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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만류, 선거법 개정 반대 등:
한국당 나경원의 역겨운 우익 본색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사수를 외치며 볼썽사나운 단식을 마치기 무섭게 원내대표 나경원의 북·미 정상회담 만류 발언이 알려졌다. 나경원은 선거제 개혁 반대도 주도하고 있다. 반동의 배턴을 이어받은 모양새인데, 누가 더 우익적인지 경쟁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경원은 11월 27일 한국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11월 20일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스티븐 비건에게 총선이 열리는 내년 4월을 전후로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선거적 이익을 위해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길 바라는 대중의 염원은 하찮게 여기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나경원과 한국당은 북·미 정상회담이 지난해 6월 12일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열리는 바람에 자신들이 참패했다고 여긴다. 당시에도 한국당은 남북 정상회담을 “위장 평화쇼”(홍준표)라면서 헐뜯었고, 뒤이어 열린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서도 악담을 퍼부었다.

그러나 냉전 시대와 군사 독재에 기원을 둔 우익 정당의 호전적 행태는 촛불 운동이 남겨 놓은 반우파 정서의 큰 벽에 부딪혔다. 당시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전통적으로 보수의 아성이라던 부산·울산·경남(PK) 광역단체장까지 (민주당에게) 빼앗기는 등 참혹하게 패했다. 호전적인 대북 입장을 펴고, 노골적으로 친기업, 반노동으로 일관하는 자유한국당과 같은 우파 야당에 대한 분노가 드러난 것이다.

나경원은 자신이 틀린 말을 했냐며 뻔뻔하게 군다. 하지만 나경원은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최근에도 나경원은 한국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미국과의 나토식 핵무기 공유 검토 등을 주장하며 호전성을 드러냈다.

한국당은 김영삼 정권 시절(당시 신한국당) 1996년 총선, 1997년 대선 직전에 북한군의 휴전선 인근 무력 시위를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1996년 총선 땐 실제로 판문점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1997년 대선 때에는 실제로 북한에 무력 시위를 요청했음이 폭로됐다.(이른바 ‘총풍 사건’). 안보 불안을 자극해 선거에서 이기려던 속셈이었다. 뼛속까지 평화와는 거리가 먼 세력들이다.

지금껏 몇 차례 남·북/북·미 정상회담 후에도 긴장이 계속되는 것은 자본주의 지배자들 간의 협상과 타협이 일시적 해빙 무드를 조성할지는 몰라도 항구적 평화 정착으로 이어지지는 않음을 보여 준다. 지정학적 위기는 자본주의적 경쟁이 만드는 제국주의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이 끔찍한 체제를 수호하는 것을 임무로 삼는 나경원 같은 지배자들이 평화 운운하는 것은 위선이다.

왜 우파는 기가 살았나

게다가 나경원은 한국당의 원내 지도부로서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으로 의사진행 방해)를 주도하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 등의 본회의 상정을 막기 위해 ‘결사항전’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장 스쿨존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민식이법’ 등 아동 안전 강화를 위한 법안이 발목 잡힌다는 비난이 일었다. 그런데도 나경원은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으면 이 법안들을 처리하겠다고 거래를 제안했다. 아동 안전을 볼모로 잡았다는 비난이 나온 까닭이다. 조국보다 더한 자녀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나경원이 보통 사람들의 자녀 안전에는 완전히 모르쇠인 것이다. 국회의원이라는 간판을 달고서도 이 정도이니 정말로 뻔뻔하기 그지없는 작자들이다.

나경원이 본회의 통과를 반대하는 법안 중에는 이른바 유치원 3법도 있다. 기존 사립 유치원 체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회계 등에서 약간의 규제를 늘리는 수준의 미흡한 개정안이다. 그런데도 나경원은 유치원 3법이 “사유재산을 전면 부정한다”고 비난한다. 역시 사학 재벌가 출신답다. 한국당은 사립유치원장들의 이윤을 위해 시설사용료를 보장하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이번에 개정이 논의되는 선거제 개혁은 준연동형 비례제로 애초 기대한 100퍼센트 연동형 개혁에 크게 못미치지만 그럼에도 진보 정당들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평가된다. 지금 한국당의 선거제 개혁 반대는 국회에서 우파가 과잉 대표되는 현실을 개선하고 진보·좌파의 국회 진출을 늘리려는 염원에 대한 노골적 반대다.

이처럼 황교안·나경원 등이 대중의 분노를 사는 우익 행보를 하며 활개치는 데는 문재인 정부의 우경화(친기업·친제국주의) 행보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당장에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 결정으로, 지소미아 사수를 외치며 단식한 황교안과 우파들의 기가 살았다. 최근엔 친기업 관료 출신 김진표를 차기 총리로 임명하려 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또한 청와대의 감찰 무마 의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연이어 폭로되는 현 정부의 권력형 부패 의혹들도 우파들에게는 호재다. 그러나 (권력형 부패에 관한 한 민주당의 롤모델이었을) 원조 부패당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부패를 비난하는 것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어서 설득력이 없다.

한편, 나경원이 벌이는 이런저런 도발적 발언과 행태가 대부분 내년 총선과 관련된 이슈들인 것이 시사적이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서 반사이익을 얻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이기는 것을 기대해 왔다. 그러나 문재인 지지율 하락 만큼 한국당의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자 초조해 하며 신경질을 부리는 것이다. 우파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 가지만, 사회적 세력균형이 우파 우위로 역전된 것은 아직 아닌 것이다.

그러니 이럴 때일수록 좌파들이 우파의 반동 시도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문재인의 배신에 대한 대중의 실망과 분노를 제대로 대변해 왼쪽의 대안을 만들려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