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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혁명적 사회주의자가 말하는 총선 결과:
선거가 끝이 아니다, 보수당 정부에 맞서 계속 싸우자

씁쓸한 일이지만 12월 12일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이 확실해졌다.

후퇴하지 말고 다시금 저항에 나서야 할 때다. 투쟁은 계속된다. 지금은 보수당이 승승장구하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비롯해 많은 쟁점에서 문제에 부딪힐 것이다.

12월 13일 오전 6시(현지 시각) BBC는 보수당 364석, 노동당 203석, 스코틀랜드국민당(SNP) 50석으로 보수당 승리를 전망했다.

노동당 중진 국회의원인 데니스 스키너가 볼소버에서 보수당에 패배하는 등 보리스 존슨의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은 다음 총선에서 노동당을 이끌지 않을 것이라 했다. 코빈은 상당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노동당 강세 지역으로 알려진 블라이스, 달링턴, 더럼노스웨스트, 워킹턴 등지에서 줄줄이 보수당이 승리했다.

보수당 승리는 모든 노동자, 국민보건서비스(NHS)·학교·복지 개악으로 위협받는 사람들,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에 나선 모든 사람들, ‘0시간 계약’[호출 노동] 노동자들, 노조 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재앙이다.

더 많은 노숙자가 목숨을 잃을 것이다. 처지가 절박한 난민과 이주민들이 더 많이 추방되고 구속될 것이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은 더 기세등등해질 것이다.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이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러나 끝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패배했지만 무너지지는 않았다.

선동

청소년들은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계속 행진할 것이다. 대학 노동자, 사우스웨스턴철도 노동자들도 파업에 나설 수 있다. 스코틀랜드 독립 선동이 늘어날 것이다.

선거 결과를 보고 노동자들이 모두 반동적이라고 여겨선 안 된다. 특히 잉글랜드 중·북부의 평범한 사람들을 진보의 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사회가 돌아가는 꼴에 화가 난 사람들 일부가 그들의 삶을 더 악화시킬 보수당에 표를 던진 것은 비극이다.

많은 사회주의자들이 의기소침해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저항해야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돌아봐야 한다.

닐 키녹, 고든 브라운, 에드 밀리반드 같은 노동당 우파가 당을 이끌었을 때 노동당이 패배하면 노동당 좌파는 바로 할 말이 있었다.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긴축 정책을 펴는 노동당 우파가 문제’라고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금은 진정성 있고 확신에 찬 좌파 인사인 제러미 코빈이 당을 이끈다. 노동당의 공약은 지난 어느 때보다 급진적이었다.

영국 언론들이 압도적으로 보수당에 우호적이긴 했다. “균형 잡힌” 보도를 한다는 BBC도 마찬가지였다. 코빈은 악랄한 거짓 비방과 중상에 시달렸다.

그러나 그런 비방이 아무리 역겹다 하더라도, 부자를 뒷받침하는 언론들을 부자가 구워삶는 것은 계급 사회에서 늘 있는 일이다.

노동당 우파가 틈만 나면 코빈을 흔들고 비방하려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비난은 심지어 총선 당일 밤까지도 계속됐다. 루스 스미스[노동당 의원]는 스토크-온-트렌트 북부 선거구에서 지게 생기자 노동당을 “인종차별당”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노동당 우파 또한 노동당 안에 늘 있던 세력이다.

노동당은 선거 운동을 더 잘할 수도 있었다. 노동당은 모두에게 열린 대중 집회나 공개 모임에 집중해야 했다. 그러나 노동당은 더 “전문적”으로 보이는 방식을 추구하며, 가가호호 방문 선거 운동에 주력했다.

코빈은 두 차례 TV 토론회에서 존슨을 더 몰아붙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렌펠타워 화재, 긴축 때문에 숨진 13만 명에 대한 책임을 묻고, 존슨의 인종차별적이고 동성애 혐오적인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단지 6주간의 선거 운동만으로 판가름 나는 것이 아니다.

원인을 더 깊게 파헤쳐야 한다.

브렉시트는 핵심 쟁점이었다. 브렉시트는 노동계급을 날카롭게 분열시켰고, 존슨 같은 역겨운 사기꾼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친구인 양 행세할 수 있게 했다.

지난 2년 동안 노동당은 유럽연합 잔류 입장으로 나아갔고, 2차 국민투표를 호소했다.

