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7일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홍콩인권민주법’에 서명했다. 미국산 시위 진압 장비를 홍콩으로 수출하는 것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또 다른 법안에도 서명했다.

홍콩인의 중국 송환을 막고 홍콩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홍콩인권민주법’의 입법 취지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은 홍콩 항쟁을 중국과의 제국주의적 경쟁에서 유리하게 이용하는 데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소위 ‘인도주의적 개입’은 현지 대중의 저항을 외려 어렵게 하거나 엉뚱한 쪽으로 뒤틀어 버리기 일쑤였으므로 오히려 해악적이라 할 수 있다. 

‘홍콩인권민주법’의 내용을 봐도 홍콩 대중의 인권이나 민주주의 증진과 아무 관련이 없다. 그 법의 주요 내용은 미국 국무부가 무역 등에 관한 홍콩의 특별 지위를 매년 인증해야 하고, 미국 대통령이 홍콩인의 인권을 탄압하는 중국 관료를 제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기존 법으로도 홍콩의 특별 지위는 언제든지 뒤집는 게 가능하다. 특정 개인에 대한 제재 또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즉, ‘홍콩인권민주법’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할 수 있는 제재를 다시 천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핑계로 한 제재가 그 나라 대중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숱하게 드러난 바다. 무엇보다, 제재가 낳은 고통은 평범한 사람들이 오롯이 떠안아 왔다. 그 나라 지배자들은 제재를 핑계로 자신을 정당화하고, 자신에게 대드는 사람들을 “서방의 첩자”라고 탄압해 왔다.

미국은 또한 상황이 바뀌거나 더 큰 전략적 이익이 생기면 언제든지 상대를 눈 깜짝 않고 토사구팽해 왔다. 미국과 협력하면서 얼마간 자치를 누리다가 버림받은 시리아 쿠르드족이 가장 최근 사례다.

게다가 트럼프는 홍콩 항쟁을 중국과의 무역 협정에서 협상 카드로 써먹으려 한다는 사실을 애써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홍콩 시위대를 “폭도”로 일컫기도 했다.

단지 트럼프가 유별나게 천박해서 그런 언행을 하는 게 아니다. 1989년 톈안먼 항쟁 당시 중국 덩샤오핑 정부가 시위대를 학살했을 때에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중국을 제재했지만 얼마 안 가 다시 관계를 회복했다. 당시 이 일에 가장 앞장 섰던 것이 미국 민주당 클린턴 정부였다. 사실 서방 지배자들은 노동자 총파업 등으로 항쟁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보다는 덩샤오핑 정부가 탱크로 이를 짓밟기를 내심 바랐다.

한편 ‘홍콩인권민주법’에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더 노골적으로 반영된 내용도 있다. 예컨대 미국 국무부는 홍콩이 미국의 적성국(이란, 북한 등) 제재에 동참하는지도 매년 검토해야 한다. 심지어 홍콩으로 망명한 미국인의 ‘송환’을 요구하는 내용도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 국가안보국의 전 세계 감시 실태를 폭로한 스노든이 홍콩을 경유해 러시아로 망명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홍콩인권민주법’이 통과하자 11월 27일 홍콩에서 이를 환영하는 집회가 열렸다. 그러나 그렇다고 홍콩 항쟁을 친서방 운동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물론 구위원 선거에서 압승한 온건한 범민주파 지도부는 친서방적 분위기를 띄우려 한다. 그러나 운동의 더 광범한 저변이 그런 것은 아니다. 많은 항쟁 참가자들은 항쟁 과정에서 자신들의 운동이 서구의 조종을 받는 운동으로 오인되는 것을 우려해 오기도 했다. 물론 시진핑 정부의 계속되는 탄압으로 좌절과 절망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기면 그들 중 일부는 서방에 기대려 할 수 있다.

그러나 홍콩 항쟁 참가자들은 미국 주류 정치인들에게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 이는 홍콩 항쟁이 ‘외세 개입’이라는 시진핑 정부의 비방에 힘을 실어 주고, 홍콩 항쟁이 중국 본토 대중과 멀어지는 효과를 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캐리람 홍콩 정부가 이전에 대부분의 집회를 금지했던 것과 달리 이날 집회만은 허용했다는 점은 참으로 시사적이다.

홍콩 항쟁을 전진시키려면 홍콩의 진정한 사회주의자들과 좌파들은 사회·경제적 요구를 운동에 반영하고, 중국 본토 대중에게 연대를 호소해야 한다. 중국 내의 혹심한 탄압 때문에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홍콩 대중과 중국 대중이 겪는 고통은 비슷하다. 둘 모두 시진핑 정부라는 공통의 적을 두고 있다. 홍콩의 투쟁이 중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자극하는 것, 그것이 시진핑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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