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다. 지난 10년간 KT 사측은 성과연봉제를 이용해 노동자들의 저항을 억눌러 왔고 구조조정의 무기로도 활용해 왔다. KT의 성과연봉제 10년을 돌아보면서 성과연봉제의 폐해를 확인해 보고자 한다.

정권 차원의 개입 — 노동개악의 본보기 만들기

KT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된 계기는 2009년 임단협 노사합의였다. 당시 KT 회장은 바로 얼마 전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 등의 부정채용을 지시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이석채이다. 이명박 정권의 지원을 등에 업고 2009년 KT 회장이 된 이석채는 그해 5월에 KT노조 친사측 집행부와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했다. 임단협 기간 동안 거론도 되지 않았던 성과연봉제가 갑작스럽게 도입된 것이다. 관련 노사합의서도 공개되지 않은 ‘밀실 합의’였다.

이 성과연봉제 도입이 이명박 정권 차원에서 움직인 결과라는 정황이 최근에 드러났다. 성과연봉제가 도입된 직후인 2009년 7월 KT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는데, 이는 이후 국정원이 민주노총을 약화시키려고 ‘제3노총’을 설립하기 위해 벌인 공작의 일환이었음이 밝혀졌다. 국정원의 지원을 받아 공작을 주도한 인물은 KT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이고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 보좌관인 이동걸이었다.

이동걸 등이 제3노총 설립 공작에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혐의에 대한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이 재판에서 KT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특기할 만한 정황이 폭로되었다.

검찰이 법정에 증거물로 제시한 국정원 국익정보국 작성 문건에 의하면 2009년 당시 국정원도 KT 노사 문제에 함께 개입했으며 회사측과 ‘인사보수제도’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인사보수제도’ 관련 내용이 성과연봉제 도입이 아니고 달리 무엇이겠는가? KT에 도입된 성과연봉제가 정권 차원에서 벌인 공세였음이 확인된 셈이다.

KT는 그동안 기업주들에게 각종 노동개악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본보기 모델’(노동자들에게는 나쁜 모델)이 돼 왔다.

임금 인상 억제와 노동강도 강화

KT에 도입된 성과연봉제는 ‘고과연봉제’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핵심적인 내용은 개인별 인사고과에 따라 임금 인상률을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것이었다. 5등급으로 나누어진 인사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은 직원은 임금이 6퍼센트 인상되고, 최하위 등급을 받은 직원은 임금이 1퍼센트 삭감됐다.

관리자들의 인사고과 평가가 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구조이다 보니 회사는 이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강력히 통제할 수 있었고 노동조합은 무력화됐다. 민주파 활동가들은 비연고지 발령 등 기존의 탄압에 더해 매년 최하위 고과를 받아 임금까지 삭감됐다.

ⓒ출처 KT민주동지회

고과연봉제로 KT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이 억제되고 노동강도가 강화됐다. 극소수의 직원만 최상위 등급을 받을 수 있고 다수는 평균 이하의 등급을 받는 구조이다 보니 대다수 직원들은 임금 인상이 억제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인사고과에 따른 승진과 임금 인상률의 누적 효과 때문에 상위 등급을 독점하는 소수와 대다수 직원 사이의 임금 격차가 수천만 원에 이르게 됐다.

직원 간 내부 경쟁이 심화되면서 스트레스성 질환, 돌연사와 자살도 급증했다. 고과연봉제 도입 초기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KT는 ‘죽음의 기업’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강화된 실적 경쟁과 노동강도에 시달리던 KT 노동자들은 인사고과 불이익을 내세운 회사의 구조조정 압박에도 취약해졌다. 2009년 연말 5992명이, 2014년 4월에 8304명이 강제적인 ‘명예퇴직’으로 회사에서 쫓겨났다. 각각 당시까지 단일회사 최대규모의 ‘명예퇴직’이었다.

