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국회에서 법무부와 한정애 의원(민주당)이 공동주관으로 “건설현장 외국인 불법 고용 방지 토론회”를 열었다. 건설현장의 “외국인 불법 고용”을 근절하기 위해 원청업체의 처벌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11월 말에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건설 일자리 지원 대책’에 건설현장 외국인 불법고용주,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 방침을 포함시켰다.

정부는 이런 조처가 ‘이주노동자의 건설업 국민 일자리 잠식’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2017년 말에도 이를 명분으로 건설현장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강화했다. 그래서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무려 8516명이 단속됐다. 이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이전 3년(2014~2016년, 4221명)보다 2배로 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단속에 쫓기던 미얀마 출신 건설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자리 부족의 가장 큰 이유는 건설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건설투자 성장률은 -4.3퍼센트, 내년에는 -2.3퍼센트(한국은행)로 당분간 부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최근 각종 고용지표에서 건설업의 일자리는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0~11월 동안 무려 12만 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이는 이주노동자 고용 억제로 내국인의 부족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결코 제대로 된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건설현장 일자리 악화의 원인은 경제 위기와 이윤 추구에 눈이 먼 기업주, 이를 비호하는 정부에 있다 ⓒ이윤선

정부가 내국인 일자리를 걱정하는 척하지만, 정작 일자리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조처들은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건설현장의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주범으로 지목돼 온 다단계 하도급은 여전히 만연하다. 다단계 하도급은 사용자들의 비용과 책임을 줄여 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단계 하도급을 규제해 장시간 저임금을 개선하면 일자리 질을 개선할 뿐 아니라 일자리 규모도 늘릴 수 있지만 정부는 사용자들의 이윤은 침해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그래서 건설현장 포괄임금 적용 지침을 폐기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건설현장의 악명 높은 산재 문제 해결도 외면하고 있다. 건설업 사고사망만인율(근로자 1만 명 당 사고사망자 수)은 지난 1년 사이에 12퍼센트가 늘었다. 

건설현장 일자리 악화의 원인은 경제 위기와 이윤 추구에 눈이 먼 기업주, 이를 비호하는 정부에 있다.

고용주 처벌의 효과 

법무부는 기존 대책에 원청업체 처벌 법제화를 추가하려 하는데, 실제 이런 조처는 사용자들의 ‘불법 고용’을 금지하는 효과보다는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만 더 악화시키는 효과를 내기 십상이다.

흔히 고용주 처벌은 형식적인 벌금 수준에 그치지만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체포와 추방이 늘곤 했다. 가령, 2009년 4월 미국 오바마 정부는 불법체류 외국인의 수색과 체포보다는 불법고용주를 중심으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이후 4년간 오바마 정부가 추방한 이주노동자 수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또 고용주 처벌이 강화되면 사용자들은 그 위험부담을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식으로 대처해 더 위험한 노동 조건과 열악한 처우가 강요된다.

사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고용주들을 제대로 제재할 의사도 없다.

최근 법무부가 연구용역을 통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3D 업종, 부족한 노동력 보완, 저임금에 따른 생산원가 절감 등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적정 규모’로 유지할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정부가 고용 악화의 책임을 이주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이 위선적이고 속죄양 삼기인 이유다. 이주노동자는 이런 사태에 책임이 있기는커녕 오히려 가장 큰 피해자다.

따라서 위선적인 정부의 책임 전가와 이주노동자 속죄양 삼기에 반대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과 속죄양 삼기 정책이 강화되면 이주노동자들은 더 열악한 처지로 내몰릴 것이고, 이를 통해 다른 노동자들의 조건도 하향 압박이 커질 것이다. 결국 전체 노동자 계급에게 해로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11월에 발표된 정부의 “건설현장 일자리 지원 대책”에 ‘외국인 불법고용 단속 강화’ 내용이 포함됐음에도 이에 대한 비판없이 건설연맹이 환영 성명을 발표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내년에도 건설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용자들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억누르려는 시도를 더 강화할 것이다.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조합원 고용 기피, 노조 활동 탄압과 같은 공격을 더 강화할 공산이 크다. 

이런 사용자들의 공세에 잘 대처하려면, 노동조합이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 개선과 단속에 반대하고 나서야 한다. 그래야 조건의 하향 압박을 막고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강화해 사용자들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노조 내 사회주의자들과 좌파적 활동가들이 이런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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