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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항쟁의 배경과 역사

홍콩 식민 통치 시절에 저항을 억눌렀던 영국 정부가 홍콩 항쟁을 탄압하는 시진핑 정부를 비난하는 모습은 분명 볼썽사납다. 동시에 시진핑 정부가 홍콩 반환 때의 약속을 저버리고 홍콩에서 민주적 권리를 억압하는 모습도 마찬가지로 볼썽사납다. 홍콩 행정장관 캐리 람과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식민통치 시절에 경찰력을 잘 훈련시킨 영국에 고마워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1997년 홍콩 반환 때 중국 정부는 홍콩에 대해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을 50년간 적용하기로 했다. 일국양제는 중국과 영국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타협이었다.

반환 이후 홍콩인들이 중국·홍콩 정부에 대항한 이유는 주로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중국 정부가 일국양제를 스스로 위반하며 홍콩의 민주적 권리를 침해한 것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영국과 마찬가지로 친자본 정책들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살인적인 주거비 폭등,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중국 내에서 홍콩 경제의 상대적 비중 축소, 중국 자본의 대거 홍콩 진출로 인한 일자리 경쟁 등의 경제적 요인들이 홍콩 청년들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엄청난 빈부격차를 보여 주는 홍콩의 오래된 아파트 ⓒ이윤선

2003년은 중국 정부가 홍콩에 대한 불간섭에서 개입으로 방향을 전환한 시점이었다. 중국 정부는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에 국가보안법을 넣으려다 50만 명이 참가한 저항에 직면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홍콩을 담당하면서 홍콩의 주요한 사항마다 개입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 기본법을 최종 해석하는 권한을 홍콩 사법부가 아니라 중국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 산하의 상무위원회에게 넘겨줌으로써 ‘홍콩은 홍콩인이 다스린다’는 일국양제의 원칙을 스스로 어겼다. 그리고 홍콩의 민주적 권리를 야금야금 침해했다.

2012년 중국 정부는 홍콩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애국심을 고취하는 국민교육을 도입하려 했지만 학생들이 주도해 이 시도를 좌절시켰다.

이번 투쟁 전에 홍콩인들의 투쟁이 절정에 이르렀던 때는 2014년 우산운동이다. 특히 홍콩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가 79일간 홍콩섬의 행정 중심지인 센트럴을 점령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 투쟁이 촉발된 배경은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진정한 보통선거로 하지 않고 중국 정부 입맛에 맞는 인물로 출마 자격을 제한하려는 중국 정부의 개입 때문이었다.

홍콩인들은 입법회와 행정장관을 직접 선출하고자 하는 열망을 지속적으로 나타냈다. 2012년 중국 정부는 2017년에는 행정장관 직선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14년 8월 전인대는 행정장관을 직선제로 선출하되, 선거인단의 과반 동의를 얻는 애국 친중인사 2~3명 중에서 한 명을 선출하도록 했다.

우산운동은 패배로 막을 내렸지만 아무런 성과를 남기지 못 하고 끝난 것은 아니었다. 2019년 행정장관 캐리 람이 범죄인인도조례(일명 송환법)를 개정하겠다고 천명했을 때 2014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송환법에 반대했다.

홍콩인 대다수가 이번 송환법 반대 투쟁을 지지했다. 200만 명이 넘게 참가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대중적 반대 때문에 캐리 람은 송환법 개정 추진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6월 16일 홍콩 200만 시위 ⓒ이윤선

시진핑을 포함한 중국 지배자들은 홍콩의 거대한 투쟁이 인근의 선전과 광저우 등지의 노동자들에게 확산될까 봐 전전긍긍한다. 최근 홍콩 시위대에 대한 강경 탄압에는 홍콩 투쟁이 중국 내륙으로 확산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홍콩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으로 캐리 람과 시진핑이 원하는 ‘질서’가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침사추이, 센트럴, 코즈웨이베이 등지에서는 시위대를 응원하는 행동이 노동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홍콩에서 다음 전투는 구의원 선거를 두고 벌어질 듯하다. 11월 24일로 예정된 선거에서 친중파 후보를 대거 낙선시키고 홍콩 항쟁을 지지하는 진보 후보가 크게 약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홍콩과 본토 사람들이 단결해 공동의 적(시진핑·캐리 람 정부)에 맞서는 투쟁이 필요할 것이다. 홍콩은 금융 중심지이자 쇼핑 천국이기도 하지만 중국 전역에 혁명을 촉발시킨 투쟁들이 벌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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