장통합 이단대책위 전문위원까지 역임한 노 신학자가 동성애를 인정하는 책 《동성애는 죄인가》(허호익 지음, 동연)를 써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개신교 교회 내에서 동성애 포용 입장이 만만찮은 소수가 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평신도 사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2019 주요 사회 현안 개신교인 인식 조사’(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를 보면, ‘동성애는 죄’라는 주장에 약 23퍼센트가 반대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40퍼센트는 ‘예수라면 동성애자를 받아들이고 하나님의 자녀로 인정했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동성애에 대한 대중의 평균적인 인식에 견줘 개신교 교회는 여전히 동성애에 보수적이지만, 위 사례들은 동성애 혐오 선동이 개신교인 일반을 대변하는 게 아님을 보여 준다.

그나마 몇 안 되는 성소수자 차별 반대 조항을 흠집내려는 인권위법 개정안은 철회돼야 한다.

이 기사를 읽은 후에 “임기 절반 지나도록 시기상조면 언제 동성애 차별 개선하겠다는 건가”를 읽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