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선 개표가 여전히 진행 중인 12월 13일 현재, 강경 우파 현 총리 보리스 존슨이 이끄는 보수당이 수십 석을 더 얻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승리를 확정했다. 10년에 걸친 보수당 정부의 긴축·인종차별 공격에 맞서 제러미 코빈의 노동당이 약진하기를 바랐던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특히 쓰라린 결과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견해가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듯하다. 보리스 존슨은 “브렉시트 완수!”를 슬로건이자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삼으려 애썼다. 군소 극우 정당으로 향할 우파 표심이 보수당으로 결집했다. 존슨은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것은 2016년 국민투표 결과를 거스르는 비민주적 [가당찮게도! — 기자] 태도”라며 민주주의의 수호자 노릇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진보적 이유로 유럽연합 탈퇴를 지지하는 표심, 2016년에는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했지만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여긴 표심 일부도 흔들렸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노동당이 브렉시트 문제에 모호한 태도를 취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 듯하다. 노동당은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하는 군소 정당들과의 의회 내 협상으로 득세하려는 당내 우파의 압박에 밀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다시 묻는) 2차 국민투표 카드를 활용하는 데까지 타협했다. 이런 모호한 태도 때문에 노동당은 (당내 우파의 기대대로) 유럽연합 잔류파를 결집시키기는커녕 전통적 지지층 가운데 유럽연합 탈퇴를 지지한 유권자의 일부마저 잃은 듯하다. 이 때문에 노동당은 지난 2017년 총선 때보다 유례가 드물게 크게 지지율이 떨어졌다. 특히, 돈캐스터·베리 등 전통적 표밭이었던 브렉시트 강세 도시들에서 의석을 잃었다.

적반하장으로, 노동당 우파는 선거 패배를 코빈의 좌파적 공약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미 코빈에 대한 사임 압력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긴축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상징인 유럽연합에 반대한) 많은 영국 노동자 대중에게는 그들의 요구를 선명히 대변한 코빈의 공약이 문제적이 아니라, 노동 대중을 저버리고 영국 자본가들의 입장을 따르는 유럽연합 잔류야말로 문제적이었을 것이다.

이를 분명히 해야 존슨에 맞설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지난 10년의 긴축으로도 모자라 훨씬 더 강경한 신자유주의·인종차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영국과 이웃한 프랑스의 2017년 대선 결과와 그 이후의 상황은 시사적이다.

보수 정부의 긴축 정책에 대한 분노로부터 반사이익을 얻어 집권했던 프랑스 사회당은 2017년 대선 1차 투표에서 5위로 추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같은 대선에서 나치 정당인 국민전선(현 국민연합) 후보 마린 르펜이 2위로 결선투표에 진출해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프랑스 안팎의 많은 좌파들이 사기 저하되고 프랑스의 앞날을 우려했다.

그러나 고작 1년 반 만에 마크롱의 긴축에 맞선 강력한 대중운동(노란 조끼 운동)이 분출했다. 게다가 지금은 연금 개악에 맞서 사반세기 내 최대 규모 파업이 프랑스를 휩쓸고 있다.

이런 그림이 영국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브렉시트 결정과 제러미 코빈의 등장을 낳았던 강력한 흐름, 즉 노동조건·생활수준을 공격하는 기성 정치에 대한 강력한 반감과 분노가 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빈의 급진적 개혁 공약에 대한 지지가 분명히 있었던 것도 그런 가능성을 흘낏 보여 준다.

선거 결과가 쓰라릴 터이고, 노동당의 우경화를 촉구하는 압력이 당 안팎에서 강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긴축과 인종차별에 맞서 영국 노동자들이 다시금 저항에 나서야 할 때다. 당장 선거 다음 날인 12월 13일(현지 시각) 영국의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공동전선 ‘인종차별에 맞서자’가 주최하는 “존슨은 내 총리가 아니다 — 인종차별주의자 존슨에 맞서자” 집회가 총리 관저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런 저항이 계속 이어져, 진정한 대안이 아래로부터 발전되기를 바란다. 노동자 대중이 직면한 문제들은 계급 투쟁으로만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