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MBC가 주관하고 각 방송사들이 생중계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의 시청률 총합이 무려 25퍼센트가 넘었다고 한다. 아마 정부와 언론이 300명의 자유 토론(타운홀 미팅 방식) 방식을 부각하고 각본 없는 토론이라고 광고한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대화 내용에 비춰 보면, 높은 시청률은 “실속 없는 잔치가 소문만 멀리 간다”는 속담에 딱 어울리는 결과다.

무엇보다 국정 전반의 기조에 대한 토론이 이뤄질 기회나 방식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 때문에 자유 토론 방식은 소통 이미지만 대중에게 전하는 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생방송 후에, 톨게이트 등 비정규직 노동자, 세월호 유가족 등 민감하고 정부에게 불리한 질문을 할 패널들은 애초에 배제됐음이 당사자들에 의해 알려졌다.

경제 침체와 지정학적 불안정 때문에 우경화하면서도 여전히 진보 염원층의 눈치를 봐야 하는 문재인 정부의 처지가 어제 대화에서도 드러났다.

톨게이트 비정규직 노동자, 세월호 유가족처럼 정부에 불리할 질문을 할 패널은 배제됐고, 제주 강정 기지 문제에 관한 답변은 사실과도 달랐다 ⓒ출처 청와대

노동 개악을 포장함

문재인은 최저임금은 올려야 하지만 속도 조절을 하는 것이고, 노동시간 단축도 보완하되 계속 추진해서 “저녁 있는 삶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최저임금 인상 폭만 준 것이 아니다.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가 주는 척했다가 빼앗은 대표적인 항목이다. 올해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사용자 측만 아니라 정부 측도 강하게 인상 억제를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해 임금이 실질적으로는 오르지 않거나 줄게 만들었고,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개악하려 한다.

결국 문재인은 자신이 최저임금 인상 억제 주범 구실을 하고 있는데도 이를 감추고는, 정부 기조가 여전히 “노동존중”이며 노동자들이 무리한 욕심을 부리는 문제 집단인 듯이 말했다.

한편, 문재인은 (고용 인원이) 50인에 가까운 중소기업에는 탄력근로제나 유연근무제가 보완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노동시간 단축을 계속 추진 중이라는 말과는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탄력근로제 확대 등의 개악 법안들은 그 자체로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일 뿐 아니라 모든 사업장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개악을 받아들이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결코 사소한 양보가 아니다.

이렇듯 말만 그럴 듯하게 포장한 것과 왜곡된 답변의 실체가 드러날까 봐 두려워 문재인 진정 노동자를 대표할 만한 사람들은 애초에 패널 구성에서 배제하고, 한 번 대답한 것에 대한 추가 질문 기회는 없앴다.

지소미아, 모순된 답변

이번 주에 종료가 예정된 지소미아에 관한 답변도 관심을 끌었다.

8월에 항일, 죽창 운운하던 문재인 정부는 11월 들어 지소미아 유지를 위한 명분만이라도 달라는 식으로 일본 정부에 저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날 문재인은 “지소미아 종료는 일본이 원인을 제공했다. 신뢰하지 못한다며 정보를 달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사전 요구 없이 수출 통제를 강행했다”며, 일본의 변화가 없다면 단호하게 대응할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결론을 내어 우파를 달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의 안보에서는 한·미동맹이 핵심이지만 한·미·일 간의 안보협력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최대한 일본과도 안보상으로 협력하고자 한다. 만약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는 일본과 안보상 협력은 해나갈 것이다.”

공감은 하지만 동의는 않는

문재인은 검찰 개혁을 해야 한다면서도 조국 임명은 실수였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조국 임명 때문에 20대가 등을 돌린 것은 아니라고 물색 모르는 소리도 덧붙였다.

차별 문제에서도 형식적으로 공감을 드러냈을 뿐, 차별 해소를 위한 실질적 조처는 전혀 약속하지 않았다.

오히려 엉뚱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직장 내 여성 차별이 여전하다는 질문에 문재인은 공감한다고 해놓고는, 여성 차별이 저출산 문제와도 관련 있으므로 [성 평등에] 더 관심을 가지겠다고 했다. 여성 고용률을 높여야 하는 이유가 여성 차별 해소에 있지 않고, 여성을 출산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여성 해방에 사실상 역행하는 이야기다.

성소수자 차별 문제에서도 공감은 표했으나 동성혼 합법화 등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염원도 거부하고 책임도 회피했다. 그러나 동성혼은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 개인들의 선택 문제이므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의 답변은 대다수 기독교인 보수적 여론을 의식한 핑계일 뿐이다.

이런 답변들을 듣고 있으면, 문재인이 혐오의 언어를 피하고 공감을 표명하지만 형식에 그칠 뿐이고, 실제로는 냉담하거나 책임 회피에 급급함이 드러난다.

이번 대화가 열린 시점이 이 행사의 목적을 보여 준다. 그동안 한국당에 대한 반감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 지지를 제공했던 진보 염원층은 최근 정부의 친기업 기조에 급격히 실망을 내보이고 있다. 이날 ‘국민과의 대화’는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해 소통 퍼포먼스가 필요한 정부·여당의 사정을 보여 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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