이는 2017년 정책에서 크게 바뀐 것이다. 2017년에 “노동당은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결과를 수용하며, 모든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탈퇴 협상안을 중심으로 온 나라가 단결할 것을 호소”했다.

이런 정책 변화는 재앙이었다. 유럽연합 탈퇴를 지지한 지지층을 소외시켰다. 많은 노동당 인사들이 노동자들의 좌파적 브렉시트 입장을 비웃었지만, 좌파적 브렉시트야말로 옳은 입장이었다.

노동당이 유럽연합 잔류 입장을 더 빨리, 제대로 결집시켰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자유민주당이 얻은 성적을 봐야 한다.

자유민주당은 2017년과 거의 비슷하게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당대표 조 스윈슨이 스코틀랜드국민당에게 패배한 것이 압권이었다. 조 스윈슨은 내심 총리를 기대하고 선거 운동을 했는데 말이다.

노동당이 유대인을 혐오한다는 비방에 맞서 싸우지 않고 후퇴한 것도 엄청난 재앙이었다. 이스라엘과 시온주의에 반대하는 것은 유대인 혐오가 아니라고 노동당은 주장하지 않았다. 노동당은 꽁무니를 뺐고 팔레스타인인들을 배신했다.

이는 활동가들의 사기를 떨어뜨렸고 비방은 기세가 더 올라 이번 총선 때는 치명적 선거 쟁점으로 다시 돌아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영국 사회의 계급투쟁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파업·시위·집회에 나서면 집단적 단결의 중요성을 느끼고 이해하게 된다. 급진적 사상에도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그런 투쟁이 아직 벌어지지 않았다.

자신감

코빈은 좌파 전체를 고무했다. 사회주의 사상이 대중적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노동조합 지도자나 많은 활동가들은 코빈의 선거적 전진에 모든 것을 걸었다.

이들은 대규모 시위를 벌이거나 파업을 독려하지 않았다.

보수당이 위기에 빠져 바닥을 쳤을 때 그에 대한 반응이 나타난 곳은 거리나 작업장이 아니라 의회였다.

약 1년 전 당시 보수당 총리 테리사 메이의 유럽연합 탈퇴안은 의원 230명의 반대로 부결됐다. 의회 역사상 가장 큰 참패였다.

그러나 대중 시위는 벌어지지 않았다. 보수당을 몰아내기 위한 노력도 없었다.

그 후에도 의회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존슨은 10월 14일에 어쩔 수 없이 조기 총선을 제안해야 했다. 노동당은 총선을 하느니 자유민주당 등과 함께 노딜 브렉시트[향후 관계에 대한 협상 없는 유럽연합 탈퇴]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뒷걸음질쳤다.

많은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노동계급을 실망시켰다. 파업을 추진하지 않고 노동당 지지에 전력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힘든 시기에 우리는 거리와 일터에서 벌어지는 일이 의회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주장해야 한다.

의회가 다른 모든 것을 우선하고 지배한다고 보는 노동당의 정치가 근본적인 문제다. 노동당과 당내 투쟁으로 한정된 세계관에 갇힌 것이 재앙적이었다.

따라서 독립적인 혁명적 조직이 필요하다.

존슨은 곧 심각한 문제에 부딪힐 것이다. 존슨은 자신에게 투표한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것이다. 브렉시트를 위해서는 더 고통스러운 협상을 거쳐야 한다. 존슨은 보수당의 전통적 보루였던 대기업들 대부분과 사이가 나빠졌다. 영국은 물론 전 세계가 또 다른 경제 위기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좌파가 가던 길을 계속 가려 해선 안 된다. 핑계가 아니라 구체적 행동이 필요한 때다.

[인종차별 반대 연대체] ‘인종차별에 맞서자’는 총선 다음 날 총리 관저 앞에서 “존슨은 내 총리가 아니다 — 인종차별주의자 존슨에 맞서자” 집회를 열 것이다. 이런 집회는 반격을 위한 좋은 출발점일 수 있다.

노동당의 승리를 바라거나 이를 위해 활동해 온 모든 사람들은 더 나은 세상과 사회주의를 위한 싸움에 에너지를 계속 쏟아야 한다.

체념하지 말고 보수당과 그들의 체제에 맞서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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