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내보내라" 선거 다음 날(11월 25일) 열린 이공대에 갇힌 시위 학생들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출처 @hk.nextmedia

11월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앙)정부 세력이 참패했다. 투표율이 역대 최고였고 야당인 범민주파 정당들이 의석을 싹쓸이했다. 그동안 구의회들을 지배해 온 친정부 정당들은 거의 궤멸에 가까운 성적을 거뒀다. 한 홍콩 언론은 “대중의 불만이라는 쓰나미”가 선거를 휩쓸었다고 묘사했다.

시위에 염증을 느끼는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는 친정부 인사들의 주장은 터무니없음이 이번 선거 결과로 드러났다. 오히려 시진핑 중앙정부와 캐리 람 홍콩시 정부에 대한 압도적인 분노가 입증됐다.

홍콩 행정장관 캐리 람과 친정부 세력은 커다란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경찰력 동원과 정규군(“인민해방군”) 투입 위협으로 항쟁을 탄압하고 있지만 말이다. 홍콩 유력 일간지 〈성보(싱파오)〉는 캐리 람의 사퇴를 촉구했다.

물론 시진핑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외교부장 왕이는 “홍콩의 안정과 번영을 해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성공치 못할 것”이라며 홍콩 항쟁과 구의원 선거 결과를 마치 서방의 개입 때문인 것처럼 호도했다. 관영 매체들도 계속 항쟁을 비난한다.

행정장관 캐리 람은 선거 결과를 존중하고 민심을 “겸허히 듣겠다”면서도 아무런 양보안을 내놓지 않았다. 홍콩 시민들에게 “침착”을 촉구했을 뿐이다.

민주 염원 홍콩 대중은 계속 싸울 의사를 나타냈다. 시진핑과 캐리 람이 얼마 안 가 항쟁 측을 향해 다시 발톱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행정장관 직선제 같은 주요 요구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일부 언론은 구의회 승리로 야당들이 행정장관 선거인단에서 상당한 몫을 차지하게 됐다고 보도한다. 즉,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아니라) 내년 입법회(의회) 선거, 차기 행정장관 선출 등 이후의 공식 정치 일정에 따라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구의회 선거 승리로 야당이 확보한 행정장관 선거인단은 전체의 겨우 10퍼센트 정도다. 선거인단의 다수는 친정부 인사들이며, 현행 선거제 하에서는 시진핑 정부가 원하는 사람이 차기 행정장관이 된다는 점에 변함이 없다. 입법회 선거도 절반이 직능대표로 선출된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한계가 있다.

따라서 홍콩 대중은 자신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을 계속할 것이다. 일부 국내 언론이 선거 이후 운동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한 것과 달리, 홍콩에서는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선거 바로 다음 날에도 사무직 노동자들은 “점심 시간 시위”를 벌였다. 이공대에 갇혀 있으며 경찰에 항복하지 않는 소수 학생들을 지지하는 시위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 민간인권전선은 12월 8일 대규모 집회를 열자고 호소했다.

홍콩 항쟁이 더 전진하려면 노동자들이 생산 과정에서 차지하는 지위를 집단적으로 이용해 지배자들에게 타격을 주는 파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투쟁을 권력을 위한 투쟁에 이용할 줄 아는 좌파의 구실이 중요하다.

서방의 개입?

한국에서는 홍콩 항쟁에 대한 광범한 지지가 확인되는 가운데, 진보·좌파 정치단체들 안에서는 항쟁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좌파(가령 진보연대와 민중당 등)는 홍콩 항쟁을 사실상 친서방 ‘색깔 혁명’으로 보고 지지를 꺼리고 있다.

자주 거론되는 그 근거는 일부 온건한 범민주파 정당들이 미국의 돈과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당들은 운동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구의원 선거에서 많은 표를 얻은 것을 운동에 대한 영향력과 동일시할 수 없다. 그 선거는 친정부 세력을 심판하는 성격이 강했다.)

‘색깔 혁명’론으로는 항쟁의 규모와 자발성을 설명할 수 없다. 오히려 서방의 개입이 아니라 홍콩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과 빈곤에 대한 광범한 분노가 이 항쟁의 진정한 원인이다.

일부 시위대가 영국 국기나 성조기를 흔드는 모습을 보고 이를 친 서방의 증거로 곧바로 결부시키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많은 항쟁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운동이 서구의 조종을 받는 운동으로 오인되는 것을 우려한다.

무엇보다 서방 주류 정치인들은 항쟁이 더 심화·발전하는 데에 진정한 관심이 없다. 최근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격렬해지자 서구 주류 정치인·언론들은 시위대의 “폭력”을 똑같이 문제 삼았다. 그들은 결코 항쟁을 진심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많은 홍콩인들은 서방 제국주의보다는 칠레, 볼리비아 등 세계 곳곳의 (이른바 ‘진영’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는) 저항 물결에 더 동질감을 느낄 것이다. 예컨대 항쟁 참가자들은 유럽 지배자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카탈루냐의 투쟁에 지지를 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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