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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 씨 글 논평[Ⅱ] - 리스펙트의 조직 문제

장석원 씨는 ‘왼쪽으로부터의 대안’(http://www.goequal.com/zeroboard/view.php?id=web_zine&page=1&no=46&category=4)에서 리스펙트의 의의를 “소선거구제와 사표심리라는 악조건 속에서 … 노동당 바깥의 좌파가 드디어 원내에 진출”한 것으로 평가했다. 나는 이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장석원 씨는 5월 21일 리스펙트 전국평의회 논의를 소개하면서 “리스펙트를 단체와 조직들의 연합체가 아니라 당원들로 구성되는 정당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는 사회주의노동자당(SWP)과 “더 많은 좌익그룹들과 단체의 참여를 유도하자는 주장”을 제기한 측 간의 대립 구도가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덧붙여서, 당원으로 구성되는 정당으로 전환하는 경우 “SWP는 여러 세력 중 하나에서 다수파로 전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장석원 씨는 사실을 완전히 왜곡해서 전달하고 있다.

정확히 말해서, “대중 당원 정당”으로의 발전은 [전국평의회]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이 모두 동의한 점이었다. 모두가 갤러웨이의 당선과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의 활약이 가져온 기회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았다.

장석원 씨의 주장과는 달리, 현재 SWP는 리스펙트 내에서 다수파로 활동하고 있다. 대중 정당 건설 과정이 지속되면 오히려 SWP는 다수파에서 소수파가 될 것이다. 그리고 SWP 활동가들은 이런 과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또, 대중 당원 정당으로 리스펙트가 전환되면 장석원 씨가 암시하는 것처럼 그것의 연합적 성격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리스펙트의 구조는 일반 정당에 더 가까워지지만, 일관된 당 이데올로기를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분간 리스펙트는 급진화하지만 불균등한 의식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최대한 가입시키기 위해 반전·반자본주의 운동에 존재하는 공통된 합의를 당의 공식 정책으로 취할 것이다.

리스펙트 내에 개인이나 집단 간 이데올로기적 다양성과 그것을 선전할 수 있는 권리는 계속 유지될 것이고, 이런 의미의 연합체적 성격은 보존될 것이다.

한편, 전국평의회에서 “더 많은 좌익 그룹들과 단체의 참여”를 유도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대중 당원 정당으로의 전환과 대립되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고, 아무도 여기에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SWP와 제4인터내셔널 영국 지부인 사회주의자저항 등 일부를 제외한 다른 급진 좌파들이 리스펙트에 참가하지 않은 이유를 검토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장석원 씨가 제시한 이유들은 문제가 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좌파그룹들이 여성에 대한 이슬람공동체의 차별적 시각에 반대하며 리스펙트에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여기에는 SWP의 ‘독주’에 대한 불만과 불신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아마 장석원 씨는 단순하게 그들이 주장한 사실을 인용하고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글 전체가 정치적 평가임을 볼 때 무비판적 인용은 잘못된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 더구나 인용한 이유들이 정치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면. 나는 다른 급진 좌파들이 ‘이슬람공동체’를 핑계 대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지난 번 글에서 지적했기 때문에 반복하지 않겠다.

SWP의 ‘독주’도 이유가 될 수 없다. SWP가 리스펙트에서 주도적 구실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좌파들의 활동을 가로막았기 때문이 아니라 SWP가 리스펙트 건설에 ‘올인’했기 때문이다.

반면, 기존 급진 좌파들은 리스펙트 가입 제의를 거부하고 완전히 무시해 왔다. 지금도 어떤 조직은 리스펙트를 ‘포퓰리즘’ 조직이라고 비난한다.

그들은 이런 종파적 습성 때문에 오랫동안 성장에 실패했다. 따라서 설사 이들이 리스펙트에 결합하더라도 의미있는 성장 기반이 형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장석원 씨가 다른 맥락에서 지적했듯이 리스펙트는 우선적으로 “노동당의 정치적 대안임을 대중에게 증명”해야 하며, 현재 리스펙트는 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결론을 말하면, 장석원 씨의 ‘왼쪽으로부터의 대안’은 많은 가치있는 통찰을 담고 있는 글이다. 그러나 리스펙트 평가에는 사실 자체가 완전히 틀린 부분이 있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잘못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부분이 포함돼 있었다. 이 글이 리스펙트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내리기 위한 토론의 출발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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