회사와 친사측 노조는 ‘고과연봉제 하에서의 평균 인사고과 인상률(2.5퍼센트 수준)이 호봉제 때의 호봉승급 인상률보다 높다’며 고과연봉제가 KT 노동자들에게도 유리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상황을 숨기려는 술책이다. 고과연봉제 도입 이후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으로 따낸 ‘협약 인상률’이 평균 1.2퍼센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2010~2018년, KT민주동지회 소식지 참고, http://ilovekt.org/p/42766). 같은 기간 3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협약 인상률인 4.1퍼센트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즉, 회사는 고과연봉제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노조 지도부를 ‘어용화’ 하면서 임금 인상을 억제해 온 것이다. 전임 노조 위원장 정윤모의 임기 6년간 임금만 3번이나 동결됐던 것이 대표적이다.

ⓒ출처 KT민주동지회

박근혜 퇴진 촛불과 변화, 저항

KT에 도입된 성과연봉제는 10여 년간 조금씩 변형을 겪게 된다. 임금 격차에 대한 KT 노동자들의 불만이 증대하고 KT민주동지회를 중심으로 저항이 계속되면서 일부 개선도 있었던 것이다.  

2017년 연말 KT노조 선거에서 기존 친사측 집행부 진영의 후보로 나와 당선한 김해관 위원장은 전임 집행부를 비판하면서 차별화에 나섰다. 여기에는 박근혜 퇴진 촛불운동이 분출하고 정권이 교체된 것, 변화된 정세에 힘입어 2017년 KT노조 선거에서 지방본부 중 조합원 규모가 가장 큰 본사본부에서 민주파 후보가 위원장으로 당선한 것 등이 영향을 끼쳤다.(관련기사: 본지 231호 “KT노조 선거 - 본사본부에서 민주파가 승리하며 돌파구를 열다”)

김해관 집행부는 정권 교체 후 비리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현 회장 황창규의 정치적 위기를 이용해 2018년 임단협에서 회사 측의 일정한 양보를 얻어 냈다. 임금피크제(2015년 도입)에 따른 임금 감액이 4년간 총 100퍼센트에서 3년간 총 50퍼센트로 일부 개선됐다. 대학 학자금 지원도 다시 부활했다.

또한 박근혜 정권하에서 ‘쉬운 해고’를 위해 2013년에 도입된 ‘직권면직’ 제도가 폐지됐다. 인사고과 최하위 등급을 받으면 임금이 1퍼센트 삭감되던 것도 0퍼센트(동결)로 완화됐다. 최상위 등급과 최하위 등급 사이의 임금 인상률 차등폭도 5.5퍼센트에서 4.5퍼센트로 축소됐다.

변화된 정세 때문에 회사와 친사측 집행부도 조합원들의 불만을 일부 다독일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KT민주동지회가 조합원들의 불만을 대변해 지속적으로 활동해 온 성과이기도 하다.

황창규의 임기가 올해 말로 끝난다. 이 때문에 최근 KT 신임회장 자리를 둘러싸고 KT 안팎으로 다양한 세력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내년에는 KT노조 선거도 예정돼 있다. KT민주동지회는 이를 활용해 조합원들의 불만을 모아 내고 성과연봉제 폐지를 위한 움직임을 만들려 한다.

박근혜 정부하에서 공공기관, 금융기관에 도입된 성과연봉제가 박근혜 퇴진 촛불운동의 성과로 철회됐듯이, KT에서도 강력한 투쟁이 있어야 성과연봉제 폐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퇴진 촛불운동이 KT 노동자들의 자신감에도 영향을 줘 본사본부에서 민주파 후보가 당선할 수 있었던 사례에서도 교훈을 이끌어 내야 한다. KT 노동자들도 전체 노동운동의 전진을 위한 연대에 적극 참여하고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이다.

KT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KT 노동자들의 고통을 키워 온 성과연봉제 폐지를 위해 더욱 힘차게 운동을 벌여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