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11월 5일 미국에 있는 국제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가 ‘2019 국가별 인터넷 자유도’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발표 직후 국내 언론들은 “한국 인터넷 자유도 19위 … 페미니즘 지지하면 표적돼” 하며 선정적으로 보도했지만, 이는 균형 잡힌 보도는 아니었다. 

‘국가별 인터넷 자유도’ 보고서는 매년 발행되는데 합계 점수가 70점 이상이면 ‘자유국’, 40~69점이면 ‘부분적 자유국’, 40점 미만은 ‘부자유국’으로 분류된다.

올해 보고서에서 한국은 인터넷에 관한 한 ‘부분적 자유국’으로 분류됐다. 평가항목별로 합산한 점수가 100점 만점에 64점으로, 필리핀보다도 낮고 브라질과 비슷한 수준이다. 주된 감점 요인은 국가보안법 등을 이유로 한 국가의 인터넷 감시와 처벌이었다.

프리덤 하우스의 보고서 결과

프리덤 하우스는 1941년 당시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후원 하에 설립된 단체다. 당시에는 미국의 제2차세계대전 참전을 고무하고, 파시즘 등 ‘전체주의’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전후에는 자기 임무가 구소련과 동유럽 등 또 다른 ‘전체주의’에 맞서는 것이라고 표방했다. 

동시에 1950년대 초 미국을 휩쓴 매카시즘(반공주의 마녀사냥)에 반대하고 미국 내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지원하는 등 미국 내 인권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가 수석고문을 지내기도 했다. 

1970년대부터는 저개발 국가의 독재 정권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냈다. 지금은 프리덤 하우스의 상징처럼 돼 있는 《세계의 자유》 보고서도 이때부터 발행됐다. 이 보고서에서는 박정희 정권 하의 한국도 ‘부분적 자유국’으로 분류했는데 친미 우파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숨막히는 유신 체제 하에서 탄압당한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흡족한 평가는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프리덤 하우스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한국에서 언론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 국내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감시와 제약

올해 보고서는 2018년 6월부터 2019년 5월까지 1년 동안 한국에서 “인터넷 자유는 개선되지도 줄어들지도 않았다”고 했다. 온라인 활동에 대한 경제적 장벽과 규제가 낮아졌지만, “정부가 요청한 사용자 데이터를 인터넷 기업들이 얼마나 제공했는지 투명하게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당국이 새로운 웹페이지 검열 체계를 도입한 기간에 차단·삭제된 웹사이트, 페이지가 전년도에 비해 거의 3배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정당한 정치적 표현이 국가보안법으로 제약되는 것도 감점 요인이었다. 

평가 기준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되는데 첫 기준인 ‘접근성’에서는 비교적 높은 점수(25점 만점에 22점)를 받았다. 기반 시설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사실상 3대 재벌이 서비스를 독과점했다는 점이 감점 요인이었다. 인터넷 감독기관(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의 검열이 공정하거나 독립적이지 않고 다른 국가기관의 의뢰를 받는 것으로 추측된다는 점도 감점 요인이었다.

인터넷 상 표현 내용이 제한되는지를 묻는 두 번째 기준에서는 35점 만점에 23점밖에 받지 못했다. ‘국가가 인터넷 콘텐츠를 차단 또는 필터링, 삭제하거나 서비스 제공 업체에 이를 명령’하는 일이 많은데 도박이나 성매매, 불법약품, 타인의 권리 침해뿐 아니라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이라는 이유로 제한된 경우도 많았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경남도지사 김경수의 댓글 조작 논란이 ‘정부 등 기관의 온라인 정보 통제 조작’ 사례로 감점 요인이었다. 

세 번째 기준인 ‘사용자 권리’에 관해서는 40점 만점에 19점으로 완전히 낙제점을 받았다. 국가보안법에 의한 표현의 자유 침해, 사법부의 독립성, 온라인 활동에 대한 형사 처벌, 익명 의사 소통이나 암호화에 대한 정부의 제한, 감시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국가가 인터넷 자유를 억누르고 있음이 지적됐다. 서비스 제공 업체들이 사실상 국가의 감시에 협조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도 지적됐다.

‘여성차별 반대 운동에 대한 반격’이 이 기준의 한 항목으로 포함됐는데 프리덤 하우스 측은 특히 2018년 ‘메갈리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게임회사 노동자들을 그 사례로 꼽았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여전해 여성들 수천이 온·오프라인 시위에 나섰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지난해 벌어진 불법촬영 규탄 시위를 가리킨다. 불법촬영물의 유통 등 온라인 상에서 여성의 인권이 광범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다만 이로 인한 감점은 2점으로 전체 평가로 보자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점에서 국내 언론들의 보도는 부정확했다.

문재인 정부는 4차산업혁명·인공지능 운운하기 전에 보수적인 미국 인권단체조차 문제라고 지적하는 인터넷 감시·통제부터 중단해야 한다.