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 노동자 추모 분향소 ⓒ제공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11월 20일 태안경찰서는 발전소 하청 노동자 김용균 사망과 관련해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사장과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의 백남호 사장을 ‘혐의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이 김용균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주요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올해 1월 11일에 고 김용균 씨의 유가족과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는 김병숙과 백남호 등 원·하청 관리자 16명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그런데 태안경찰서는 원·하청의 본사 책임자 대부분을 제외한 11명만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다시 한 번 노동자 산재 사망의 핵심 책임자들은 책임에서 비껴가고 중·하급 관리자들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온 관행이 되풀이될 수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죄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데, 그간 산재 사망 사건에 대해 수백만 원 수준의 벌금형이 대부분이었다. 

“연쇄 살인”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김용균이 원·하청의 “작업지시[를] 다 지켜서” 죽었음을 밝혀 냈다. 

2008년부터 10년 동안 한국서부발전에서는 산재 사고로 또 다른 ‘김용균들’ 12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은 산재를 예방하기는커녕 인력이 부족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고가 반복되는 위험 업무를 야간에 홀로 시켜 왔다. 또한 하청 노동자들이 28번이나 설비 개선을 요구했지만 비용을 이유로 개선하지 않았다.

즉, 원·하청 사장들은 김용균 씨를 비롯한 화력 발전소 노동자들이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다가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한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고 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는 태안경찰서의 송치 결과를 규탄하며 원·하청 사장들을 강력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김미숙 씨는 “아들의 죽음은 예견된 사회적 타살”이라며 “연쇄살인을 저지른 원·하청 사업주들은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번 결과는 문재인 정부가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해 기업주들의 규제 완화 요구에 적극 화답하고,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상황 속에서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가 특조위의 권고안(발전소 민영화·외주화 철회, 하청노동자들의 직접고용 등) 이행 약속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공염불

그간 문재인 정부는 말로는 “그 어떤 것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고 하고는 실제로는 생명·안전 제도의 개악과 후퇴를 거듭해 왔다.

김용균 씨 사망에 공분이 일었을 때는 꾀죄죄한 개정 산안법에 ‘김용균 법’이라 이름 붙여 생색을 냈다. 그러나 이미 정부 입법 단계에서 산재 사망 사업주 형사 처벌에 하한형 도입을 삭제했다.

문재인은 올해 초 김용균 씨 유가족을 만나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고, 산재 사망이 발생한 공기업의 임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지난 10개월 동안 철도공사 등 공기업에서 산재 사망이 이어졌지만 단 한 번도 책임자가 처벌되지 않았다.

문재인이 나서서 산재 사망 절반을 줄이겠다고 한 약속도 공염불이었다. 오히려 지난해 산재 사망은 늘었다. 문재인 정부의 기업주 봐주기가 여전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 산재 사고에 대한 기업주들의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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